‘핫한 신인’ 김다미-정지소 평행이론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시청자들 사이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두 배우가 있다. JTBC <이태원 클라쓰>와 tvN <방법>의 정지소다. 20대 초중반의 두 여배우는 색감이 독특한 드라마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20대 여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 ⓒJTBC, tvN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세대를 두고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IT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으며, 자기 욕망에 있어서 표현이 적극적이다. 정치에 심드렁한 듯 보이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 

요즘 드라마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듯 보인다. 남성에게 소극적으로 이끌리던 여성 캐릭터는 점차 자기 주도적이며 욕망을 표현함에 있어 적극성을 띠고 있다. JTBC <이태원 클라쓰> 조이서 역의 김다미와 와 tvN <방법> 백소진 역의 정지소가 대표적이다.

욕망에 적극

김다미는 <이태원 클라쓰>서 사랑스러운 쏘시오패스 조이서를 열연 중이다. 요식업계의 1위 기업인 ‘장가’에 맞선 작은 점포인 ‘단밤’의 청춘 복수극을 앞세운 이 드라마서 김다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단밤의 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상대가 상처를 받을 정도로 매서운 언변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태생적으로 공감에 탁월한 여성임에도, 상대의 아픔을 쉽게 캐치하지 못하고 내뱉는 조이서의 발언은 폐부를 찌른다. 기분 나쁠 법한 말임에도 조이서가 하는 발언은 이상하게도 수긍하게 된다. 본질적으로는 선한 심성과 함께 결과적으로 조이서를 통해 난제가 해결되는 전개가 조이서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이태원 클라쓰> 방영 전 대중은 김다미에 대해 싱크로율 측면에서 원작과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다미의 매력 포인트로도 보이는 볼살이 웹툰의 조이서와 어울리지 않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김다미가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과 안정된 연기력을 펼치자, 우려는 기우로 바뀌었다. 

극이 전개될수록 김다미는 빛났다. 탁월한 업무 능력과 복수, 러브라인 등 끊임없이 변주하는 상황서 김다미는 늘 중심에 있었다.
 

▲ ▲ 김다미 ⓒJTBC

위기의 단밤에 긴급 투입돼 잘못된 부분을 빠르게 수습하는 부분, 사연이 복잡한 장가를 향한 박새로이의 복수심을 알아채고 신묘한 아이디어를 통해 돕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박새로이의 마음을 야금야금 뺏어가는 대목, 박새로이의 첫 사랑인 오수아(권나라 분)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대치까지, 드라마 내에서 조이서의 비중은 8할 이상이다. 

김다미는 조이서의 기질을 완벽히 인지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서 언제나 정확한 감정 연기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조이서는 쏘시오패스인데도 불구하고, 김다미가 사랑스럽고 귀엽게 표현해낸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사랑스러운 쏘시오패스
저주를 날리는 ‘고딩’


지소는 국내 드라마계에선 생소한 장르인 오컬트 스릴러 <방법>서 백소진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고 있다. 몸 안에 악귀를 갖고 상대를 방법(저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백소진은, 자신과 같은 악귀를 몸에 지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혐오감을 이끌어 목숨을 앗아가는 포레스트 기업의 진종현(성동일 분) 회장과 사생결단을 벌인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임진희(엄지원 분) 기자와 함께 진종현 회장의 악행을 막으려 혼신의 힘을 쏟는다. 어릴 적 무당인 홀어머니를 잃은 소진은 고등학생의 나이에도 환한 웃음 한 번 못 짓고, 복수심으로만 똘똘 뭉친 인물이다. 동년배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겪어보지 못하고, 기성세대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에 맞선다. 
 

▲ 사진제공=tvN

<방법> 내에서 임진희가 화자의 역할을 맡아 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지만, 임진희는 오컬트적인 면에서 능력이 없다. 백소진을 철저히 믿고 그가 활약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데 집중한다.

실질적으로 무당 진경(조민수 분)이나 진종현, 이환(김민재 분)과 싸우는 인물은 백소진이다. 정지소는 백소진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묵묵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훌륭히 소화했다. 엄마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자기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을 대변한다. 아울러 그가 지하철서 진경을 방법하는 시퀀스는 <방법> 내에서 서스펜스가 가장 출중했던 장면이다. 

서스펜스 중심

1999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캐릭터를 준수하게 소화하며, 미모와 실력을 갖춘 20대 배우의 대열에 합류했다. 정 평론가는 “정지소는 <방법>서 기성세대의 악과 맞서는 인물로 중책이 컸다. 어려울 수 있는 캐릭터를 준수하게 선보이며,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rk>
 

<기사 속 기사> TV 속 강인한 여성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 캐릭터에 이끌려 다니는 데 급급했다. MBC <W>서 한효주의 역할이 비교적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었지만 작품 말미에는 결국 남성 캐릭터로부터 수동적인 포지션을 갖게 됐다. 

특히 스릴러 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사건을 더욱 꼬거나 방해되는 인물로만 그려졌다. 여성 캐릭터가 문제를 일으키면, 남성 캐릭터가 슈퍼맨처럼 해결하는 전개가 대다수였다. 대부분 고집스러운 행동으로 피해를 입거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멍청했다. 여성 캐릭터는 주로 장치적이고 소모적인 민폐 캐릭터에 머물렀다.

반대로 최근에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활발히 나온다. 김다미와 정지소, 엄지원 등은 물론 SBS <하이에나>의 김혜수, <아무도 모른다>의 김서형 등이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는 듯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성공할 수 있다면 사랑의 감정조차 이용하고, 누구보다 냉철하면서 따뜻한 온기도 갖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성의 욕망과 여성의 욕망을 다르게 다룬 면이 있었는데, 최근 드라마의 김다미나 김혜수 등이 그려내는 욕망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에 대중이 열광하는 건 그만큼 갈증이 컸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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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