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드디어 실체 드러낸 '북한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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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조아라 기자]세계 언론이 난리다.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조명을 받고 있다.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부인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각종 공식석상에 등장한 묘령의 여인이었다. 주인공은 리설주. 원체 정보가 없다보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그녀는 누구일까.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5일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부인의 존재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리설주의 이름이 총 4번에 걸쳐 언급됐다. 결혼 시기와 자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부인 존재 공식 인정
총 4번에 걸쳐 언급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홈페이지에 북한 김정은이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해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리설주는 노란 물방울무늬의 붉은색 재킷과 검은색 스커트차림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 공식 인정을 받은 리설주는 2009년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 사이에 자녀가 1명 있다는 설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국정원에 따르면 리설주는 1989년생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양 금성제2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중국으로 건너가 성악을 전공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유명 가수이며 김일성대 박사 과정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과 결혼 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6개월 동안 퍼스트레이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설주가 예술단원 출신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관람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음악회에 '리설주' 이름의 가수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 되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북소식통 등이 리설주가 예술인 출신이라고 추측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여가수의 동그란 얼굴형과 이목구비 등이 김정은의 부인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을 비롯해 가족을 철저히 비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며느리를 무대에 세웠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 동일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과 결혼…자녀 있다는 소문 나돌아
평번한 가정서 태어나 성악 전공한 유명 가수
2005년 인천육상대회 때 응원단으로 남한 방문

리설주는 지난 7일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때 김정은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리설주를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라는 설부터 시작해, 또 다른 여동생 김정옥, 배우자, 모란봉악단 관계자 등 수많은 설이 나왔다.

리설주의 베일을 벗길 주목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 리설주가 과거 한 차례 남한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일인물로 거론된 것이 발단이었다. 정보당국이 관련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협력단' 소속으로 온 여학생을 포착했다. 사진 속 리설주는 얼굴 생김새 등이 김정은 부인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 당국자는 "남한을 방문했던 학생 리설주가 노래와 악기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단 가수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밝혔었다는 점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 리설주와 동일인물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26일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인용,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전교조 주관의 남북 교사회담에 참석하여 중학생 신분으로 남한 인사와 접촉한 기록도 발견됐다. 인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러한 의문은 사실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러한 기록들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으로 간택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성장 과정에서 남한의 발전을 목격한 리설주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개혁?개방 구상에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의 부인으로 정해졌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북한은 퍼스트레이디의 프로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행보와 역할에 대해서 국내외 언론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리설주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만큼 이러한 측면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정치가 유연해져 점진적으로나마 개방을 향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북한에서 최초로 퍼스트레이디가 발표된 것도 전 정권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스타일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는 리설주가 북한 역사에 변곡점이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베일에 쌓인 채 방송을 통해 모습만 드러냈던 김정은의 부인의 이름이 공식석상에서 공개 된 것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구상에
조언자 역할할 듯"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우자들은 모두 은둔의 여인으로 남겨졌다. 김일성은 사망 한 달 전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인 김성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경우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비롯해 성혜림, 김옥 등 4~5명의 부인을 뒀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도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쳤고 공개석상에서 동반한 사례도 없었다. 김정은 우상화 차원에서 기록영화에 김정일?고영희의 생전 모습이 공개된 것이 전부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10대 때 유럽(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부인을 동반한 서구 지도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아직까지 북한 내에서 '철없는 어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떼지 못했다. 어린 이미지는 권력기반을 다지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지만 부인이 있다는 점을 외부에 대대적으로 공개해 '꼬마대장' 이미지를 불식시켜 권력 추국의 기반을 확실히 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치밀한 각본이 짜여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달 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리설주를 전략적으로 방송에 공개해 궁금증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 '미스터리 여인' 공개
아킬레스건 '꼬마지도자' 이미지 벗나
체제 굳히기 계산…"개방 리더십 보인다"

시나리오 진행의 행동 대장으로 지목 받는 사람은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김경희는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고모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북한의 선전?선동 전문가들이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시기를 정해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려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김설주를 김정은의 옆자리에 세워놓고 반응이 충분할 때까지 여론을 살폈다는 얘기다. 이들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원수 칭호를 붙이는 등 권력기반을 충분히 다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 조선중앙TV 기자출신 탈북자 장해성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치밀한 각본하에 김정은의 부인을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장씨는 "언젠가는 마누라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미리 사전 포장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일성 부인 김성애를 예로 들며 "김일성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김성애가 어떻게 해볼라고 난리치면서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갔다. (그런데)김정일한테 완전히 칼맞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고영희는 만수대예술단 배우였다. 아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김정일이)너무 색을 밝히다 보니까 마누라로 내세우기 민망했을 것"라며 김정은의 노출 전략은 이들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인터뷰로 미루어 보면 김정은의 이 같은 행동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뚜렷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이며, 충분히 계산된 행보로 볼 수 있다는 데 설득력이 더해진다.

선대와 다른 행보
권력기반 다지기

북한의 나이 많은 군부를 상대하기에 김정은은 나이가 어린 편이다. 권력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어린 나이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정은의 일련의 행보들은 이를 의식하고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의 표출로 진단된다.

리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외신들은 난리다. 그만큼 이례적이라 그렇다. 외신들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유명세가 헐리우드 스타 부부인 브래드피트-안젤리나 졸리 못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김정은의 결혼과 배우자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개방적 리더십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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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