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대표 “언더독의 승리”

칸에 이어 오스카 4관왕까지 ‘놀라운 경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부문서 ‘패러사이트’(Parasite)가 울려 퍼지자,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하나만 받아도 엄청난 성과인데, 영화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서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내 영화계 종사자들은 물론 ‘시네필’이라 불리는 영화광들 모두 한 마음이 돼 기뻐했다.
 

▲ ▲▲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CJ엔터테인먼트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제작자로서 이름을 올린 이가 바른손 E&A의 곽신애 대표다. 영화 전문 월간지 <키노>(KINO)의 창간 멤버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영화 <친구>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자 <은교> 정지우 감독의 아내다. 이처럼 주변에 영화인들로 즐비한 그는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고 칭한다. 기자 시절부터 팬이었던 봉준호 감독 영화의 제작자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우연히 자리에 앉게 된 영화 제작사 바른손 E&A의 대표가 돼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과 김래원이 나온 <희생 부활자>를 제작했지만, 성공에는 실패한다. 그리고 만든 작품이 <기생충>이다. 자신의 자질에 확신이 없었던 곽 대표는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인 제작자가 됐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서 유례없었던 경험을 하게 된 그의 놀라운 과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곽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오스카 수상 후 소감의 시간이 짧았던 것 같은데 더 할 말이 있다면?

▲곽신애 대표(이하 곽) : 봉준호 감독님 수상 소감을 제가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시상식서 제가 받는 상은 작품상이다. 맨 뒤에 하게 되는데, 감독님 수상 소감을 듣고 겹치지 않게 말한다. 감독님이 정말 상을 받을 줄 몰랐었는지,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서 다 해버렸다. 그래서 남은 게 아카데미 회원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고마운 게 사실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과 영광을 안겨준 상이다. 그것을 굳이 우리처럼 미국 내에 속하지 않은 영화에 준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본질적 가치, 곧 ‘어떤 영화가 본질적으로 좋은 영화냐’라는 것에 제가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 같았기 때문에 <기생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 공감대가 느껴져 확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 영어도 못하고 타지서 와 동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작품상 받고 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생각이 같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 수상을 어느 정도 예측했나? 네 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곽 : 많은 매체가 예측 기사를 썼다. 계속 바뀌었는데, 막판까지도 작품상과 감독상은 <1917>이 우세했다. 각본상도 <원스 어폰 어 헐리우드>와 각축전이었다. 근데 모든 상들이 모두 우리에게 와서 정말 놀랐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시상식 전까지 평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영화가 좋으니까 안 주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다 받을 줄은 몰랐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받을 땐 ‘와!’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때도 심사위원까지는 받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고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도 우리가 ‘핫’했다. 봉준호 감독이 인기스타였다. 사람들이 우리만 예쁘게 바라보고 어딜 가나 환호성이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열정적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국제 장편 영화상 외에 뭐라도 받겠지는 했다. 우리끼리 내기할 때도 다들 감독‧각본‧작품 다 걸긴 했는데, 다 받아버렸는데 그럴 줄은 몰랐다. 송강호 선배랑 저랑 둘이 작품상 걸었다. 제작자인데 작품상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냥 걸었다.

- 일각에선 <기생충>의 수상이 정치적인 해석으로 인해서라는 의견이 있다. 최근에 무역전쟁이나 트럼프의 신 자유주의와 빈부격차 등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예측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곽 : 그런 해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8000명이 투표했는데, 그런 영향을 받고 투표한 분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일단 영화에 놀랐고 감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이 영화 만든 사람이 누군가 하고 인터뷰나 공식석상서 소감을 전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봉 하이브’(봉 감독 열성 팬덤)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말 거대한 팬클럽 같았다. 봉 감독이 멘트만 하면 웃고 <기생충> 작품 설명만 해도 좋아하고, 아무튼 우리를 너무 좋아했다. <기생충>과 봉준호라는 예술가를 너무 사랑한다고 여겼다.


-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쓴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곽 : 백스테이지서 한진원 작가랑 봉 감독이랑 셋이서 얘기를 나눈 시간이 잠깐 있었다. 그때 봉 감독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라. 그때 내가 ‘나는 알겠는데요’라고 했다. 뭐냐고 물어보더라. 그때 내가 한 말이 뭐였냐면, 회원들이 언론이나 여론의 예측대로만 하면 봉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가는 걸 장담할 수 없으니 봉준호라는 이름이 들어간 투표용지에 다 찍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봉준호란 이름이 명기된 상은 다 받았다.

각본이나 감독, 장편, 작품도 다 봉 감독 이름이 들어갔다. 만약 봉 감독이 다 유력했으면 아마 상을 못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 2~3위였다.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한국서 예측할 때 <기생충>을 안 본 사람들이 많아 수상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체감은 거의 못 했나?

▲곽 : 대부분 우리가 조합상이나 비평가협회를 갔는데, 비평가 쪽은 다 봤다. 맨날 하는 소리가 ‘나는 몇 번 봤다’였다. 한 번 본 게 아니라 두 번, 네 번 이런 식으로 횟수를 얘기했다. 설레발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으로 정말 애정이 극렬했다.
 

▲ ▲ ⓒCJ엔터테인먼트

- 아카데미가 수년간 변화를 해왔는데, 아카데미 내의 변화를 체감한 게 있는가.

▲곽 : 노미네이션 된 다른 작품의 PD가 “일요일에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작품상을 <기생충>이 받았으면 한다는 말이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그녀가 자기 팀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웃음). ‘왜 이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을 해봤다.

정리하면 그 사람들이 원했던 거 같다. 원했던 게 뭘까. 물론 이번에도 좋은 영화가 많았지만, 미국 할리우드 본토서 나온 최고로 좋은 작품이 나온 해에는 다른 나라 작품에 손을 들어주기가 좀 그럴 것 같다. 올해에는 <기생충>이 워낙 탁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상황에 이런 작품이 나왔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줄 수 있냐는 생각이 미국 내 회원들 전반에 든 것 같다.

- 봉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 초반부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급사 대표인 톰킨의 설득으로 마무리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 어떤 것 같나.

▲곽 : 톰킨의 설득은 아는 바 없다. 옆에서 보니 감독님은 사교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통 영화 보거나 시나리오 쓰거나 같이 영화 만드는 사람들하고만 온 시간을 보낸다. 잘 돌아다니지 않고 최소한의 것들만 한다.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라, 오스카 캠페인 초기에는 ‘얘네들은 무슨 파티를 이렇게 좋아하나’며 힘들어하긴 했다.

아마 본인이 보낸 적 없는 것에 시간을 써야 하니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거기서 만난 배우나 감독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사랑하고 만드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위안을 찾았던 것 같다.

오스카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있었다. 이 영화를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영화의 명성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긴 했는데, 하는 중에 이 힘겨움을 감내해야 하는 동력은 도저히 못 찾다가 좋은 감독 및 배우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힘을 얻은 것 같다.


-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지금, 레이스를 처음 겪어본 것에 대한 경험과 소회를 털어놓는다면?

▲곽 : 하면서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과정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웃음) 제 나름대로 정리한 건 미국 영화산업이 몇 십년 동안 자기 산업을 선진화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여름이나 텐트폴 시장에 나온 영화를 제외하고 주목할만하고 힘을 실어줄 만한, 또 미래 세대를 위한 작품을 골라내고 검증해서 상을 주고, 그러면서 다시 영광을 안겨주는 시스템이다.

노미네이트 된 영화에 참여한 사람이거나 상을 받거나 하면 명성과 힘을 얻고 주목을 받는데, 그 과정이 매년 있는 것이다. 저도 미국 영화 중에 기억나는 게 텐트폴 영화라 아카데미 수상작이다. 우리나라도 여름 겨울 텐트폴 영화 말고 영화에 힘을 주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은데, 영화산업의 종주국 같은 미국이 스스로 산업을 키워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미경 부회장이 뒤에서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식사도 하고 로비도 하는 등 100억원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설명한다면.

▲곽 : 부회장님이 식사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영화가 애매했다면 뽑혔을까 싶다. 그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같다. 사실 CJ 측이 목표를 높게 잡긴 했다. 나는 잘 몰라서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CJ 실무자들은 주요 부문 노미네이션까지 바라봤다. 그 계획을 잡은 것부터가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캠페인 비용은 다 썰이고 그냥 지원하는 건 없었다.

예를 들어 국내서도 마케팅 비용을 잡을 때 이 영화가 500만일 것 같은데, 돈을 좀 더 쓰면 1000만 갈 것 같다 생각되면 돈을 더 쓴다. 오스카 캠페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에서 벌어들일 수익을 고려해 비용을 정했다. 스폰이나 지원이 아닌 마케팅 비용이다.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만 되도 스크린 1000개가 더 늘어난다. 받으면 2000개가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썼다.
 

▲ ▲▲ 기뻐하는 <기생충> 제작진 ©A.M.P.A.S.®

LA 시내의 대형 TV에 <1917>과 넷플릭스 영화만 걸려있었다. 우리도 그걸 쓰느냐 마느냐를 고민했다. 이따금 걸렸다. 광고비서 차이가 크게 나고, 일반적으로 홍보비는 비슷하게 쓴다. <기생충>이랑 <조조래빗>이 제일 조금 썼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이바지한 바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판단을 미리 하고 먼저 나서서 해보자고 한 것이다. 실제로 LA에 사시고 아는 사람도 많아 이 영화가 확산하는 데 분명 도움은 있었다고 본다. 한쪽을 너무 강조하면, 한쪽이 무너진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나 이미경 부회장이나 CJ 모두 다 자기 역할 이상을 잘 해냈기에 이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기생충>으로 인해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곽 :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나? 김연아가 금메달 땄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저절로 다 잘 되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현장서 느낀 건 <기생충>이 좋은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잡지나 유명 블로거, SNS서 <기생충>이 재밌었으면 이것도 보라고 하면서 영화 추천이 활발하게 있었다. 넥스트 봉준호에 관한 기사도 있었고, 국내 한국 영화 감독들이 많이 언급됐다. 분명 좋은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되진 않을 것 같다.

- 세계적인 제작자가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제작자로서 살아가는 데 기준이 생긴 게 있나.

▲곽 : 이렇게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을 줄 알았으면, 영어를 좀 더 준비하는 건데 쓸 데가 없긴 하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은 다른 감독들과 영화를 디벨롭(Develop)하는 건데, 거기는 또 거기라서 <기생충>하고는 상관이 없다. 홍보할 때도 절대 내 이름 쓰지 말라고 할 거다.

- 국내서 여러 감독과도 작업했었고 봉 감독과도 작업했는데, 봉 감독이 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좋은 제작 여건서 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감독들과 갭이 있다고 여기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곽 :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다. 봉 감독은 지난 6편을 통해 작품도 좋은데 돈도 번다는 인식을 영화인들에게 심어줬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좋았다. 본인이 쌓은 본인의 성과일 뿐이다. 그런데 신인이 와서 ‘봉 감독은 이런 지원을 받았다’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시장이 바라보는 사이즈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시장이 그런 모험을 싫어한다는 인식이 있다.

▲곽 : 꼭 그렇다는 생각은 안 든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이 평가를 받았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그 사람의 실력에 다음 시나리오가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첫 영화가 결과적으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투자사로부터 ‘괜찮은 시나리오 나오면 보여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엄 감독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 제작자의 개성이 사라지는 시대라는 말도 있다.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곽 : 그렇다면 <가려진 시간>도 투자 받지 못했을 수 있다. 아무리 강동원이 캐스팅됐다고 해도 그랬을 수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투자배급사라는 덩어리로 혹은 그 로고로만 떠올리면 안 풀리는 부분이 많을 것다. 투자사 중에도 엄청난 시네필들이 있다. 가끔 나한테 어떤 감독을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흥행을 잘한 감독도 아닌데 왜 만나게 해달라고 하냐고 물어보면 그 감독이 좋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광이 투자사에도 많은데 나보다 더하다.

영화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애매하게 갈등하다가 흥행도 안 되고 평가도 안 좋으면 그때는 진짜 답이 없는 것 같다. 해당 영화 감독을 살려낼 방법이 정말 없는데 그건 제작자의 잘못이다. 나 역시 두 편의 영화로 투자사에 손해를 끼쳤다. 그럼에도 내가 했던 감독들이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결국은 시나리오인데 잘 쓰면 의외로 쭉쭉 풀린다. 그 전까지가 힘든 것이다.

- <기생충>과 똑같은 시나리오를 신인 감독이 들고 왔다면, 과연 곽 대표는 작품을 함께 했을 것 같나.

▲곽 : 나라면 했다. 아마 투자사를 설득했을 것이다. 대신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엑시트>는 돈이 많이 든 영화지만 신인 감독이었다. 결국, 성공까지 했다.
 

▲ ▲ ⓒ문병희 기자

- 봉준호가 아니라 시나리오 때문에 <기생충>을 한 것이라는 말인가.

▲ 무슨 소리냐. 둘 다다. 한국 제작자 모두 봉 감독이 제목만 말해도 다 하자고 할 것이고 백지도 필요 없다. 그 전의 신뢰가 있지 않나. 이미 들은 얘기들은 수도 없이 많다. 봉 감독이면 무슨 작품이라도 한다.

- 봉 감독은 일종의 권력이 됐다. 의견이 부딪혔던 적은 없나.

▲곽 : 권력은 잘 쓰면 좋은 것이고, 휘두르면 나쁜 건데 봉 감독은 월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나한테 상의를 구한다. 게다가 워낙 준비를 잘 해와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하게 된다. 물에 잠기는 동네 컷을 만들 때 이미 본인이 공부를 다 해와 예산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때 외에도 돈을 계속 줄여준다. 제작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감독이다. 워낙 합리적인 안을 갖고 오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었다.

가끔 어떤 컷이 이 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감독이 그 컷을 계속 고수하면 싸우게 된다. 항상 싸우는 게 이런 부분이다. 투자사와 제작사 간 싸울 때도 있고. 봉 감독은 CG며 뭐며 다 공부를 엄청 해서 그럴 일이 없다.

- 옆에서 봉 감독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봉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 곽 : 정말 착하다. 착하다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천재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비위 상할만한 말이나 이런 건 절대 하지 않는다. 저랑 (조)여정씨랑 늘 하는 말이 ‘사람이 어떻게 저래?’다. 여정씨가 봉 감독님이랑 일하면서 사람 대하는 방법이나 상황에 대한 태도를 너무 많이 배우고 감동한다고도 했다. 저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태도를 보인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 대표님에게 <기생충> 전과 후는?

▲곽 : ‘영화 제작을 계속해서 해도 될까?’라는 지점서 헷갈림이 많았다. 얼떨결에 위에 계시던 대표 프로듀서가 나가서 대표가 됐다. 이후 열심히 하는데도,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 없었고, 겨우 <가려진 시간>과 <희생 부활자>를 했는데 둘 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제작하면서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기생충>을 하게 됐고, 어쨌든 감독이 큰 역할을 해서 이만큼 왔지만, 적어도 내가 폐는 끼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원초적인 질문인데, 오빠와 남편도 감독이다. 또 할 생각은 있나?

▲곽 : 절대 없다. 오빠와도 하고 남편과도 했었는데, 한 바구니에 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각자 하는 게 훨씬 좋다. 남편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좋은 파트너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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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