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별 부동산 공약 보니…

2020년 경자년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과 내수시장 침체로 다수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다수 요인을 종합해 볼 때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자년 부동산 시장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부동산 관련 공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게 때문이다. 각 정당별 부동산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시장
선거 영향은?

먼저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의 핵심은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를 통한 주택 10만호 공급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고, 금융 지원을 통해 청년·신혼부부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세부 공급 내용은 ▲수도권 3기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 내 청년벤처타운, 신혼부부 특화단지 연계 청년·신혼부부 주택 5만호 공급 ▲광역 및 지역 거점 구도심 내 혁신지구 도시재생 사업 및 첨단복합 창업단지 조성 연계 4만호 공급 ▲서울 용산 등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에 행복주택 및 신혼희망타운 연계 청년·신혼주택 1만호 공급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는 경기 남양주 왕숙, 경기 고양 창릉, 경기 하남 교산, 경기 부천 대장, 인천 계양이다. 택지개발지구는 경기 시흥 거모·하중, 경기 과천, 경기 안산 장상, 경기 용인이다.


이와 함께 금융 부담 완화 방안도 마련했다. 일반 수익공유형 모기지보다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상환 기간을 연장한 청년·신혼부부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2022년까지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과 맞춤형 금융지원 대상을 각각 100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총선 공약은 시장 위주의 규제 완화 정책이 주를 이룬다. 현 정권이 묶어놓은 규제를 풀고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다.

완화, 폐지, 재검토, 공급…
4·15 총선 각종 대책 발표

세부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인상 저지 ▲고가 주택 기준 상향조정을 통한 세금 폭탄 제거 ▲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 등이 이번 공약에 담겼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의 경우 공공임대 비율 확대나 각종 부담금 부과 등 기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아닌, 단지 내 공원 녹지 및 도로 등의 시설들을 설계하거나 인허가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해서 내집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화 방안도 언급했다. 이들을 위해 청년주택을 특화 및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는 내용이다. 기존 임대·원룸·아파트·단독주택형뿐만 아니라 학세권·역세권·숲세권 등 취향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수요자들은 신도시나 택지보다는 원도심 재생 사업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도심의 높은 주택가격에 떠밀려 신도시·택지지구 등 외곽으로 떠났던 이주민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 도시 외곽지역 역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며 출퇴근 시간 증가, 교통체증, 주택 가격 상승이 일어난 탓이다.


부동산 개발정책도 원도심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내세우며 원도심 기능 회복을 강조해왔다. 실제 서울을 비롯해 인천시와 대전, 부산, 수원 등 지자체에서도 원도심 재생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청년·신혼 
안정화 방안

1인 경제를 뜻하는 ‘일코노미’ 현상도 올해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9.3%(584만5894가구)로 지난 2000년 225만5298만명 대비 3배가량 늘었다. 오는 2035년에는 1인가구 비중이 35.2%(795만여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1인가구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일코노미 문화를 잘 드러내는 틈새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올해에는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을 꼽을 수 있다. 

물건 선점
수익 기대

1인 창업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섹션 오피스도 주목받고 있다. 섹션오피스는 면적이 큰 오피스와 달리 모듈형으로 설계돼, 사용자가 필요한 만큼만 분양 받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보니 분양가가 저렴하고, 1인 기업 증가로 찾는 사람도 많아 환금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출로 발생하는 이자보다 월세가 높아지면서 좋은 입지의 물건을 선점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은 자본금으로 높고 안정적인 임대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주자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 섹션 오피스 등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인 역시 손쉽게 투자할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에 풍부한 부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는 점, 기존 인프라가 풍부한 원도심 재개발 등이 경자년 부동산시장의 핵심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경자년에 주목받는 수익형 상품.
 

▲여의도 포레디움(오피스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 107번지 외 4필지에 단층형과 복층형 원룸으로 공급되는 ‘여의도 포레디움’ 오피스텔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연면적 4994.01㎡, 지하 1층~지상 18층, 1개 동으로 총 4가지 타입, 전용면적 20 ~22㎡에 실사용면적 20~33㎡(복층서비스면적 감안시) 중소형 주거상품으로 구성된다. 총 153실로 2~9층은 복층형 72실, 10~18층은 81실로 공급된다. 전용률은 약 66~67%선이고 총 주차대수는 79대다. 

슬라이딩도어 설치, 침실공간 분리, 빌트인 가구배치 등 수납공간 확보로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실외기 및 보일러실 별도 공간설치로 수납공간이 추가 확보된다. 시행사는 포레디움, 시공은 태산종합건설, 자금관리는 아시아신탁㈜이 각각 맡았다. 계약금 10%, 50%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준공은 2021년 12월 예정. 
 

▲인하 한양아이클래스(생활숙박시설)= 인천시 남구 용현동 573 -7번지 외 1필지 일반상업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인하 한양아이클래스’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838.41㎡,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로 생활형 숙박시설 493실 및 근린생활시설 27호실이 공급된다. 일부 층은 오션뷰가 가능하다. 주차대수는 159대, 전용면적 20.02~ 40.10㎡, 총 11타입으로 주력은 A타입(20.07㎡)으로 333실에 달한다. 4층에 테라스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제공된다. 


내부시설로는 커뮤니티공간인 지상 24층 휴식공간 정원(바베큐장), 호텔급 럭셔리 설계가 적용된다. 지하 1층 코인세탁실, 북카페, 지상 4층 휘트니스센터, 개별창고도 제공된다. 계약금 10%,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있다. 실투자금 4000만원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외곽 이주민 다시 도심으로? 
원도심 재생사업 집중 추진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생활숙박시설)= 인천내항 개발, 수인선(2020년 개통 예정) 등 미래가치를 품은 인천 중구 신흥동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레지던스가 분양한다. 인천내항 개발사업을 기점으로 환골탈태 예정인 인천 원도심에 자리해 미래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인천내항 개발지 일원과 맞닿아 있어 개발사업 진행되면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덕은지구 드림코어테라스(섹션 오피스)= 전체면적 대비 1.3%의 상업지 비율로 상가의 희소성이 높은 덕은지구에 상업시설 ‘덕은지구 드림코어테라스’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부터 지상 13층 규모로 1층에는 F&B, 1층과 2층을 연계하는 업종·일반음식점·은행·세탁소·약국·편의점 등 실생활 편의 중심의 업종을 권장하고 있다. 2층에는 전문식당가·증권 및 보험회사 등의 업종을 권장하고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은?

3층은 레스토랑·씨푸드뷔페 ·코인노래방·스몰 펍·PC카페·이자카야 등 엔조이 라이프 업종, 4~6층은 뷰티·치과·소아과·한의원·피부과·내과·안과 등 메디컬 업종, 7층은 권투·주짓수·체육관·에어로빅센터·필라테스 센터 등 헬스케어 업종을 권장한다. 8~12층은 섹션오피스로 소형, 중형, 대형 오피스 구성이 가능하다. 스튜디오형과 오피스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13층에는 스카이라운지로 모던바, 패밀리 레스토랑 등 업종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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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