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는데…묻고 더블로 가?

경자년에도 정부의 이어지는 아파트 위주 규제책과 저금리 기조로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틈새상품으로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이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예상보다 거세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보유세 강화 등 규제가 잇따르면서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자금이 대체 투자처를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선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담보대출 규제와 전매제한, 보유세 부담에서 아파트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거 대체재로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은 투자든 주거든 규제를 벗어나면서 초기비용이 적어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수익형 부동산 중 가장 친숙한 상품은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2~3년 전부터 투자자 사이에서 비선호 상품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장 환경을 바꾸고 있다. 안정적인 월세를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텔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5.20%, 인천은 6.52%선으로 1~2%대인 시중 예·적금 금리를 크게 웃돌고 있다. 매매가격이 연간 기준 1~3% 정도만 상승해도 5~7%가량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 반사 효과
아파트 누르니 오·생 상품 활기

경자년 새해에도 오피스텔 분양소식이 들린다. 올해 1분기에는 수도권에서 10여개의 브랜드 오피스텔 분양이 예정돼 있다. 

2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쌍용 더플래티넘 서울역’(576실)과 송파구 ‘쌍용 더플래티넘 잠실’ (192실)이, 경기 성남시에서는 ‘성남 고등자이’(363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320실)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역세권인 데다 상위권 시공사 브랜드 오피스텔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3월에는 직주근접성이 좋은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99 실)과 수원 정자동 ‘대유평지구 푸르지오’(438실), 인천 서구 ‘청 라국제도시 오피스텔’(1630실) 등이 분양에 나선다.
 

▲방학 신화하니엘시티= ‘방학 신화하니엘시티’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711-1번지에 일대에 지하 1층~지상 17층 2개동 규모로 A타입 175실, A-1타입 93실, B타입 47실, 총 315실이 공급된다. 모든 세대가 복층형 오피스텔로 구성돼 있다. 분양가는 1억원 중반대로, 실투자시 약 5000만원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최장 10년 임대관리 임대료보증서를 발급해 투자자의 공실부담을 덜어 투자안전성을 높였다.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좋고, 수납공간이 많은 장점이 있다. 여기에 태양광 시스템과 오르내리기 편한 계단을 설치했다. 풀퍼니쉬드와 트렌디한 마감재, 다양한 옵션 등 상품 자체의 차별적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통환경도 우수하다. 출퇴근이 용이한 1호선 방학역과 1, 4호선의 창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동부간선도를 통해 도심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생활환경도 좋다. 홈플러스, 빅마켓, 이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박스 등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방학사계공원과 방학천문화예술거리, 플렛폼 창동61, 시립운동장 등 다양한 문화·체육시설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호재도 많다. 방학동 일대는 서울 동북권의 최대 개발호재 중 하나인 창동역세권 개발 계획과 확충·개선되는 교통인프라(GTX-C노선 예정 및 우이~신설 경전철 연장 등) 계획,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공연장 및 복합문화시설 조성사업이 있어 향후 높은 시세상승이 기대된다. 시행사는 코람코, 시공사는 신화종합건설, 금융주관사는 유진투자증권이 하고 있다. 입주는 2021년 2월 예정.
 

▲동대문 베네스트 2차=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들어설 ‘동대문 베네스트 2차’가 분양 중이다. 초역세권이라는 지리적인 장점과 높은 미래비전, 특화된 제품 설계 등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동대문 제기동역 10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오피스텔로, 지하 5층~지상 16층, 오피스텔 206실로 구성돼 있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동대문 베네스트 어반 라이프’의 두 번째 사업이라 인근 수요자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공급되는 면적은 21㎡A·B, 29㎡, 35㎡, 58㎡까지 5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특히 전 세대를 복층으로 설계했다. 복층은 단층 구조에 비해 공간 활용이 좋고,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복층에 대한 로망이 크기 때문에 추후 높은 임대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주목할 점은 흔한 원룸의 평면을 넘어서 다양한 구조가 준비됐다는 것이다. 21㎡, 29㎡는 글라스월 설치로 침실과 주방을 분리해 원룸의 단점을 극복했다. 35㎡는 거실과 방이 분리된 1.5룸으로 준비돼 있다. 58㎡는 오피스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2룸 3베이 구조라 신혼부부 등 2인 이상 가구도 넉넉히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시대에 맞게 IoT 홈네트워크도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 밖에서도 집 안 조명이나 전기, 가스 등을 원격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건물 옥상에는 옥상정원을 설계해 입주민만을 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주거·투자 대체 투자처
규제서 상대적으로 자유

이 밖에도 풍부한 생활 인프라로 수요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1호선 제기동역이 근접한 초역세권에 롯데마트,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약령·경동시장, 대학병원이 가까이 있어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단지 옆 정릉천 산책길을 이용하면 청계천과 용두공원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고려대, 성신여대, 경희대 등 많은 대학교가 밀집되어 있어서 학생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동대문 및 종로 등에서 직장인 수요까지 확보하고 있다. 

동대문 개발의 후광효과를 고스란히 받는 오피스텔로 앞으로의 가치가 더욱 기대된다. 용두동, 청량리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동대문 베네스트 2차’ 인근이 새로운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우선 홍릉일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됐다. 더불어 동북선 도시철도가 2024년 개통 예정이다. 제기동역은 환승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는 “초역세권에 설계도 뛰어나고 비전까지 좋아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생활 인프라가 좋아서 살기에도 좋고, 미래가치가 높아서 투자상품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생활숙박시설

생활숙박시설은 오피스텔과 비슷하지만 숙박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온 곳은 부산 해운대구 ‘엘본 더 스테이’ (329실)와 전남 여수 웅천지구에 들어서는 ‘여수 웅천 캐슬 디아트’(400실) 등이다. 수도권에서는 인천에 ‘영종 랜드마크 블루오션3’(672실)가 상반기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인근 자연환경이 뛰어나 관광 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오피스텔 개념의 주거시설로 객실 안에 거실과 세탁실, 주방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교적 부담이 적어,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주거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입자를 관리하고 직접 상대해야 하는 오피스텔과는 달리, 전문 운영업체의 위탁관리로 부담이 적고 유지보수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에서도 자유롭다. 임대사업 경험이 적은 투자자의 경우 오피스텔보다 생활숙박시설 선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부산 해운대, 속초, 여수까지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인하 한양아이클래스= 인천시 남구 용현동 573-7번지 외 1필지 일반상업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인하 한양아이클래스’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838.41㎡,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로 생활형 숙박시설 493실 및 근린생활시설 27호실이 공급된다. 일부 층은 오션뷰가 가능하다. 계약금 10%,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실투자금 4000만원대로 투자할 수 있다.

주차대수는 159대, 전용면적 20.02~40.10㎡, 총 11타입으로 주력은 A타입(20.07㎡)으로 333실에 달하며 4층에 테라스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제공된다. 내부시설로는 커뮤니티공간인 지상 24층 휴식공간 정원(바베큐장), 호텔급 럭셔리 설계가 적용된다. 지하 1층 코인세탁실, 북카페, 지상 4층 휘트니스센터, 개별창고도 제공된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과 관광객까지 수용하는 생활형 숙박시설로 장·단기 숙박을 통한 임대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이다. 수인선 숭의역 1번 출구와 도보 2분거리(100m)며, 숭의역을 중심으로 국철 1호선 도원역과 약 1㎞거리다. 신포역, 인하대역, 동인천역, 제물포역 등 지하철 이용이 용이하다. 제1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인천시내 전역은 물론 서울까지 이동이 편리한 광역교통망을 자랑한다.


주변 개발계획도 많다. 사업지 주변에 숭의운동장 도시 개발 사업과 여의주택재개발사업, 용마루지구 도시환경개선사업 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근으로는 연면적 6만6805㎡에 달하는 ‘골든하버 프로젝트(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가 201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은 향후 각종 쇼핑·레저시설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관광 휴양단지인 ‘인천항 골든하버’가 함께 개발될 예정이다. 준공 시 연간 약 30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확보될 예정이다.

주변 인프라와 임대수요도 풍부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인하대병원, 현대유비스병원, 인천기독교병원, CJ제일제당, 한진 물류센터 등 19만 이상의 임대수요가 밀집해 있다. 인천 남구는 대학생 및 직장인의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 공급이 절대 부족한 지역으로 꼽힌다. 반경 1㎞ 이내 용현초, 신광초, 신흥여중 등 다수의 교육시설 환경도 우수하다.

분양 관계자는 “역 출구와 인접하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적 장점뿐만 아니라 향후 각종 개발호재들의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주택담보대출·전매제한 등의 각종 규제와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요자들의 높은 호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인천내항 개발, 수인선(2020년 개통 예정) 등 미래가치를 품은 인천 중구 신흥동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레지던스가 분양한다. 인천내항 개발사업을 기점으로 환골탈태 예정인 인천 원도심에 자리해 미래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인천내항 개발지 일원과 맞닿아 있어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내항 개발사업은 해양수산부 및 인천시 역점 사업 중 하나로 3㎢에 달하는 면적을 해양문화지구·복합업무지구·열린주거지구·혁신산업지구·관광여가지구 등 5대 특화지구로 선정해 개발하는 것이다. 

교통호재도 뛰어나다. 수인선(수원-인천간 복선전철)이 2020년 12월 개통 예정으로, 개통되면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에서 도보로 숭의역, 신포역을 통해 수원역까지 빠른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또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 인천발 KTX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아울러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2025년 예정), GTX-B 예타 통과 등 교통호재가 잇따라 있어 교통망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분양 관계자는 “42층 초고층으로 건립되는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는 희소가치 높은 하버뷰 및 오션뷰 프리미엄과 함께 일대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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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