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코로나 정국’에 대해 정치권은 총선 전의 큰 핵심변수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서 코로나 정국이 지속될수록 여당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대응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정치적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정국’이 두 달 남은 총선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정부 향해
비판 수위↑
감염증 확산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어지는 ‘문정부 저격’을 두고 일각에선 총선 전 국민들의 불안을 선거판에 끌어다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문정부를 향해 ‘늦장 대응’ ‘중국 눈치보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서 열린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당·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서 황교안 대표는 “진료현장서 의료인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며 “부실한 검역관리 등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다 한 박자 늦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서 요청한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도 뒤늦게 수용됐는데 감염병 경보단계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입국제한도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후베이성이 아닌 곳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의 40%가 발생했는데 후베이성에만 입국 제한을 두는 건 잘못됐다는 논리다.
정부는 중국발 국내 입국 제한 대상을 현재 ‘후베이성 방문자’로 국한해 정부가 입국 금지 확대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는 여행경보 조정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철수권고와 여행 금지를 모두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정국’ 총선 변수로 부상
중국 혐오 부추기는 자유한국당
이를 두고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매일 약 1만10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광 비자를 금지했다가 검토로 넘어갔고, 한국인에 대해 중국 여행 제한한다고 했다가 다시 돌아섰다”며 “늦은 대책으로 방역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제 집단적 모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국면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제사회 동향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중국과의 교역과 이동 제한에는 반대 의사를 권고했다.
이어 강 장관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 내 방한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이 상반기에 방한한다는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양국 간 양해 사항에 아직 변함이 없다”며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문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서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한 후, 중국정부의 긍정적인 화답으로 인해 총선 전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 방한이 총선을 앞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경색된 양국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증가와 수출 증가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짜뉴스’
여야 공방
이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 중국에 대해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계략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뒷전”이라며 문정부를 겨냥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우한 폐렴 명명 등 ‘혐중’ 조장으로 여권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 후베이로부터 중국인 입국이 무방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을 부르는 명칭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의 명칭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로, 한국당은 우한 폐렴으로 명명하고 있다. 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 손실 등 여러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진 세계적 책임 부분에 대해 짚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 규범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중동 지역 명칭이 있어 사태 이후 국제사회서 중동 지역에 대한 불편함과 피해가 추가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질병명을 정할 때 지리적 위치나 사람 이름 등이 포함된 용어는 배제하도록 만들어진 국제 규범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또 공방전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당이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일부 야당 정치인이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며 ‘중국인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 경계하고 나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질병 명명을 두고 “중국 눈치 보기 프레임으로 연결시키는 게 문제”라며 “국제기구의 권고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거라는 가짜 뉴스가 워낙 횡행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혐중 심리 조장 발언을 일삼는 이유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이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파장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6월, 박근혜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한 달 동안 대통령 지지율이 4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한국갤럽이 2015년 6월16∼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박근혜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국내서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무려 20.4%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당 황 대표는 박정부의 국무총리였다.
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당은 가짜뉴스를 유포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가짜뉴스 차단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황 대표는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개를 가져다준 데 이어, 중국 관광객도 마스크를 싹쓸이하고 있어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스크 300만장 등의 지원은 정부차원이 아닌 한·중 민간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기에 불리한 여권
야당 ‘절대적’ 유리
아울러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중국 출장에 나선 한 무소속 자치단체장을 민주당 소속이라고 비판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무주군수가 폐렴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해외출장을 필리핀으로 갔다”며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알려졌다.
군수의 당적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한국당은 당 출입 기자들에게 ‘군수는 무소속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는다. 언론인 여러분은 정정 보도해주시기 바라며, 민주당과 황 군수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브리핑 발표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고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한국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금지 등을 주장하며 국민 불안감만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응한 것이다. 당 미디어특위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약 70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한 상태로,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것은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이자 민주당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국회 대응이 시급한 건 단언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 대응 특위 의결을 위해 서둘러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 건너 불구경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과거 박근혜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서 보여준 폐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해 4·15 총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예정대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그럴 때가
아닌데…
총선이 이번 신종 코로나로 연기된다면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감이 확산될수록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에게는 총선 전 정부의 무능함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제공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에 실패해 총선 일정이 바뀐다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