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자유한국당 웃음 짓는 이유

‘국민 불안’ 선거판에 이용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코로나 정국’에 대해 정치권은 총선 전의 큰 핵심변수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서 코로나 정국이 지속될수록 여당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 점검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대응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정치적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정국’이 두 달 남은 총선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정부 향해
비판 수위↑

감염증 확산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메르스 사태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정부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어지는 ‘문정부 저격’을 두고 일각에선 총선 전 국민들의 불안을 선거판에 끌어다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는 문정부를 향해 ‘늦장 대응’ ‘중국 눈치보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서 열린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국당·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서 황교안 대표는 “진료현장서 의료인들은 목숨을 걸고 있는데,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 짝이 없다”며 “부실한 검역관리 등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다 한 박자 늦게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서 요청한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도 뒤늦게 수용됐는데 감염병 경보단계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입국제한도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후베이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후베이성이 아닌 곳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의 40%가 발생했는데 후베이성에만 입국 제한을 두는 건 잘못됐다는 논리다.

정부는 중국발 국내 입국 제한 대상을 현재 ‘후베이성 방문자’로 국한해 정부가 입국 금지 확대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정부는 여행경보 조정을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 권고’로 상향하며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철수권고와 여행 금지를 모두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선회했기 때문이다.

‘전염병 정국’ 총선 변수로 부상
중국 혐오 부추기는 자유한국당

이를 두고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매일 약 1만10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광 비자를 금지했다가 검토로 넘어갔고, 한국인에 대해 중국 여행 제한한다고 했다가 다시 돌아섰다”며 “늦은 대책으로 방역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제 집단적 모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국면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제사회 동향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중국과의 교역과 이동 제한에는 반대 의사를 권고했다.

이어 강 장관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 내 방한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 주석이 상반기에 방한한다는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양국 간 양해 사항에 아직 변함이 없다”며 시 주석의 방한 일정 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 박성중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해 허위사실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문정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서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한 후, 중국정부의 긍정적인 화답으로 인해 총선 전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 방한이 총선을 앞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경색된 양국 갈등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의 완전 해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입국자 증가와 수출 증가 등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짜뉴스’
여야 공방

이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 중국에 대해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정치적 계략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뒷전”이라며 문정부를 겨냥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우한 폐렴 명명 등 ‘혐중’ 조장으로 여권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 후베이로부터 중국인 입국이 무방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을 부르는 명칭을 두고도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감염증의 명칭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로, 한국당은 우한 폐렴으로 명명하고 있다. 한국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경제적 손실 등 여러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진 세계적 책임 부분에 대해 짚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제 규범에 맞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중동 지역 명칭이 있어 사태 이후 국제사회서 중동 지역에 대한 불편함과 피해가 추가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질병명을 정할 때 지리적 위치나 사람 이름 등이 포함된 용어는 배제하도록 만들어진 국제 규범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또 공방전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당이 특정 지역을 노골적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일부 야당 정치인이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며 ‘중국인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 경계하고 나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질병 명명을 두고 “중국 눈치 보기 프레임으로 연결시키는 게 문제”라며 “국제기구의 권고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의 눈치를 보는 거라는 가짜 뉴스가 워낙 횡행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혐중 심리 조장 발언을 일삼는 이유는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감염병이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파장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6월, 박근혜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한 달 동안 대통령 지지율이 4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10% 이상 하락한 수치다.(한국갤럽이 2015년 6월16∼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시 박근혜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로 인해 국내서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무려 20.4%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당 황 대표는 박정부의 국무총리였다.

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당은 가짜뉴스를 유포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가짜뉴스 차단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황 대표는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개를 가져다준 데 이어, 중국 관광객도 마스크를 싹쓸이하고 있어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스크 300만장 등의 지원은 정부차원이 아닌 한·중 민간기업과 유학생이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기에 불리한 여권
야당 ‘절대적’ 유리

아울러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중국 출장에 나선 한 무소속 자치단체장을 민주당 소속이라고 비판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무주군수가 폐렴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해외출장을 필리핀으로 갔다”며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는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알려졌다.


군수의 당적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한국당은 당 출입 기자들에게 ‘군수는 무소속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 잡는다. 언론인 여러분은 정정 보도해주시기 바라며, 민주당과 황 군수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 원내대책회의서 모두발언하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식 기자

한국당은 민주당의 브리핑 발표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고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한국당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입국금지 등을 주장하며 국민 불안감만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응한 것이다. 당 미디어특위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약 70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한 상태로,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허위 사실을 게시한 것은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이자 민주당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국회 대응이 시급한 건 단언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 대응 특위 의결을 위해 서둘러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 건너 불구경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며 “과거 박근혜정부가 국가 위기 상황서 보여준 폐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로 인해 4·15 총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에 따르면 천재·지변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예정대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그럴 때가
아닌데…

총선이 이번 신종 코로나로 연기된다면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감이 확산될수록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에게는 총선 전 정부의 무능함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제공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역에 실패해 총선 일정이 바뀐다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야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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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