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삼킨 대형 이슈들

정치부터 문화까지 ‘싹 다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대형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는 관심서 밀려나게 마련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중국발 바이러스가 정치·사회·경제·문화·외교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잠식하고 있다. 그에 가려진 이슈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 최근 국내 이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쏠려 있는 가운데 선거개입, 국제 관계 등 대형 이슈들마저 빨아들여버린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첫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불과 23주 만에 한국 사회는 신종 코로나 이슈로 뒤덮였다. 식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염병 발발
시민들 촉각

2019년의 마지막날, 중국 보건당국은 1100만명이 거주하는 우한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27명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열흘 뒤인 지난달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20여일 만인 지난달 31일 중국 전역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서도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전염병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영화관, 식당 등 유동인구가 많던 장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으며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다. 지난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서울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 시민 인식 설문조사서 응답자의 77%매우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68.4%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신종 코로나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홍콩대 전염병 역학통제센터 게이브리얼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4월 하순과 5월 초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샤오화 독일 괴팅겐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가 3월 초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5월 초에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최소 한두 달가량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두 달 남은 총선 관심 없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 도배

그러면서 시민들의 관심사가 신종 코로나에 집중되고 있다. 확진환자의 전염 경로와 동선을 비롯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예방 물품, 예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에서 많이 언급한 화제의 키워드를 정리해 보여주는 뉴스토픽은 지난 5일 기준 신종 코로나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4·15총선= 4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정치인들의 출마·불출마 선언, 격전지 출마 예상후보,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공천룰 등으로 후끈 달아올랐어야 할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일정에 맞춰 진행하려던 행사들도 미루고 있다. 대신 신종 코로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선거보다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비후보들은 공약과 정책 이슈가 잠식돼 멘붕상태다. 시민들에게 선거운동 차원서 인사를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운 형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법무부 갈등=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으로 시작된 검찰 정국도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진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계속되던 차였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갈등 수위는 최고조로 치솟았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18), ·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113), 검찰 중간간부 인사(123), 최강욱 청와대 공직비서관 기소(123),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 13명 기소(129) 등 검찰과 법무부는 건별로 입장을 내놓고 정면으로 대립했다.


여야 모두
코로나 정국

지난 5일에는 추 장관이 청와대 하명 수사·선거개입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에선 법무부의 결정에 일제히 반발했고, 참여연대서도 공소장 비공개를 두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국종 vs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등 욕설을 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병실 배정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닥터헬기 운용 문제가 더해졌다.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외상센터장 사임원을 냈고 아주대병원은 지난 4일 이를 수리했다. 지난 5일 이 교수는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권역외상센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의료계에선 권역외상센터의 적자 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7곳이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부처
대책 마련

싹 묻힌외교 현안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본 수출규제 및 중동 관련 관계장관회의가 취소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주재하려던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국내 경제의 리스크 점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에 정부의 모든 행정력이 집중됐다. 공항과 항만의 방역 강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예산 운용,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협의, ··고등학교 개교 일정 연기 등 정부의 논의 대상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주제로 도배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경제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나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될 때마다 한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외교적 갈등 수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북미 문제도 뒷전이 됐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고착상태다. 지난 4(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서도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이 한 해의 분야별 국정운영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면담한 자리서 지금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 캄보디아와 아세안 각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각종 외교 현안 뒷전으로
북한, 일본, 이란…수면 아래로


북한도 신종 코로나 사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관지를 통해 주변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빠르게 전하며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확대되고 있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특집 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이 6월로 잠정 연기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상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상반기에 확정적이라고 지난 연말 공식적으로 밝혔고, 시기는 밝힌 바 없다. 한중 간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수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현재 중국은 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4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지난 14일간 후베이성서 체류한 바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서도 국내에 연락 가능한 연락처가 없을 시 입국을 금지하는 특별 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서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직접 상황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최소 1∼2달
이어질 것”

문화계 초토화= 영화·연극·공연 등 문화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아예 잠식됐다. 영화관 1일 관객 수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일부 국내영화는 개봉 일정을 연기했다. 쇼케이스는 줄줄이 취소, 게임 대회도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신종 코로나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모양새다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더 프린세스>는 개봉일을 잠정 연기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심지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종상 영화제도 연기됐다. 영화 개봉 시기와는 별개로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고 있어 피해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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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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