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논란의 ‘지상파 시상식’ 후일담

방송사만 배불리는 겉치레 ‘꼭 필요한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호불호가 강한 예능인 김구라가 그야말로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 지난 2019년 12월28일 진행된 <2019 SBS 연예대상>서 던진 발언 덕분이다. ‘콘텐츠도 없이 한두 시간 때우기나 하는 시상식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발언은 방송사 시상식의 폐부를 찔렀다. 연말 진행되는 지상파 방송사 시상식은 매년 비슷한 사람들만 등장해 식상해졌을 뿐 아니라 콘텐츠 역시 과거를 답습하면서 발전이 없다는 평가만 나온다. 또 방송사 가요제는 매년 커다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불편함을 야기한다. 김구라가 제기한 ‘시상식 통폐합’이 뜨거운 지지를 받는 이유다. <일요시사>는 감동도 기쁨도 부족해 요식행위에 가까운 방송사 시상식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방송인 김구라

<2019 SBS 연예대상>서 김구라가 쏘아 올린 ‘시상식 통폐합’ 발언이 지지를 받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돌려막기 식의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 함께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대상 후보, 특별한 연구 없이 예능인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시간을 때우는 심심한 콘텐츠 등이 지겨워졌다는 평가다. 

대중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 김구라는 <2019 SBS 연예대상>서 가감 없이 강력한 발언을 꺼냈다.

대상 후보에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서 김구라는 “제가 대상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제가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걱정이다. 이젠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KBS도 연예대상 시청률이 안 나왔는데, 그 배경을 보면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상파 3사 본부장들이 만나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것 알지만 이제 이러면 안 된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겨운 나눠주기


김구라의 예측대로 약 4분여의 인터뷰가 끝나자 대중은 환호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구라의 솔직한 의견에 ‘사이다 발언’이라며 그를 지지했다.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시청자들도 이 발언에는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이 재미나 감동, 신선함 등 좋은 콘텐츠의 덕목을 모두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거 TV의 영향력이 강력했던 시절에는 방송사 시상식이 큰 의미를 지녔지만, 케이블과 종편채널, 유튜브, 1인 크리에이티브 방송 등 미디어가 다각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상은 낮아져가고, 콘텐츠 질적인 면에서도 변화 없이 일관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연예대상’의 경우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이영자, 전현무, 신동엽 등 최소 10년 이상, 20년이 넘도록 활약한 스타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는 예능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올해 그나마 대상 후보로 새롭게 박나래와 백종원이 떠올랐다. 그러나 두 사람 역시 수 년째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수 없이 얼굴을 비춰온 스타다. 아울러 그 안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나 각종 퍼포먼스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본 것을 또 보는 기분마저 안겨준다.

올해 역시 김구라의 강력한 발언이 없었다면, SBS와 MBC의 연예대상 역시 무관심 속에서 끝났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 레드벨벳 웬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결방하고 방영한 <2019 SBS 연예대상> 1부는 <스토브리그>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2019 SBS 연예대상>이 방영되고 있는 도중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쓸데없는 시상식’ ‘<스토브리그>나 방영하지’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KBS 연예대상>(12월21일 방송)은 1부 7.6(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2부 7.7%, <SBS 연예대상>(28일 방송)은 1부 8.5%, 2부 13.1%, <MBC 연예대상>(29일 방송)은 1부 11%, 2부 15.1%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구라의 시상식을 비판하는 소신 발언이 있었던 이후부터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시상식을 향한 비판은 연예대상만이 아니다. 가수들이 무대를 꾸미는 ‘가요축제’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연기대상’도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김구라 발언 ‘시청자 대공감’
여전한 관행 ‘시상식 고질병’

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가요축제는 이번에도 연이은 사고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레드벨벳의 웬디는 <2019 SBS 가요대전>서 리허설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제대로 세팅되지 않은 리프트 장치 위에 올랐다가 낙상하는 사고로 인해 얼굴 부위 부상 및 오른쪽 골반과 손목 골절을 당했다. 관리 측면서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SBS는 소위 ‘유체이탈 화법’에 가까운 사과문을 내 더욱 논란을 키웠다.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선 최고참급 아이돌인 에이핑크를 급작스럽게 종료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에이핑크 무대가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가 전환됐고, 에이핑크는 강제로 무대를 마쳐야 했다. KBS 측은 이 사고로 인해 사과문을 냈지만, 뿔난 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2019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이원생중계 도중 음향 실수를 저질렀다. ‘시간이 필요해’와 ‘누나’를 준비한 김재환이 무대에 올랐을 때 시간이 필요해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 상황에 누나의 음원이 먼저 흘러나온 것. 김재환은 당황하다가 노래에 맞춰 무대를 꾸몄다. 김재환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연기대상>은 일명 ‘나눠주기’를 연발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비록 2019년에는 3사 모두 단독 대상을 수여했지만, 자잘한 상을 수없이 만들어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2019년 성적이 가장 초라했던 <MBC 연기대상>서 대상을 수상한 김동욱은 대상 수상자임에도 ‘빈집털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었다. 시청률을 10% 넘긴 작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배우 공효진 ⓒKBS

김동욱이 출연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비교적 호평을 받긴 했으나 최고시청률이 8.7%에 그쳤다. 인기를 끈 작품이 전무한 터라 시상식 자체가 초상집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BS 연기대상>은 큰 인기를 끈 <열혈사제> 김남길의 대상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긴 하나, 연기력 논란이 초반부터 들끓었던 <배가본드>의 수지와 이승기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한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력과 무관하게 유명세를 인식한 수여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무려 20%가 넘는 드라마가 4편이나 됐던 <KBS 연기대상>은 공효진의 대상 단독수상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대상을 제외한 부문서 공동수상이 남발됐고, 신드롬을 일으킨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서 엄청난 연기력을 펼친 김해숙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방송국서 연말 진행하는 축제인 시상식은 매년 진행될 때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통폐합’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고료 등 경제적 이익과 함께 종편채널과 CJ 계열의 채널까지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중계 여부 등 다양한 부분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 터진 안전사고

케이블 채널의 한 CP는 “매년 시상식 때마다 논란이 생기고 있다. 대중의 니즈가 있어서 통폐합된 시상식이 나올 수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기준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누가 나서서 이 복잡한 실타래를 봉합할 수 있을지 딱히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외부기관이 주관해야 하는데, 방송사 입장서 그런 시상식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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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