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척 유리조형 테마파크 입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2:29: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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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예술작가 참여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강원도 삼척시에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가 있다. 이 테마파크는 국토교통부 우수상에 선정되는 등 지역개발 우수사례로 뽑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무자격, 국고금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강원도 삼척시는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광지역 대체산업으로 유리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테마파크를 낙후돼가는 도계 지역의 생태·문화 및 석탄산업과 미래 유리공예 산업육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 개장했다. 

200억 투입
작년 개장

2011년 10월 삼척시 도계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폐석을 활용한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이 진행됐다.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역연고산업 육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유리제품 개발 등을 완료한 것이다.

당초 삼척시는 201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도계읍 심포리 일원 10만㎡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유리산업을 문화관광사업과 연계시키면서 폐광지역의 성공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지연됐다.

유리조형연구소와 유리갤러리, 유리박물관, 유리공예센터, 유리공방, 야외 공연장 등을 만드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1년 5월 실시된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지 실사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척유리특성화사업단은 지금까지 연구·개발 작업을 통해 소성 벽돌과 유리 타일, 액세서리 등 유리공예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데 이어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공동으로 컬러유리원료와 건축자재용 발포유리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테마파크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작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유리에 대한 상식도 없는 직원들이 일본, 유럽 등 여행을 다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11년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
문화관광 테마파크 추진 가속

그는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유리 만드는 곳을 구경하러 다녔고, 전문 유리 작가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켜봤지만 작품 모집공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공고를 보고 작품 제안서를 만들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서 1년이 걸리므로 여기에 입찰하려는 이들은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척시청은 입찰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 2017년 7월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테마파크 조형물 설치 모집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당시 사업 규모는 조형물 2점 및 부대시설, 총 사업비 4억원(1점당 2억원)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 삼척의 문화 등 다양한 테마로 유리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홍보할 수 있는 작품을 주제로 삼았다. 

입찰 참가 자격을 살펴보면 ▲직접 생산 확인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신고 업체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형물의 제작 면허를 소지한 등록한 업체 ▲중기업 확인서, 소기업 확인서, 소상공인 확인서 중 하나를 소지한 업체다.


탈락 없이
모두 합격

A씨는 “강원도 삼척시청서 추진한 ‘폐광지역 중장기 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271번지 일대 폐광지역에 도계역 광장 유리 랜드마크화, 유리조형 특화 지원사업 추진, 브랜드 개발 및 콘텐츠 강화, 도시재생 추진, 경석 활용 세라믹 산업화 추진 등 4개 항목을 주로 하는 사업 내용으로, 업체는 테마파크 설립을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정된 국비 88억6750만원과 도비 26억6025만원을 합친 115조2775만원의 사업비를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2017년 9월26일 삼척시 ○○○에 있는 자원개발과 사무실서 K**의 푸른기상과 꿈의 정거장, 플라즈마볼, 개미, 강원도의 하늘, C**의 유리말, P**의 바람소리, L**의 맥, J**의 유리광산을 포함한 야외 조형물 27점과 실내 조형물 14점 등 83점의 작품 수집 과정서 자격요건과 필요 구비서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다수의 작가와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비 약 36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를 포함한 3인이 공모해 테마파크 설립과 관련해 유리 조형물 및 물품구매를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 입찰공고를 낸 후, 입찰 자격조건인 중소기업 확인서와 직접 생산 확인서가 없는 주식회사와 유효기간이 경과한 중소기업 확인서를 제출한 2개 업체를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격미달 작가거나 대부분 중국시장서 유리를 구매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것처럼 조합하는 등 자격 미달인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작품을 선정해 해당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한 후 유리 조형물 및 물품을 구매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위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예술가나 유리 전문작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으며 특수한 유리예술작품을 만드는 업체도 없었다. 2개의 건설업체와 1개의 인테리어 업체가 낙찰받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작품을 직접 만들었다는 직접 생산 확인서도 갖추지 않았기에 무자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척시청이 입찰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사 낙찰을 받고 유리조형물 설치를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후 삼척시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 사업에 대해 입찰공고를 내지 않다가 2개월 뒤인 2017년 9월22일,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이라는 자체 예규를 만들었다.

이후 4일 뒤인 9월26일 총 83점에 대해 추천 심의를 했다. 3일 뒤인 29일엔 총 83점에 대해 최종 심의해 한 건의 탈락 없이 전부 통과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
국고금 횡령?

또 다른 제보자는 “삼척시청은 자체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을 만든 지 4일 만에 83점에 대해 작가를 추천하고 심의하면서 외부에는 유리작품 모집공고를 알리지 않았다. 만약 알렸더라도 공고에는 사업의 목적, 작품의 규격과 재료, 참가 자격, 구비서류, 작품 마감, 1·2차 합격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또 공고를 낸 사람들에 대해 몇 사람이 몇 작품을 응모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작품 추천 심의를 통과한 83점의 작품이 2차 최종심의서 단 한 건의 탈락 없이 83점 모두 최종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두 번의 과정 동안 어떻게 1점의 탈락도 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황당한 추천 심의와 작품 심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척시청

삼척시청서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 자체 예규를 만든 지 4일 만에 83명의 작가가 이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A씨는 “이 사업에 들어간 총 60억원의 유리설치물과 관련해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을 주축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며 납품한 유리작품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가짜 창작물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유리제품을 조합해 만든 유사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테마파크의 제안서 및 과업지시서 상에는 ’국내외 타인 작품과 유사하지 않는 순수창작 조형물을 건립하는 데 목표가 있음’ ‘상징성·독창성·창의성·예술성이 있는 우수작품을 선정해 조형물을 제작·설치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됐다. 삼척시청은 아무런 공고 없이 사전에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들에게 약 3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15건의 유리 설치물을 계약했다.

중국산 유리제품 조합 의혹에
“영업정보 유출 우려” 비공개

A씨는 “삼척시청은 유리 설치물을 납품 받은 뒤 검수를 하지 않았다. 독창적인 창작품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뿐더러 황당한 가격으로 단가를 부풀려 납품해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서 판매하는 중국 유리시장 상품과 유사하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삼척시청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은 뒤 약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그 기간에는 일본, 유럽 등 탐방을 했다”며 “입찰공고 관련해서는 회계과서 관련규정에 따라 조건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규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2년 전 사업에 대해 직원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답변을 확인해본 결과 자체적으로 훈령을 만들어 집행한 사유에 대해 “해당 업체 작품 수집 및 운영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 작품수집 관리규정을 준용해 우리 시의 실정에 맞게 훈령을 지정했다”고 답변했다. 

또 작가 이름 및 이력, 유리작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는 이력, 경력사항은 비공개로 했다”며 “작품의 창의적 고안 노하우 등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제작업체 및 박물관 운영의 영업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고, 유리제품 판매숍의 제품단가 등 내부 영업정보를 공개할 경우 판매숍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했다. 

아무 공고 없이 
홍보대사와 계약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매일경제> 칼럼서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탄생시키기 위한 진짜 테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스토리텔링하고, 어떤 테마를 가지고 내국인이나 중국,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강쇠·옹녀 컨셉으로?

경남 함양군이 변강쇠와 옹녀 부부를 테마로 한 공원 조성사업에 예산 1000억원가량을 산정했다가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함양군은 지난 6월 전문기관에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나온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는 함양군 마천면 삼봉산 일원 5만5939㎡ 에 달하는 테마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함양군은 밝혔다.

문제는 20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할 이 사업에 980억원이 필요하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용역을 맡은 기관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투자비 회수 시점을 2037년으로 추정하면서도 비용편익(B/C)이 ‘1.0’이어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은 변강쇠와 옹녀 부부가 살던 곳으로 알려진 함양서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해당 부지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한 성테마문화관, 숲속 남녀 음양길, 다양한 모양의 하트 조형물 등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테마공원서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서 예산 규모와 사업 실효성 등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군은 앞서 변강쇠를 주제로 한 장승공원을 52억원을 들여 조성해 장승 108개, 솟대 33개 등을 세웠지만 현재는 나무 장승이 썩고 쓰러져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함양시민연대 측은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이 군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해당 사업에 관한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군은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예산 규모를 139억 규모로 축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오후 보고회를 열고 연구용역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입장서도 980억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군이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건축비 등을 모두 적용해 예산 규모를 다시 산정했다”고 말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지금…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행정당국이 나서 마을 숙원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와 동물테마파크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테마파크는 10년간 방치됐던 마을의 숙원 사업”이라며 “우리 마을에도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제주도 최초의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절차를 거쳐 2006년 사업고시를 이미 득했던 사업”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차례나 환경영향평가 대면심의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규와 절차에 따라 심의절차를 진행했지만, 근거도 없는 의혹 제기와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춰져야 한다”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직 이장이 있는데도 불법적으로 이장을 선출하고, 마을 행사에 일절 참석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소수 이주민과 어떻게 마을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또 “이제는 행정 당국이나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마을과 사업자 간의 상생협약을 현실화함으로써 마을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58만㎡ 부지에 사파리형 동물 관람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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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