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슈&인물> ‘문심’ 추미애 법무부장관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29:14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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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차고…추다르크의 재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임 법무부장관에 내정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만이다. 추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잘 돌파할 수 있을까. 
 

▲ 추미애 법무부장관 내정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추 전 민주당 대표를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서 밝혔다.

판사 출신 
5선 의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추 내정자는 소외계층 권익 보호를 위해 법조인이 됐고 ‘국민 중심의 판결’이라는 철학을 지킨 소신 강한 판사로 평가받았다”며 “정계 입문 후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사퇴 후 52일 만에 추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검찰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에 개혁 성향이 강한 추 후보자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법무부장관 내정은 지난 10월14일 조국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지난 8월9일에 이은 118일 만의 개각이기도 하다. 이른바 ‘조국 파동’은 물론이고 최근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정운영 동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 내정자에게는 검찰 개혁 완수라는 중책이 부여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안정감 있는 현역 의원을 내세워 국회 인사청문회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추 내정자에 대해 기대와 실망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열망이 실현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의사를 밝혔다. 

조국 사퇴 52일 만에 단행
검찰 개혁 바통 이어 받아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판사 출신 5선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민주당 당 대표로서 촛불시민의 명령 완수를 위해 노력해왔고, 제주 4·3 특별법과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역사를 바로 세우고 우리사회를 개혁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 인사”라며 “추미애 후보 지명을 계기로 법무·검찰 개혁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궁여지책 인사”라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당 대표 출신 5선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서도 비슷한 내용의 논평이 나왔다. 김정화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구관이 전부 명관은 아니다”라며 추미애 후보자가 민주당 당 대표였던 시절, 최악의 들러리 당 대표라는 오명을 받으며 당 전체를 청와대 2중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면 정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일부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꼼꼼한 검증을 예고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번 법무부장관 후보는 무엇보다 검찰 개혁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 개혁법을 앞두고 검찰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런 비상한 시기에 원만한 지휘력을 발휘하면서도 개혁의 소임을 다할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며 추미애 후보의 개혁성을 철저히 검증해 검찰 개혁의 소임을 다할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평화당에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법무부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 꼼꼼히 검증하겠다”고 짧은 논평만을 내놨고, 대안신당은“추 후보자는 집권여당 대표 출신으로 오랜 법조 경험과 정치 경험으로 당면한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추진력과 개혁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전사
포스 뿜뿜

추 내정자는 1958년 대구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2남2녀 중 셋째(차녀)로 태어나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인 1985년부터 춘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인천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광주고등법원 등에서 판사직을 역임했다. 

추 내정자는 판사 시절 ‘운동권 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6년 춘천지방법원서 근무하던 초년 판사 시절엔 군사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념 서적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소신대로 판결해 ‘껄끄러운 판사’ ‘운동권 판사’로 불렸다.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로 재직 중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정계 입문 권유를 받고, 같은 해 8월27일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다. 당 부대변인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하며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인 1996년 제15대 총선서 광진구 을 지역구서 당선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판사 출신 국회의원, 판사 출신 야당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서울 지역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초선이던 1997년 제15대 대선서 김대중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지역감정이 심하던 때였다. 직전 대통령 선거인 제14대 대선 때는 야당이던 평민당 운동원들이 대구 유세를 하다 돌을 맞기까지 했다. 그러나 추 내정자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유세단에 ‘잔다르크 유세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대구서 지역감정과 맞서 저돌적으로 선전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때 언론에선 추 내정자에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추 내정자는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진 새천년민주당의 당내 경선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대통령 선거 때는 노 전 대통령 캠프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시절에는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후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때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잔류하며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라섰다. 2004년 3월에는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 추 내정자가 탄핵을 반대하자 당내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 “환영”
야 “궁색”

이후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개시됐다. 17대 총선서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추 내정자에게 맡겼다. 추 내정자는 탄핵 반대의 압도적 여론을 체감하고선 민주당이 탄핵에 동참한 것에 대해 선대위원장으로서 당을 대표해 사과했다. 

그러나 탄핵 반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민주당은 9석의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추 내정자 본인도 낙선했다. 훗날 추 내정자는 “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가 탄핵에 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추미애는 한 동안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8월,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재결합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이 탄생했다. 

곧이어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서 추미애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광진구 을에 재도전해 51.3%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국회로 복귀했다.

2011년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경선서 박영선 의원이 추 내정자 등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재야에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후보가 됐고, 이후 본 선거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55.2%의 득표율로 당선돼 4선 의원이 됐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고, 같은 해 실시된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국민통합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잔뜩 벼르는 한국당 
청문회 핵심 쟁점은?

추 내정자는 2015년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으나 같은 해 말에 벌어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사태 때 탈당파를 강력 비판하며, 당에 잔류했다. 당시 비노(비 친노무현)계 최고위원들은 문재인 당시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당을 흔들었다. 결국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주축이 돼 의원들이 연쇄 탈당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내정자는 탈당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노’와 비주류의 공세로부터 문재인 대표를 적극 방어했다. 2015년 12월, 안철수가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당 지도부 안에서도 비노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추 내정자는 “각자 목소리를 내서 파편조각처럼 내뱉는 말이 멋지게 들릴 수는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노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추 내정자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서 새누리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의 3파전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해내고 4만3980표(득표율 48.5%)로 당선돼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추 내정자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머뭇거리며 비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고, 2016년 8·27 전당대회서 실시되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선 초기에는 인천시장을 지냈던 송영길 후보와 양강 체제로 경선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송 의원이 예상 밖의 예선 탈락을 하면서 이종걸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경쟁을 펼쳤다. 상대 후보들은 추 내정자에게 노무현 탄핵 찬성 경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기대반 
걱정반

예상과 달리 추 내정자는 당 대표 선거서 압승을 거뒀고 민주당 역사상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당 대표가 되기에 이른다. 2017년 5월 실시된 제19대 대선서 당  대표로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교체를 이뤘고 헌정 사상 첫 ‘여성 집권 여당 대표’라는 타이틀도 추가됐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서도 당 대표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해 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같은 해 8월 임기가 만료돼 역대 민주당계 정당 대표 중 최초로 임기를 채운 대표라는 영예까지 안으며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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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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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