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도리코 ‘수억원 대출’ 떠넘기기 논란

대리점 명의로 수억씩 땡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국내 굴지의 사무기기 생산업체인 신도리코의 한 대리점주가 신도리코의 불공정 관행을 폭로했다. 대리점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대리점이 모르는 사이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는 것. 당시 신도리코 측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항소심서 패한 대리점서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쯤 한 금융사가 같은 내용의 소송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리점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7월 신도리코의 자회사 ‘신도중앙판매’의 강북지사 소속 동두천 대리점 한북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신도중앙판매가 자신들의 매출을 위해 대리점의 이름으로 정상적인 판매가보다 40%가량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대리점이 모두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수십억 대출
대리점만 피해

당시 박씨에 따르면 신도중앙판매의 계약 시스템은 대리점서 주문서를 받고 제품을 출고시키면 회사는 계약이 돼있는 은행서 돈을 먼저 받고 대리점이 여신을 2달간 여신을 은행에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가 한북테크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생긴 차액의 해결은 매달 한북테크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3년간이나 지속됐다. 신도중앙판매는 2016년 6월 박씨에게 “매달 5200만원을 입금해줄 테니 금융권서 한북테크 이름으로 6억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제품을 구입해달라”고 또 다른 요청을 해왔다. 

회사 측은 “제품은 신도리코 물류센터에 있고 매달 정상적으로 입금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박씨는 허락했다. 담당자가 관련서류를 만들어와 도장까지 찍어줬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매달 주기로 한 돈은 그해 10월까지 단 4차례만 입금됐고 나머지 대출금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매달 결제에 대한 차액을 회사가 본인의 대리점에 대납해준 것이고 회사가 대납을 해 준 부분을 본인의 대리점이 대출을 받아서 갚은 것”이라며 박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소송서 드러난 불공정 관행…덤핑판매 의혹도
발목 잡는 ‘부제소 합의서’ 각서 쓰니 모르쇠

박씨는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든 손실부분을 왜 대리점이 대출받아 해결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의 계속된 항의에 신도중앙판매에선 2016년 12월 박씨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회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을 산정했다. 회사가 산정한 피해금액은 8억.

하지만 이마저도 한북테크에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4억원씩을 부담하자고 했다. 

8억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확인서 및 각서를 작성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신도중앙판매 본사로 3번, 신도리코 성수동 본사로 2번을 방문해 지원해준다는 말에 속아 각종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회사가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지만 단 한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다른 지역서 신도중앙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에게까지 대리점 해지에 대한 엄포를 놨다”고 주장했다. 
 

신도중앙판매는 박씨에게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북테크가 이미 금융권에 채무가 발생돼있는 상태라는 것을 빌미로 “확인서를 찍어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 회장님께 보고해야 해결이 된다”며 “각서를 찍어 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는 등 각종 확인서 및 각서를 받아갔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법적으로 해라”고 엄포를 놓은 후 2년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서류를 작성하고 구두로 지원을 약속했던 전 신도중앙판매 사장, 부장, 강북지사 지사장은 본사 및 충청도로 발령을 받아 가버렸다.

각서 받고 
나몰라라∼

현재 전 담당자들은 “지원을 해 줄 권한이 없다” “전에 있었던 일이라 모르는 일이다” “도장을 받아간 서류만 보고 아무 지원을 해줄 수 없다” 등의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채무에 대해서 부도를 면하기 위해 약 2억원가량을 외부 차입을 통해 갚아 나갔고 현재는 한계에 부딪혀 은행권서 기한 이익 상실도 당한 상태다. 또 이 일로 회사 채무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입찰을 받고도 부적격 판정이 나서 공사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에선 이런 사정을 알고 금전적인 압박,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주변 대리점들에게 ‘한북테크서 도움을 청하면 절대로 지원해주거나 동요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끊임없이 입막음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법원서 이미 거짓으로 판결이 난 내용”이라며 박씨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씨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은 신도중앙판매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작성한 각서와 확인서에 의해 회사 측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판결이 난 상황서 아직까지 허위 주장을 하는 박씨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서 지원을 약속하며 요청했던 부제소합의서 한 장 때문에 모든 재판의 방향이 불리해졌고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패소하게 된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금융사 승소
한줄기 빛

항소서도 이기지 못한 한북테크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던 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박씨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신도중앙판매의 대리점 지정과 요청으로 인해 한북테크의 명의로 대출을 해줬던 한 금융회사서 신도중앙판매 측에 소송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북테크는 현재 대출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다. 또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 중 여러 근거 자료들이 신도중앙판매의 사기 행위로 인해 진행이 됐다는 점을 판단한 것.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 측에 직접 나머지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서 금융회사 측은 박씨의 사정을 듣고 신도중앙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박씨에게 “신도중앙판매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지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법원은 “신도중앙판매는 금융회사에게 돈을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신도중앙판매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며 다시 한 번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서 박씨도 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동시에 진행 중인 형사 소송에 여러 번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한북테크를 빼고는 소송이 진행 될 수 없었기 때문. 박씨는 이번 재판을 지켜보면서 어이없는 장면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신도 중앙판매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 하는 재판서 한북테크에게 주장한 내용과 금융회사에게 주장한 내용이 달랐고 같은 사람이 같은 건을 가지고 같은 증인심문을 해도 한북테크 때와 금융회사 때와 확연히 달랐다. 

금융사 같은 내용 승소…대리점 희망?
방법 강구 중 “모든 것 바로 잡을 때”


박씨는 “법원이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결국 한북테크도 같은 피해자 입장인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똑같은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난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도중앙판매가 또 다른 한 은행서 한북테크의 명의로 3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았던 것.

박씨는 “이 과정서 모 은행에선 한북테크 쪽에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할부금 약정서나 계산서, 심지어 확인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박씨는 모 은행에 항의했다.

하지만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 중앙판매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대리점들이 이 문제로 연락할 경우 은행서 응대를 하지 말고 신도중앙판매로 넘기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냥 ‘카드 단말기’다. 신도중앙판매서 결제를 요청하면 대출해주고 대리점서 갚으면 받고 갚지 않으면 신도중앙판매에 청구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박씨는 “그럼 신도중앙판매서 10억~100억을 대출해달라고 하면 해 줄것이냐. 어차피 채무자는 대리점이 돼야 하는데 대리점의 ‘동의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 줄수 있느냐”고 물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중앙판매와 계약돼있으니 저희 쪽으로는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박씨는 모 은행 본사로 내용증명도 보내봤지만 답변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금융회사 관계자도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써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가능성 있나
“수억원 손해”

현재 박씨는 여러 방면으로 피해를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번 금융회사의 승소로 한북테크에도 한 줄기 빛이 드리워진 것. 박씨는 “현재 회사가 부도처리가 됐고 폐업 직전 단계까지 몰렸지만 현재 신도중앙판매의 행위의 문제점이 확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박과도 같은 상황서 작성한 부제소 합의서 한 장 때문에 수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제 모든 것을 바로잡을 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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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