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보험설계사인 A는 남편을 피보험자로,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를 A 자신으로 해 피보험자 사망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보험회사와 체결했습니다.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A는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인 남편이 과거 5년여간 항암치료 등을 받은 사실을 숨겼습니다. 또 계약 전 고객면담보고서의 질문사항 중 과거 질병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과거 질병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보험 가입 직후 A 남편은 림프종 재발 진단을 받았고, 결국 보험 가입 후 100일 만에 백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A는 보험금 청구해 보험회사로부터 1억원을 지급받았습니다. 해당 보험사는 A가 계약 체결 당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해당하는 과거 질병 내역을 숨기고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A의 이 같은 보험계약 체결 행위는 보험금 편취를 위한 사기 고의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 생명보험계약은 사람의 생명에 관한 ‘우연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합니다. 여기서 ‘우연한 사고’라 함은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도 못했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78507 판결 참조).
즉, 보험금은 ①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②우연한 사고가 발생해야만 지급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란 ①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②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③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
위 사례와 유사한 사건서 대법원은 A가 남편의 과거 항암치료 전력 등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해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사망(보험사고)이 A의 의사에 따라 그 발생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A에게 사기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6910 판결 참조).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보험사고(남편의 사망)가 발생해 A가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거나 보험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 체결에 나아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A가 단순히 과거 항암치료 전력을 숨긴 것만으로는 보험금 편취를 위한 사기 고의의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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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