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이 노리는 최고의 포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0:36:54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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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 앞으로’ 장기말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친 문재인)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총선판에 대한 구상이다. 당정청의 핵심 인사들을 가장 적절한 곳에 배치, 최대 효과를 누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정황은 당내 곳곳서 포착된다. <일요시사>는 총선이라는 무대서 친문이 노리는 최고의 포석을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친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3철’의 한 명인 양정철 민주연구원(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원장이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과 회동을 가졌던 사실이 알려졌다.

3철 중 2철
총선 나서나

네 사람은 지난 10일 광화문의 한 식당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고 한다. 정치권은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의 인재영입을 위한 만남이 아니냐는 반응을 내놨다. 

양 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을 주도한 바 있다. 이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서 밝혀졌다.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윤 후보자 청문회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2015년 양 원장의 (20대 국회의원)총선 인재영입 과정서 그와 인연을 맺은 것이 맞느냐’고 질의하자 윤 후보자는 “맞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가까운 선배가 서울에 올라오면 한 번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양 원장도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양 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인재 물색에 나선 상태다. 그는 향후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활동을 도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때문에 양 원장이 포함된 네 사람의 만남은 정치권의 큰 이목을 끌었다. 특히 채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그는 박근혜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좌천되다시피 검찰총장직서 물러났다. 보수정권의 찍어내기 피해자라는 상징성을 지녔다는 측면서 민주당에게 적합한 인재로 평가된다.

실제 채 전 총장의 전북 군산 출마설이 올 초부터 대두된 상태다. 그는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이 군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채 전 총장의 친척들도 군산서 다수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필요와도 맞아떨어진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지만,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에게 내줬다. 민주당 입장에선 군산뿐 아니라 호남 전역으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채 전 총장처럼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와주길 희망하는 눈치다. 

‘3철’ 양정철-채동욱 만남 왜?
군산 출마설 솔솔∼가능성은?

그 외에도 전직 검찰총장 출신인 채 전 총장이 국회에 입성한다면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양 원장을 비례대표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양 원장은 채 전 총장 영입설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네 사람의 만남은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신 전 실장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였지 인재영입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과 민주연구원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공개적인 곳에서 만났고, 그런 자리서 영입 문제나 민감한 검찰 관련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 원장과 함께 3철의 한 축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거론된다. 이는 전 의원 본인의 의사보다 민주당 내부의 요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 의원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친문계서 전 의원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여러 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민주당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한때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진 적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승리는 물론, 내심 과반 이상의 의석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가 있기 전 <일요시사>를 통해 “선거는 최대한 나쁜 쪽을 예상하고 임하는 것이 맞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내에서는 130석 플러스알파를 얘기하는 쪽이 우세하다. 150석까지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호남 선봉장
채동욱 거론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낙관론은 사라졌다. 이런 위기감은 특히 부산·울산·경남(PK) 등 한국당과의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서 두드러진다. 이러다간 PK를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PK 지역 친문계서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 2505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하고 21일 발표한 결과, 지역별로 대구·경북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서 전주보다 상승한 반면 PK는 긍정평가가 35.0%서 33.2%로 하락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PK서 민주당이 밀린다면, 이는 PK친문의 위기뿐 아니라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20대 총선서 부산 6석, 경남 3석, 울산 1석을 확보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물론 부산시의원 47명 중 41명, 경남도의원 58명 중 34명을 배출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1년 사이 PK친문계에서는 양산·김해도 힘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새나온다. 양산엔 문 대통령이 사저가 있고, 김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 있다.

그렇다고 친문계 입장서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해철 카드’다. 이는 특히 PK친문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K친문은 전해철 카드로 조국 사태를 정면 돌파, 검찰 개혁서 성과를 내 민심의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처럼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어 검찰 개혁의 추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민주당 내 역할론도 눈에 띈다. 이 총리는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7년 5월31일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이전의 최장수 기록이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기록(880일 재임)을 경신했다. 이는 반대로 이 총리가 언제 자리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총리의 연말 사퇴를 높게 점친다.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때까지는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문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이 총리가 거론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서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이 총리가 ‘당의 얼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국 출마
기정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이 총리의 국정운영에 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 총리는 취임 이후 ‘책임 총리’ ‘일하는 내각’ 등을 실현시킨 인물로 꼽힌다. 문 대통령도 이런 이 총리에게 그간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의 해외 순방 때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내주기도 했다. 이런 점은 향후 친문계와 그 지지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요소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친문은 이 총리가 세종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종로로 나서는 상황을 최선으로 본다. 중량감 있는 대선주자들이 경선서 붙을 경우 자칫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6월 일찌감치 종로로 이사하며 당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서 이 총리가 종로로 나선다면, 1명의 대선주자급 인물이 본선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불명예 퇴진한 조국 전 장관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역할론’이 대두됐다.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정치권의 말을 들으면 일면 납득이 간다. 조 전 장관이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를 통해 조 전 장관의 총선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서초동서 ‘조국 수호’를 외쳤다. 친문 핵심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인물로 검증된 것이다.

임종석 종로? 이낙연 세종?
조국 vs 나경원 빅매치 성사?

조 전 장관의 총선 역할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기 전부터 부산 지역 출마설의 중심에 있었다. 문정부의 사명인 검찰 개혁을 연말까지 마무리 지은 조 전 장관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부산시당위원장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난 4월 “인재 영입 가이드라인을 부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정했다”며 “이 기준에 맞는 대표적인 인물이 조국”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도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단 민주당 내부에서만 제기됐던 사안은 아니었다. ‘정치9단’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지난 6월 “(조 전 장관이)내년 2월까지 장관을 수행하고 사퇴한 뒤 부산서 총선에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

조 전 장관이 실제 총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불명예 퇴진을 한 상황서 섣부른 총선 출마는 자칫 민주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한경비지니스>와의 인터뷰서 “지금 이 상황서 그런(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민주당에)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 판단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친문 진영에서는 대안으로 조 전 장관의 수도권 출마설이 나온다. 조국 사태의 근원지인 부산을 벗어나 수도권에 출마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과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은 모두 부산서 일어난 일이다.

수도권 출마설 중 조 전 장관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며, 최근 자녀 특혜 의혹으로 동시에 주목받았다. 

나경원과
한판 붙나

지난 21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종합감사에선 다시 한 번 이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과 “표창장 위조 등에 대한 대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유력 정치인의 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 입시 전형이 급히 만들어진 것에 교육부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같은 당 박경미 의원 역시 나 원내대표 아들이 서울대 의대 연구 포스터 제1저자가 된 것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조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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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