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해찬’ 파워게임 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43:3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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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막 오른 주도권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연말로 예고된 두 사람의 전면전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경신한 시점부터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하루 빨리 ‘정치인 이낙연’으로 복귀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역할론’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선거는 당의 모든 자산을 다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신 분이나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당을 이끌어 가실 분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민주당 조기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주자
1위 순항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이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 총리의 당 복귀는) 12월도 늦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당으로서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진영을 떠나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총리는 23.7%를 기록, 조사 대상 14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동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로는 5개월 연속 1위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직전 조사보다 3.5%포인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직전 조사서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6%포인트 하락한 9.4%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총리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두 명의 ‘이’, 평가는 엇갈려…
몸값↑‘이낙연’여의도행 임박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점, 당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청신호다. 당내 세력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공식뿐 아니라 국민 지지라는 새로운 힘을 얻은 셈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다.

이 총리가 이처럼 후한 점수를 받은 배경은 그의 안정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위기 때마다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각종 재난 앞에서 이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총리 외교’를 펼치는 역량도 보여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의 김종필,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노무현정부 시절의 고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 반짝 주목받을 뿐 총리 임기를 끝마치고 난 후에는 대중들의 관심서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총리가 앞서 언급된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미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다져진 탄탄한 정치력으로 정치적 파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당 복귀 이후 비문계와 당내 소장파들이 이 총리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체화된다면 이 총리에게 쏟아졌던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처한 상황은 이 총리와 상반된다. 이 총리가 역할론이라는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정감
신뢰감

이는 ‘조국 사태’의 여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이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한 발언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내부서 ‘사퇴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는 쇄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의총 자유발언에 나선 14명 의원 가운데 3~4명이 쇄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돼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질서있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질서 있는 쇄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되 외부적으로는 협상하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워나가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뜨는’ 낙연
‘휘청’ 해찬

이 대표는 조기 총선모드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첫 회의서 “총선기획단 위원님들이 아주 막중한 책임을 졌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보지만 얼마만큼 기획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많이 달라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다음달 10일 발족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의총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총선 때보다 빠른 전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3달가량 빠르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이 자신에 대한 퇴진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총천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하니까 (민주)당이 일거에 조용해졌다”며 “조국 사태로 그렇게 떠들던 것을 일거에 국면 전환을 시켜서 총선 분위기로 확 끌고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지가 완벽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의 ‘총선 주도권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태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 카드 꺼내
비문·소장파 집결하면…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맞상대 역시 여야의 굵직한 후보들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릴만하다. 

만약 이 총리가 이들 지역에 출마해 생환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선 직행티켓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당내 비문계 측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길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서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찬 간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두 충청을 연고로 한 정치인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고로 한 이 총리가 합세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총리가 선대위 출범(12월10일)에 맞춰 당에 합류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에게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합류하는 것이 당과 스스로를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측에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해찬 체제’서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인 내년 2월에 당에 복귀할 것이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총리의 역할은 선대위원장으로 한정된다.

기싸움
스멀스멀

이는 이 총리 측에서 원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역대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고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총리 복귀를 기점으로 당내 계파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비문계 결집이 이뤄질 경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카드를 꺼내들 당시 이 총리와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이 떠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문계의 공천을 건 ‘벼랑 끝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리의 복귀로 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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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