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내전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친문’이 ‘진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고심이 깊어진다. <일요시사>는 골이 깊어지고 있는 친문들의 ‘진문’ 주도권 전쟁을 추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지 않았다.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던 중 이 대표는 “일각서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이 유사 비례정당을 만들었는데 무단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범여권
열린민주당은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앞서 민주당의 당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지난해 1월 민주당을 탈당했고, 앞서 ‘미투’ 폭로를 당했던 정 전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고 지난 7일 탈당계를 냈다.
한동안 처리가 지연됐던 정 전 의원의 탈당계는 지난 23일이 돼서야 비로소 처리됐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8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당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당 대표로 추대됐다. 그는 대표 수락 연설서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를 하나씩 언급하며 “이런 민주 정부의 정통성을 잇는 열린민주당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은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물인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18일 출범했다. 민주당과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가 함께 구성원으로 들어갔다. 이는 곧 논란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범여권 비례연합정당과 관련해 군소정당과의 협상을 주도했다. 정치개혁연합(이하 정개련), 시민을 위하여 등 플랫폼 정당과의 협상도 그중 하나였다. 민주당은 정개련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 정당으로 선택했다.
곧바로 뒷말이 나왔다. 하승수 정개련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어제(지난 17일) 양 원장이 구두로 시민을 위하여와 개문발차하겠다고 통보하기에 ‘민주당이 18일까지 플랫폼을 정리하라고 했으니, 좀 더 조율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며 “굉장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19일 하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연합정당이라는 중요한 기획을 말아먹고, 민주화운동 원로에 대한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퍼뜨리는, 기본도 안 된 인간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이낙연 전 국무총리)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낙연보다 양정철이 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고 직격했다.
이해찬 경고 “참칭 말라!”
문재인 ‘칼’ ‘입’ 내세워
열린민주당은 양 원장 실세 논란에 가담했다. 여기에 더해 열린민주당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논란을 불러왔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하 위원장 (방송)인터뷰서 ‘양정철’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유튜브)방송 중 약간 흥분했다”며 “양정철이 아직도 문 대통령의 복심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과 친문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친문·친조국 성향의 인사 다수를 비례대표 후보로 발표했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그들이다.
최 전 비서관은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문재인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근무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최 전 비서관은 앞서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김 전 대변인은 비례대표 후보 4번을 받았다. 그는 청와대에 근무하던 중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후 김 전 대변인은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대변인의 출마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만류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역시 김 전 대변인의 적격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결국 김 전 대변인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김 전 대변인은 당을 바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서 정무특보로 활동한 조대진 법무법인 민행 변호사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8번을 받았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서로 문심이 자신들을 향해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시민당은 친문 정통성을 내세운다. 민주당 당원들이 전당원 투표를 해 만들어진 유일한 연합정당이기 때문이다.
열린민주당은 구성원들의 친문 이력을 강조한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열린민주당,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글을 통해 최 전 비서관을 문 대통령의 ‘칼’, 김 전 대변인을 문 대통령의 ‘입’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최 전 비서관은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발표 직후 SNS에 ‘(문)대통령을 지키겠다. 촛불을 지키고 역사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열린민주당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손 의원은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절친 사이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열린민주당에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뒤숭숭
정치권은 범여권서 벌어지는 친문 주도권 대결이 마치 ‘진박’(진짜 친박) 논란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정권 시절이던 지난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진박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역풍을 맞아 민주당에게 1당 자리를 내줬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범여권서 진문(진짜 친문) 대결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참칭’ 설전 왜?
‘참칭’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열린민주당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정부를 무단으로 참칭하지 말라는 것.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를 맞받아쳤다.
최 전 비서관은 이 대표 발언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미래통합당을 저지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며 “참칭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감히 ‘미래’와 ‘통합’, ‘한국’을 참칭하다니”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최 전 비서관이 이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라 해석한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