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친문의 분화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40:28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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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문!” 슬슬 쪼개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이 분화하고 있다. 비문을 흡수하는 데 성공, 단일대오를 이룬 친문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정치가 생물이라면, 세포분열에 해당한다. <일요시사>는 친문 분화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지금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은 다 친문(친 문재인)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친문-비문(비 문재인)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계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조언도 건넸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친소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자도생
선택한 3철

‘친문=3철’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3철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일컫는다. 세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연스레 3철이 내각에 중용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의원을 제외한 2명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아예 해외로 떠났다.

3철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있었던 6·13지방선거 때다. 3철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전 의원이었는데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두 사람은 민주당 경선서 맞붙었다. 전 의원은 친문 프리미엄에 힘입어 나름 선전했지만, 이 지사의 인지도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


각자도생은 계속됐다. 지방선거 후 두 달이 지나 열린 전당대회 당시 3철은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서 회동을 가졌다. 전 의원의 북콘서트 이후 첫 회동이었다. 그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서 이 전 수석과 양 원장은 ‘중립’을 선언했던 반면 전 의원은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로서 당내 문제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 키워드는 ‘진짜 친문’, 바로 ‘진문’이었다. 출마한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 모두 ‘내가 진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이 큰 영향을 미칠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전 의원의 선택은 김 후보였다. 물밑서 김 후보를 지원하던 전 의원은 3철 회동이 있고 10여일 후에 ‘경제 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김 후보의 당시 슬로건이었다. 전 의원이 간접적으로 김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이다.

‘친문-비문’ 이분법은 옛말
친문=3철? “지금 1철 시대”

당시 전 의원과 함께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달’(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이다. 주로 민주당 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구성됐으며 규모는 20∼30여명 정도다. 전 의원을 구심점으로 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의원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18대 대선 때 결성된 부엉이 모임은 19대 대선 때 정기모임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모임은 전당대회 개입설에 휘말려 해산을 선언했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분화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전 의원과 부엉이 모임이 김 후보를 지지하자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이들의 지지가 ‘이해찬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21대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친이해찬계와 부엉이 모임이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전 의원의 사이가 이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 2012년 경기 안산 상록갑에 선거사무실을 낸 전 의원에게 축하 영상을 보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전당대회는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원내대표 경선을 했을 때다. 이인영·김태년·노웅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권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후보는 이 대표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친이해찬계다. 21대 총선의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여권 내 위상이 상당한 이 대표가 버티고 있어 김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 (사진 왼쪽부터)전해철·황희·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후보가 김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점 끝에 승리한 것이다. 범친문인 이 후보는 당초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인영 당시 후보를 지지한 건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더좋은미래, 그리고 부엉이 모임이었다. 다시 말해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선거서 졌던 조직인데, 표를 모아올 수 있겠느냐”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이해찬과
척졌나?

부엉이 모임보다 최근 더욱 주목받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이 후보를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인 민평련과 더좋은미래다. 민평련과 더좋은미래, 부엉이 모임은 문재인 대선캠프서 실무급으로 함께 선거를 치른 경험과 함께 ‘친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민평련은 소속 의원들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이인영·정춘숙 의원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내 진보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정책모임이다. 김현권·남인순·신경민·우상호·제윤경·홍의락 의원 등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모임은 더좋은미래다. 주목받는 신친문이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를 여럿 배출하기도 해 당내 주목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20대 국회 들어서 지도부도 다수 배출했다. 민주당 1기 원내지도부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완주 전 원내수석부대표가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2기 원내지도부인 우원식 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3기 원내지도부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로 입각하기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전당대회서 선출된 남인순 최고위원도 더좋은미래에 속해 있다.

더좋은미래는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내왔다. 대표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관한 발언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할 당시 더좋은미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서 제기된 ‘기소권 양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친문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최재성 의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승리했을 때 친문에 합류했다. 그는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도와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최 의원이 추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정당화’다. 이후 ‘온라인 권리당원’으로 들어온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로 활동 중이다. 

뜨는 신친문
면면 보니…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실세 친문’답게 굵직한 명함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직이다. 내년 총선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최 의원은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굵직한 명함은 바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린 최대 암초다. 민주당은 이러한 중책을 최 의원에게 맡긴 것이다.

최 의원은 계속해서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서 일본 기자들이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관제 반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최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에게 일본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치에 올림픽을 끌어들이지 말라” “원인 제공은 아베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등 참석한 일본 기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 (사진 왼쪽부터)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여행, 2020도쿄올림픽, 일본으로의 D램 수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 국민의 안전, 그리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차원서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최 의원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친문이 있는데 바로 양 원장이다. 당내 일각에선 “지금은 1철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철 중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에 있다가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그간 뉴질랜드 등 해외서 머물렀다. 그랬던 그가 복귀해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선언했다. 선거 전선에 뛰어들어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각오였다. 

부엉이모임 친문서 분화
들뜬 ‘재수회’ 이유는?

이후 그는 자신의 말을 실현하고 있다. 잇따른 광폭행보가 그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단독 면담을 시작으로 서훈 국정원장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도 잇따라 자리를 가졌다.

특히 서 원장과의 심야 회동은 뒷말을 낳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통해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양 원장, 서 원장)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한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한일 갈등이 제21대 총선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 사용된 데이터가 비공개 자료였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양 원장이 맡고 있는 민주연구원은 연구소라는 성격상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친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양 원장과 부엉이 모임의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총선 후 ‘친문의 분화’가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어서다.

만약 총선 후 부엉이 모임이 지금보다 더욱 세를 확장한다면, 이해찬 체제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 의원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때 김진표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차기 당권에 전 의원이 도전한다면 부엉이 모임의 지지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때 양 원장 등 친문 핵심과의 관계 설정이 관전 포인트다.

양 원장은 또 다른 친문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다. 재수회는 지난 18대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취지로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결성했다. 18대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의 야인생활을 가장 지척거리서 보좌한 모임으로 꼽힌다.

부엉이 모임
당권 노릴까

재수회 멤버는 양 원장을 비롯해 서 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윤제 주미대사,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멤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조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만약 그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재수회의 당내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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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