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암행’ 창성동 별관팀 실체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22: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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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 말 듯 ‘관가 저승사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 특별감찰반을 가동했다는 의혹에 보수야당은 이를 ‘백원우 별동대’로 규정하고, 3대 청와대 게이트 사건의 교집합으로 청와대 인근의 창성동 별관을 지목했다. <일요시사>는 창성동 별관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취재진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다. 지난 4일 오전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다. 현장에선 검사와 수사관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건물로 드나들었다. 청와대에서 약 500여미터 떨어진 창성동 별관도 그 중 하나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서 
500여미터

앞서 속칭 ‘백원우 별동대’가 창성동 별관 3층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제기됐다. 직원들은 김 의원과의 면담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 아주 문제 있는 조직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서 창성동 별관으로 2개의 팀이 나와 있었다. 5층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팀이 사용했으며, 3층은 백원우 별동대가 사용했다는 것. 최근 유명을 달리한 A 수사관과 경찰 출신의 다른 특감반원이 별동대로 활동했다.

한국당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백원우 별동대와 창성동 별관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이 정권 측근들의 죄를 덮고, 상대편에게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끌어낼지 중상모략을 꾀하던 밀실”이라며 “(여권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축소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A 수사관이 속했던)백원우 별동대 자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범죄는 모두 덮어버리고, 야권 세력에 대해선 불법적 공작·수사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상진 의원도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판 ‘3·15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것보다 더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서 공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백원우 별동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검, 전격 BH 압수수색 왜?
‘백원우 별동대’ 별관 3층에…

청와대는 별동대 의혹에 대해 즉시 반박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특감반원이 당시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대통령의)특수관계인을 담당했던 두 분은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창성동 별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년 전 이맘때 검찰은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청와대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고 난 후 진행됐다. 앞서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를 넘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한국당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4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감반 등이 위치한 청와대 경내 여민관과, 창성동 별관서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는 검찰에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했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압수수색에 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청와대는 군사상 보안을 요하는 시설이라 그에 준해 압수수색 절차에 응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경내 진입은 아니고 임의제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박에도
의심 가득

이번 압수수색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서울동부지검은 “(4일) 오전 11시30분께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1년 전 압수수색을 집행한 곳도 서울동부지검이다.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서 검찰이 김태우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오늘(지난 4일)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김태우 사건’서 비롯한 압수수색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한 바 있다”며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창성동 별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며 국정 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17년 3월,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창성동 별관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창성동 별관에도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특감반이 위치해 있었다.

검찰이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이유는, 그곳에서 특감반이 영장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담당관의 신체를 수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담당관의 주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국민소통실의 사무관과 주무관을 지목하며 “이들을 감찰해 무조건 중징계를 받도록 조치하라”고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는 것. 감사담당관은 이들에 대해 특별히 부적절한 사항을 찾지 못하자 압박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공포 대상
불려 가면…

해당 감사담당관은 지난 2017년 3월 “(지난 2016년 1월)영장도 없이 저와 사무관, 주무관의 휴대전화·컴퓨터·서랍·이메일을 4시간 이상 뒤졌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특감반이 있던 창성동 별관에 불려가 신발과 양말 등을 벗고 신체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도 빼앗긴 뒤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라고 강요받았다. 지갑서 국가유공자증이 나오자 “사기 쳐서 받은 것 아니냐. 털어보겠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 내부서 창성동 별관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 정권은 이곳에 특감반은 물론 비밀 사무실을 두곤 했다. 일례로 이명박정권 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곳에 들어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 인맥인 ‘영포회’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광우병 촛불집회’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신설됐다. 공직자와 공기업의 비리를 조사한다고 해 ‘관가의 저승사자’ ‘암행감찰반’ 등으로 불렸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인 김해시의 한 골프장서 기업체의 골프 접대를 받은 공직자들을 적발해 징계를 요구한 사건은, 이 조직이 어떤 업무했던 곳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한 중소기업 대표를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문제제기로 2010년 1차 수사를 벌여 불법 사찰이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창성동 별관은 백원우 별동대가 위치한 곳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 등 범여권이 주장하는 공수처의 미래가 백원우 별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여당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맹비난했다.

GH 공무원 신체 수색
MB 민간인 사찰 나서

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5일 첫 회의서 설훈 특위위원장은 “해방 후 집권당서 검찰 공정수사촉구특위를 만든 일은 처음일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수사와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은 7개월 넘게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걸 의원도 “검찰총장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검찰조직을 사병처럼 선별적으로 동원하는 행태는 참 후진적 행태”라며 “우리 민주당은 노회한 정치꾼 같은 검찰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마치 큰 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을 습격해 일망타진하듯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며 “그 행태를 보면 불순한 여론몰이, 망신주기 등 그야말로 저의가 있는 악랄한 정치행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된 지 7일 만에 이루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서 근무할 당시 3∼4개의 금융업체로부터 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2017년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강제수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은 감찰중단 의혹과 관련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어느 수준까지 진행했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검날은
어디까지?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만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전 수석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총괄했고,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의 직속상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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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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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