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암행’ 창성동 별관팀 실체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22: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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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 말 듯 ‘관가 저승사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 특별감찰반을 가동했다는 의혹에 보수야당은 이를 ‘백원우 별동대’로 규정하고, 3대 청와대 게이트 사건의 교집합으로 청와대 인근의 창성동 별관을 지목했다. <일요시사>는 창성동 별관을 다각도로 추적했다.
 

취재진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다. 지난 4일 오전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다. 현장에선 검사와 수사관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건물로 드나들었다. 청와대에서 약 500여미터 떨어진 창성동 별관도 그 중 하나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서 
500여미터

앞서 속칭 ‘백원우 별동대’가 창성동 별관 3층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당시 민정수석실 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제기됐다. 직원들은 김 의원과의 면담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 아주 문제 있는 조직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서 창성동 별관으로 2개의 팀이 나와 있었다. 5층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팀이 사용했으며, 3층은 백원우 별동대가 사용했다는 것. 최근 유명을 달리한 A 수사관과 경찰 출신의 다른 특감반원이 별동대로 활동했다.

한국당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2일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백원우 별동대와 창성동 별관에 대해 “어떻게 하면 이 정권 측근들의 죄를 덮고, 상대편에게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끌어낼지 중상모략을 꾀하던 밀실”이라며 “(여권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축소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A 수사관이 속했던)백원우 별동대 자체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친문(친 문재인) 세력의 범죄는 모두 덮어버리고, 야권 세력에 대해선 불법적 공작·수사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상진 의원도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판 ‘3·15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것보다 더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서 공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백원우 별동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검, 전격 BH 압수수색 왜?
‘백원우 별동대’ 별관 3층에…

청와대는 별동대 의혹에 대해 즉시 반박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특감반원이 당시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대통령의)특수관계인을 담당했던 두 분은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창성동 별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년 전 이맘때 검찰은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청와대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고 난 후 진행됐다. 앞서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를 넘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한국당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4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은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감반 등이 위치한 청와대 경내 여민관과, 창성동 별관서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청와대는 검찰에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했다.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압수수색에 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청와대는 군사상 보안을 요하는 시설이라 그에 준해 압수수색 절차에 응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경내 진입은 아니고 임의제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박에도
의심 가득

이번 압수수색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서울동부지검은 “(4일) 오전 11시30분께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1년 전 압수수색을 집행한 곳도 서울동부지검이다.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서 검찰이 김태우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오늘(지난 4일)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김태우 사건’서 비롯한 압수수색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한 바 있다”며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해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창성동 별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며 국정 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17년 3월,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창성동 별관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창성동 별관에도 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특감반이 위치해 있었다.

검찰이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이유는, 그곳에서 특감반이 영장 없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담당관의 신체를 수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지난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담당관의 주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국민소통실의 사무관과 주무관을 지목하며 “이들을 감찰해 무조건 중징계를 받도록 조치하라”고 직간접적으로 지시했다는 것. 감사담당관은 이들에 대해 특별히 부적절한 사항을 찾지 못하자 압박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공포 대상
불려 가면…

해당 감사담당관은 지난 2017년 3월 “(지난 2016년 1월)영장도 없이 저와 사무관, 주무관의 휴대전화·컴퓨터·서랍·이메일을 4시간 이상 뒤졌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특감반이 있던 창성동 별관에 불려가 신발과 양말 등을 벗고 신체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도 빼앗긴 뒤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하라고 강요받았다. 지갑서 국가유공자증이 나오자 “사기 쳐서 받은 것 아니냐. 털어보겠다”는 협박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 내부서 창성동 별관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 정권은 이곳에 특감반은 물론 비밀 사무실을 두곤 했다. 일례로 이명박정권 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곳에 들어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 인맥인 ‘영포회’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광우병 촛불집회’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신설됐다. 공직자와 공기업의 비리를 조사한다고 해 ‘관가의 저승사자’ ‘암행감찰반’ 등으로 불렸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인 김해시의 한 골프장서 기업체의 골프 접대를 받은 공직자들을 적발해 징계를 요구한 사건은, 이 조직이 어떤 업무했던 곳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한 중소기업 대표를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문제제기로 2010년 1차 수사를 벌여 불법 사찰이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창성동 별관은 백원우 별동대가 위치한 곳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 등 범여권이 주장하는 공수처의 미래가 백원우 별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여당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맹비난했다.

GH 공무원 신체 수색
MB 민간인 사찰 나서

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5일 첫 회의서 설훈 특위위원장은 “해방 후 집권당서 검찰 공정수사촉구특위를 만든 일은 처음일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수사와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은 7개월 넘게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의)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걸 의원도 “검찰총장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검찰조직을 사병처럼 선별적으로 동원하는 행태는 참 후진적 행태”라며 “우리 민주당은 노회한 정치꾼 같은 검찰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마치 큰 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을 습격해 일망타진하듯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서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며 “그 행태를 보면 불순한 여론몰이, 망신주기 등 그야말로 저의가 있는 악랄한 정치행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된 지 7일 만에 이루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서 근무할 당시 3∼4개의 금융업체로부터 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2017년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청와대 강제수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은 감찰중단 의혹과 관련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백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어느 수준까지 진행했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검날은
어디까지?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만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전 수석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총괄했고,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의 직속상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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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