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국 전 법무부장관 ‘36일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3:38
  • 호수 12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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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릴 거 다 털리고 집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이 됐다.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사퇴까지 36일간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에 매진했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를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표현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문재인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의혹 두고 
진영 대립

조 장관은 특히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한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으로 ‘1차적 소명’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이 전격 사퇴를 결정하면서 청와대 역시 이날 2시에 예정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1시간 연기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의를 수락하고 오후 3시에 열린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며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며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동안 조 장관 의혹을 두고 진영 간 대립이 되풀이된 점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법무부장관 임명 36일 만에 전격 사퇴 
검찰 가족 수사·국정지지도 추락 부담

이어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길 바란다.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 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엔 조 장관의 이번 결단이 검찰 개혁을 포함한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퇴를 기점으로 진영 간 혼란을 추스르고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과 광화문서 잇따라 열린 일련의 대규모 집회를 거론하며 “이제는 국민 통합에 힘쓸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광장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9일 지명돼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에 전달되자마자 야권에선 이른바 ‘가족펀드’와 웅동학원 위장 소송, 부동산 위장 거래 의혹 등에 대해 파상 공격을 펼쳤다. 조 전 장관의 딸의 장학금과 입학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마저 술렁이기도 했다. 

입시비리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던 2030세대가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고 항의하면서 들고 일어났다. 조 전 장관 딸이 다녔던 대학과 대학원서 항의성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여론과 민심은 조 전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또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에 또다시 민심이 흔들렸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공교롭게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였다.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터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여권서도 후보자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정면돌파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27일 그 동안 접수된 고소·고발장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2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무렵 검찰은 부인 정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특수부 축소
검사 감찰 강화

사흘 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전 장관은 36일 동안 검찰 개혁안을 내놓으며, 검찰 개혁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서 검찰 개혁 관련 논의가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 차원서 개혁안이 논의되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임기 중 총 여섯 차례 공식 지시 내용을 발표했다. 그 중 1∼3호 지시는 검찰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10·11일 1·2호 지시를 통해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아래 검찰개혁위)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닷새 후인 16일엔 검사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포함한 ‘장관-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를 추진하라고 3호 지시를 내렸다.

조 전 장관과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는 같은 달 20일과 25일, 각각 의정부지검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서 진행됐다. 또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17일, 검찰개혁위는 30일 발족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위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사항을 내렸다. 그 결과 특수부·공안부 등 주류가 아닌 형사부·공판부 등의 비주류 검사들이 개혁위에 들어갔다. 그동안 관련 논의서 소외됐던 젊은 검사, 검찰 수사관, 법무부 직원도 개혁위에 포함됐다. 사법 농단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재 변호사)처럼 신선한 인물도 개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과 검찰개혁위는 ‘조국표 검찰 개혁안’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고,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검찰 개혁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조 전 장관의 4∼6호 지시는 각각 교정, 출입국·외국인, 청소년 보호관찰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는 ‘검찰 중심 법무부 운영’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조 전 장관은 23일, 지난 2일 두 차례 법무혁신·검찰 개혁 간부회의를 열기도 했다. 첫 회의에선 홈페이지·메일로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고, 두 번째 회의에선 형사부·공판부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의견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검찰 개혁 관련 제안도 받았다.

관용차 폐지 및
심야 조사 금지 

조 전 장관의 지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두 차례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 홈페이지·메일 제안 등은 조 전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개혁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첫 기자회견서 조 전 장관은 “과감한 검찰 개혁 추진”을 강조했다. 이날부터 당장 시작된 개혁안은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 ▲검사 내외파견 최소화 및 검사파견 심사위원회 설치였다. 또 검찰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만 남기고 부산·대전 등 4곳은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 올렸다.

서초동 집회도 이번 검찰 개혁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소규모로 진행돼오던 집회는 ‘11시간 자택 압수수색’ 등이 발단이 돼 대규모로 발전했고,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절정에 달했다. 첫 대규모 집회 직후인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바로 다음 날 윤 총장은 개혁안(특수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윤 총장은 공개소환 전면 폐지(10월4일), 심야조사 금지(10월7일), 직접수사 축소 및 전문공보관제 도입(10월10일) 등의 개혁안을 잇따라 내놨다.

조 전 장관의 두 번째 검찰 개혁 기자회견은 첫 기자회견 후 엿새 만인 지난 14일에 열렸다. 특히 직전 주말에도 법무부와 조 전 장관은 쉼 없이 움직였다.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지목돼온 행위도 법무부령으로 ‘인권보호 수사 규칙’을 제정해 바꾸기로 했다. 제정안에는 직접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뿐 아니라 관할 고등검사장에게도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검찰공무원의 비위가 발생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1차 감찰권을 확대하도록 법무부 훈령도 개정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앞서 지난 8일에도 개혁위와 대검찰청의 자체 개혁 방안을 검토해 ▲직접수사 축소 ▲수사 관행 개혁 ▲검찰에 대한 감찰 확대 등을 이달 안에 법령으로 만들겠다 방안을 발표했다.

언론과 검찰 집중포화
“개혁 불쏘시개 역할”

법무부와 대검찰청 고위 간부는 주말인 지난 12일에도 검찰 개혁을 주제로 협의를 진행했다. 그 다음날 조 전 장관은 고위 당정청 협의회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후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의 개혁안엔 특수부 명칭 폐지 및 축소를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다음 날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안을 발표한 뒤 2시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던 만큼, 신속 추진과제 외에 ▲법무부 탈검찰화 ▲사건배당 및 사무분담 시스템 개선 ▲수사관행 개혁 ▲검사 신규임용방안 등 인사제도 정비 ▲전관예우 폐해 근절 방안 등 연내 추진과제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재 국회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논의 중인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법무부의 역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날 법무부는 “사임 의사를 밝힌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진행해온 검찰 개혁, 법무혁신, 공정한 법질서 확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법무행정에 빈틈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 참여연대 등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 없이 검찰 개혁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

한편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재임 기간이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9일 0시 임기를 시작했다.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이날 오후 2시까지를 기준으로 35일 14시간 동안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했다.

조 전 장관보다 짧게 재직한 역대 법무부장관은 모두 5명으로 최단 기록은 김대중정부 시절 ‘43시간’ 동안 재직한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이 갖고 있다. 안 전 장관은 2001년 5월21일 오후 3시 김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이틀 뒤인 5월23일 오전 전격 경질됐다. 

‘충성서약’ ‘정권 재창출’ 등 부적절한 어휘가 포함된 이른바 ‘충성문건’ 파문 탓이었다. 당시 청와대에 보낼 팩스가 기자실로 잘못 발송되는 바람에 문제의 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나중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희태 전 장관도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3년 2월26일 취임했다가 9일 만인 3월7일 물러났다. 

사퇴 전 개혁안 
국무회의 상정

박 전 장관은 미국서 태어난 딸이 외국인 특례전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게 문제가 됐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옷로비 파문’에 휘말린 김태정 전 장관(14일), 1961년 5·16쿠데타로 물러난 이병하 전 장관(15일)이 엇비슷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정치근 전 장관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대한 민심 수습 차원서 33일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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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