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명단’ 검사 블랙리스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21 13:50:08
  • 호수 1241호
  • 댓글 0개

윤석열도 노트에 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2년부터 법무부가 검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리스트에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 검사도 검사 블랙리스트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신빙성이 더해졌다. 검사 블랙리스트가 사실이라면, 판사 블랙리스트에 이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15일 법무부의 ‘검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서 올해 2월 폐지된 법무부 내규상 ‘집중 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지침’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2년 6월 시행
지난 2월 폐지

이 의원에 따르면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6월 제정·시행됐다가 지난 2월28일 폐지됐다. 이 지침은 검사들 가운데 ▲평소 행실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 ▲업무 관련 법령이나 지침 등을 위반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자 ▲동료검사나 직원과 자주 마찰을 일으키는 자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관리대상으로 지정, 명단을 작성해 대검찰청이 감찰하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업무수행이 불성실한 검사를 집중 관리하겠다는데 법을 다루는 법무부서 가능성만 가지고, 또는 불성실하다는 것만 가지고 집중 관리 대상이 된다는 게 기가 막힌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명단을 법무부 검찰국장이 매년 정해서 대검에 보낸다는 건데, 규정을 보면 검찰국장은 긴급해 집중 관리가 필요한 검사를 발견할 때 언제든지 관리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돼있다”며 “또 집중 감찰 결과를 적격심사 및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고 돼있는데 검찰국장이 기관장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기관장도, 인사권자도 아닌 검찰국장이(관리대상) 명단도 지정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인사에 반영한다는 것인가”라며 “법무부가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질 당시 한동운 대검 반부패부장이 실무에 참여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게 왜 만들어졌는지 (한 부장에게)확인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명단을 확인해서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 극소수를 관리했는지 아니면 정치적 의도 때문에 누군가가(명단에) 들어갔는지”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기 들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없어졌다고 해서 덮고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2012년부터 리스트 작성
말 안 듣는 검사 집중 관리 대상?

국감 증인으로 나온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해당 내규가)무슨 취지인지는 알겠는데 추상적인 것 같다. 경위를 파악해서 보고하겠다”며 “(명단)보고 여부는 개인의 인적사항이 오픈되는 것으로 본인이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검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요구해 이 의원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수사관들이 하이에나처럼 나에 대한 나쁜 말들을 찾아 헤맸다”는 주장도 했다. 지난 16일 임 부장검사는 SNS에 “법무부, 대검(대검찰청), 고검(고등검찰청)의 수사관들이 세평 수집 명목으로 제 주변 동료들을 얼마나 탐문하고 다니던지(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 임은정 검사

이어 “올해 초 법무부와 대검에 검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요구하고,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며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사건 수사로 법무부 검찰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제 이름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 사건으로 검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건으로 이름을 올린 후 계속 명단에 머물렀다(고 들었다). 검찰을 바로 세우자고 거듭 말했을 뿐”이라며 “법원·문체부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들이 처벌 받듯 검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이들도 처벌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치외법권은 없다, 진상규명과 수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세평 수집 명목
탐문하고 다녔나

검찰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대검 관계자는 “적법하게 제정된 근거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가 진행됐고, ‘집중 관리 대상 검사’가 선정 및 관리됐다”며 “이같이 관리된 명단이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침 제정과 명단 작성 과정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참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한 검사장이 2012년 당시 해당 지침을 제정한 실무부서인 법무부 검찰과서 근무한 것은 맞지만, 제정은 물론 명단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12년 제정됐다가 올해 2월 폐지된 ‘집중 관리 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 지침’은 법무부 검찰국장이 해마다 집중 관리 대상 검사를 선정해 대검에 보고하도록 한다. 집중 관리 대상은 ▲평소 성행 등에 비춰 비위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자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 또는 해태하는 자 ▲근무 분위기를 저해하는 자 등이다. 대검은 이 명단을 토대로 감찰을 실시해 검사적격심사 및 인사 등에 반영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도 해당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윗선의 수사 개입을 폭로한 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는데 이후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침에는 중징계를 받으면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도록 돼있다. 

중징계 받으면
관리 대상으로

검찰 내부 비판을 꾸준히 해 온 임 부장검사도 박근혜정부 시절 수년 동안 관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지침이 감찰 강화가 아닌 정권이나 검찰 조직에 눈엣가시 같은 검사를 견제하는 데 악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의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을 받고 “저는 그런 지침이 법무부나 대검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총장은 “통상 대검은 공판송무부서 무죄평정을 하고 감찰부서 정기 사무감사와 개별 세평 등 정보에 의한 감찰을 하고 있다”며 “그런 결과들을 다 기획조정부를 경유해 법무부 검찰국에 보내서 검사 인사에 반영해오고 있는데, 그게 아마 시기적으로 당시 스폰서 검사 사건 등 때문에 검사들의 복무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라고 밖에서 오해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정상적인 예규 규정, 법무부 훈령에 의해서 만든 것”이라며 “나중에 적격심사 등 제도가 생겨서 그것이 실제로 큰 사용가치가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부연했다. 이어 “하여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검사들이 나름대로 정당하게 일을 했는데, 소위 시쳇말로 ‘문제 검사 리스트’로 관리돼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검 “아니다”라 하지만…
판사 블랙리스트와 판박이?

이번 검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앞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장들에게서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과 비슷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들까지 동원해 판사들의 기초자료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장들은 근무평정표 이외에 소속 판사들이 사법행정을 비판하거나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내용 등을 정리한 ‘인사관리 상황보고’를 2013년부터 해마다 작성했다. 법원장들은 대법원장 신년 인사차 대법원에 방문할 때 이 보고서를 ‘인비’(人秘·인사비밀)라고 적은 봉투에 담아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 보고서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처서 매년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즉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기초자료가 됐다.

‘물의야기 법관’은 원래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등 비위를 저지른 판사를 뜻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2012년 정기인사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사법행정 방침과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 대법원 입장과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을 선고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등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법관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 가치
없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은 정기인사 때 물의야기 법관 현황 보고서와 언론·국정감사서 문제가 된 사안, 법원장들에게서 보고받은 인사관리 상황보고 등을 종합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에 담긴 인사조치 방안에 수기로 'V'자 표시를 하거나 구두로 부임지를 정했다. 완성된 판사 블랙리스트는 작성 때와는 반대 방향, 즉 법원행정처서 각급 법원으로도 건네져 개별 법관의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