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표류’ 광주 신가동 재개발 무슨 일이…

조합장 맘대로 수십억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주택재개발을 목적으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고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기존 1716필지의 주택과 총 면적 28만7000㎡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해당 대지 위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것. 그런데 재개발사업조합 사무실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최근 새로운 사무실이 하나 생겼다. 새로 생긴 올바른신가동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 입구에는 기존의 조합장을 규탄하는 각종 문구가 걸려 있다.
 

광주광역시 신가동 올바른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올신위)에 따르면 신가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잘못된 계약으로 약 1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총 1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그동안 낭비된 금액은 약 80억원에 달한다. 신가동 올신위는 “깨끗한 조합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용역 계약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계약을 바로잡을 때 개인당 7000만원 상당의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며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 지붕 
두 가족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14년 설립된 신가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의 각종 행위가 조합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합장은 법무사계약, 기반시설공사와 지장물공사계약, 범죄예방 이주관리용역과 석면감리용역계약서 터무니없는 고액으로 계약하거나 하지 않아도 될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신위에서는 조합장이 임원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첫 번째로 법무사 업무 계약을 들었다. 법무사 업무 용역계약은 현재 불필요하고 또 금액도 특정할 수가 없다. 또 이주비 지급과 설정 또는 사업 완료 시 등기 이전 등은 조합원 개개인이 그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고지하고 계약서 등을 조합원에게 사전 우송해 조합원들이 법무사 및 등기사항을 스스로 분석해 선택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차나 정보 제공 없이 183억원 상당의 법무사 업무 계약을 체결, 이 비용은 280억으로 증가됐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올신위 관계자는 “어이없는 계약 중의 하나”라며 “2017년 임시총회 사업계획 책자의 계약 내용을 보면 법무사 비용이 있는데 종전 2017년 23억3000만원이었던 예산이 2019년 갑작스럽게 184억원으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그는 “184억원이란 금액은 대한민국서 법무사가 체결한 단일계약으로는 가장 큰 비용이 아닌가 싶다. 있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계약으로…1200억 추가 부담 위기
올신위 “총회결의 없는 과도한 계약” 주장

두 번째로 문제 삼은 것은 정비기반시설 공사계약이다. 정비기반시설은 앞으로 5∼6년 뒤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 시 상하수도나 도로 등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되고 관할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획득해야 확정이 될 뿐만 아니라, 입주 약 1년 전에 총회결의를 받은 다음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합에선 2018년 2월8일 총회결의 없이 정비기반시설(건웅토건)에 관한 계약을 153억원에 체결했다. 이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올신위 관계자는 “아파트가 지어지고 보도블럭과 통행로를 만드는 공사라고 알고 있다. 공사계약은 최소한 3년 이후에 총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153억원으로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문제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용역계약이다.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 철거 이후 공사 중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을 돌거나 구역 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주관리는 철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범죄예방은 재개발 구역이 아무리 방대해도 5억원 이내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관례이고, 이주관리는 철거에 해당해 시공사의 공사계약 내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합은 총회결의 없이 60억원 상당의 이주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 즉시 계약금의 10%인 6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조합에서는 총회 추인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4조 제1항 제5호의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사전에 해야 하며,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해서 죄가 면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범죄예방 이주관리 계약 자체가 도정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도정법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 지구가 정해지면 범죄예방을 위해서 해당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서에서 범죄예방에 관한 시설이라든지 순찰 강화를 요청하게 돼있다. 때문에 이는 순찰, 방범초소 설치 등을 무상으로 하는 경찰서 업무다. 이를 별도로 용역계약 약 6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비용 자체도 과다하게 계산됐다. 최소한 30억원 이상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수백억 계약 
위법 사례는?

네 번째는 지장물 조사 및 공사다. 지장물 조사는 말 그대로 철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사업무일 뿐이며 공사는 철거를 의미한다. 그 때문에 조사업무는 아무리 방대하다고 해도 5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철거는 도시정비법에 의거 시공사에서 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시공사의 공사비에 포함된다.

조합은 56억원에 지장물 조사 및 공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계약금 6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부분도 조합 측은 사후 추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해 조합원들을 혼란하게 했을 뿐 사전 또는 사후 추인을 받은 바가 없다.

올신위 관계자는 “지장물에 대한 철거는 시공사가 하는 것이 원칙인데 별도로 다른 건설사에 계약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총액이 56억7000만원으로 돼 있는데 타 사업장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타 사업장의 경우를 감안해보면 20억∼40억 정도 필요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는 석면감리용역계약이다. 석면감리는 철거 시 석면 제거와 그 방법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 감독을 하는 것이다. 그 금액은 일반적으로 4억원 이하이며, 신가동개발구역의 경우 석면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합은 총면적 28만6964.71㎡에 대해 6950㎡당 총 2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신위 관계자는 “석면감리에 대한 원가는 실제로 업무 진행 인건비”라며 “추정컨대 약 3억 내외로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또한 과다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석면감리 용역은 석면조사 면적 및 석면제거 일수 의거 감리금액으로 선정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금액이 19억9000만원으로 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는 15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되는 부분”이라며 분노했다.

올신위의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신위 관계자는 “현재 도급공사비 단가가 445만원으로 돼있고 조건은 일반토사 100%로 돼 있다. 도급계약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착공 시 암반이 있을 것을 대비해 토목공사 부분에 100% 일반 토사가 아니라 조합지질조사 결과에 따른 조건으로 공사금액을 결정한다’고 재수정해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급단가 물가상승률 적용에 대해서는 “2년 후에 착공이 된다고 봤을 때 471만원으로, 단가상 26만원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이라며 “비용 전체로 보았을때는 약 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런 부담이라면 조합원 총회서 의결을 받고 난 다음에 시행이 돼야 하며, 마땅히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변경은 관리계획총회 인가 이후 실차공일까지의 물가변동률(주택소비자물가지수)을 적용해 재정산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은행 대출 이자의 문제도 있다. 관계자는 “당초 조합에서는 5%를 이야기했다가 조합 변경으로 계약서가 변경돼 현재 4%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타 사업 지역을 보면 평균 이자율은 2.5% 내외다. 조합원들이 이자 4%를 부담하면 편차가 1.5% 정도 나는데 전체 금액을 감안해보면, 75억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2018년 2월9일 도정법 제29조 및 국토부고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 변경 직전 5건에 대한 465억 계약 체결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소장 제출
조합의 반박

올신위의 위 주장에 따르면 조합은 총 5건의 계약, 금액으로는 474억4600만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총회결의 없이 체결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조합원들은 광주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2000여 선량한 신가동 재개발사업 조합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을 위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학수고대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 2009도14296, 2010. 6. 24. 선고)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대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 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돼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위 법 제85조 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어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로써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그 범행 성립시기가 추후에 이뤄지는 총회서 추인 의결이 부결된 때라거나 추후 총회서 추인 의결이 이뤄진다고 해서 그 범행이 소급적으로 불성립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조합장 “법적 문제없다” 반박
해임 결과 언제?…총회가 관건

아울러 “주택재개발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 법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총회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조합 측은 즉각 반박했다.

조합 관계자는 “2015년 10월31일 시공자 선정총회 책자에는 ‘철거공사 및 철거잔재처리비 포함이며 지장물(통신시설·전기시설·급수시설·도시가스시설 등 공급 일체시설)과 이주·공가 관리비는 별도’라고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광산경찰서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및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됐지만 광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지난 4월30일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범죄예방 및 이주관리에 대해서는 “관할경찰서는 정비구역 외곽순찰을 강화할 뿐 정비구역 내의 순찰과 방범, 범죄예방을 포함해서 조합서 별도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분야”라며 “이주관리는 이주기간 9개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면관리 용역에 대해서는 “용역계약서 제4조(용역비의 지급) 2항에는 ‘용역비는 석면해제 제거 공정작업에 따라 분할해 지급하며 석면조사업체의 추산면적에 따라 용역비를 확정 정산한다’고 규정돼있다”며 “현재 2016년 석면조사업체의 샘플조사 면적만 산출돼있는 상태며 관리처분 후 이주가 개시되면서 정확한 면적이 산출될 예정이므로 올신위에선 어떠한 근거로 용역금액을 계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장 바뀌나? 
총회에서 결정

한병석 올신위 대표는 “투명한 조합이 운영되려면 조합원들이 신뢰하는 전문가, 경험자 등이 참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조합원 스스로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임시총회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임시총회는 ‘조합장 및 임원 해임 총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