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현직 판·검사 25명 군면제 사유 대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54:50
  • 호수 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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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수장도 ‘신의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차관급 판·검사 191명 중 25명이 질병·가사사정·독자 등의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병무청이 집계한 일반인 평균 면제 비율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일요시사>가 병역사항공개 대상인 법원·검찰의 고위직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대 법대→징병검사 연기→질병판정 병역면제→사법시험 합격 등의 패턴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특히 다수의 판·검사들이 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일요시사는 병역 공개 사항 대상인 차관급 판검사들의 병역이행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법조인 출신 고위공직자 병역 문제는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다.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서도 병역면제가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는 매번 법조인 출신 장관 후보자들의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졌다.

100명 중
13명 통과

향후 장관급 인사에 발탁돼 인사청문회장에 설 수 있는 현직 고위직 판·검사들은 병역을 충실히 수행했을까. <일요시사>가 병역사항공개 대상인 차관급 판·검사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191명(판사 150명, 검사 41명) 중 25명(판사 21명, 검사 4명)이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한 달 사이 퇴직한 고위직 판·검사 포함. 실제 법원·검찰 병역공개 대상자의 숫자는 조금 상이할 수 있음).

고위직 판·검사의 병역면제 비율은 13%다. 병무청이 집계한(2007∼2016년) 일반인 평균 면제 비율 2.8%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체 고위공직자 병역면제 비율 8.4%(2016년 기존)를 웃돈다. 

고위직 판·검사의 병역면제 사유는 질병(17명)·독자(6명)·가사사정(2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으로 병역이 면제된 차관급 부장판사는 13명, 검사장은 4명이다. 주요 병명은 근시 등 시력 문제 12명(판사 9명·검사 3명), 폐결핵 2명(판사 1명·검찰 1명)이다. 이외에 고위공직자 판사 중 골수염 1명, 질병 미공개 2명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동안 시력 문제는 병역면제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인사청문회서 특히 율사 출신 후보자들이 근시 등으로 군대가 면제돼 병역회피 의혹을 샀다. 판사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근시, 이기택 대법관이 고도근시, 권순일 대법관이 고도난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부동시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인사청문회서 곤혹을 치렀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부동시로 병역이 면제돼 인사청문회장서 병역회피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윤석열 인사청문회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부동시로 운전면허 취득이나 계단 오르내리기를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서 불편함이 많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부동시였는지” 등을 질의했으며 “부동시로 (병역을)면제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질타했다. 

<일요시사>가 공직자 병역사항공개 자료와 법조인 인명사전 등을 분석한 결과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판·검사들에게서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됐다. 대부분 서울대 법대 출신이었으며, 1차 징병검사 때 현역병 판정을 받으면 입영을 연기했다. 이후 병을 앓거나 수술을 받고 2~3차 징병검사 때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가 여러 차례 발견됐다.

더불어 사법고시를 합격한 그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청문회 매번 병역 기피 의혹 불거져
군대 안 간 차관급 율사들 이유 보니…

다음은 질병 등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고위직 판·검사들의 명단이다. 

▲김명수 대법원 대법원장(근시)= 1979년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1980년 병역검사서 근시 판정을 받아 병종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 등으로 분류돼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3년 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1959년생, 부산고등학교(1977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1년), 제25회사법시험합격(1983년), 제15기 사법연수원 수료(1985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1986~1988년)


▲강동명 대구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안구진탕)= 1983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강 수석부장판사는 1985년 3급 현역병 입영 대상이었지만, 입대를 미뤘다. 2년 뒤인 1987년 안구진탕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후 그는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92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1964년생, 경북사대부속고등학교(1982년), 서울대학교 사법학과(198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수료(1988년), 제31회 사법시험 합격(1989년), 제21기 사법연수원 수료(1990~1992년), 대구지법판사(1992~1995년)

조직 수뇌부
줄줄이 미필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근시)= 1984∼1986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김 부장판사는 1987년 병역검사서 근시 판정을 받아 5급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그해 김 부장판사는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0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1965년생, 서울 광성고등학교(1984년), 서울대학교 사법학과(1988년), 미국 U.C. Berkeley (LL.M.)(1998년), 제29회 사법시험합격(1987년), 제19기 사법연수원 수료(1988~1990년), 서울형사지법 판사(1990~1992년) 

▲김주호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근시)= 1984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신청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87년 근시로 5급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는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93년 부산지법 판사가 됐다. 1965년생, 부산 낙동고등학교(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8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1990년), 제22기 사법연수원 수료(1991~1993년), 부산지법 판사(1993년)
 

▲ 판검사들의 병역면제 현황

▲강경구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질병 미공개)= 1986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강 부장판사는 1987년 5급 전시근로역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공직자 병역 사항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의 질병은 미공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5년부터 청주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1966년생, 대전 충남고등학교(1984년), 서울대학교 사법학과(1988년), 서울대학교 법학 석사(1993년), 제34회 사법시험 합격(1992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1993~1995년), 청주지법 판사(1995~1999년)

▲박형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근시)= 1988∼1989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이후 1990년 근시로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그는 1년 뒤 제23기 사범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1994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1969년생, 부산진고등학교(1988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92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1998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1992~1994년), 수원지법 판사(1994~1996년)

191명 중…질병·독자·가사사정
일반인 병역면제 비율의 4배 이상 

▲이대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무수정체)= 1978∼1979년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그 다음 해 이 부장판사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제13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같은 해 그는 병역판정 검사서 안구 질환인 무수정체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이후 1983년부터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첫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1958년생, 충암고등학교(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1년), 제22회 사법시험합격(1980년), 제13기 사법연수원 수료(1981~1983년), 서울민사지법 판사(1983~1985년) 

▲이제정 특허법원 부장판사(부동시)= 1985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이 부장판사는 1986년 병역판정 검사를 2차 연기했다. 1987년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종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분류돼 병역이 면제됐다. 이후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친 뒤 그는 1995년부터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근무했다. 1966년생, 청주 운호고등학교(1984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88년),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1991년), 제34회 사법시험 합격(1992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1993~1995년), 부산지법울산지원판사(1995~1997년)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근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82년 근시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병역면제를 받은 뒤 4년 후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부터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1962년생, 서울 인창고등학교 (198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4년), 미국 NYU 법학(LL.M.) 석사(1997~1998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1986년), 제18기사법연수원수료(1987~1989년), 서울지법의정부지원판사(1989~1991년)

▲이기택 대법원 대법관(근시)= 1979년 근시 판정을 받아 병종 전시근로역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분류돼 병역이 면제됐다. 이 대법관은 대학교 3학년이던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1959년생, 경성고등학교(1978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2년),미국하버드Law School 국제조세과정 연수(1991년),제23회 사법시험 합격(1981년), 제14기 사법연수원 수료(198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1985~1987년)

▲이흥구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폐결핵 활동성)= 1982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2년 뒤 이 부장판사는 폐결핵 활동성 미정으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초임지다. 1963년생, 통영고등학교(1982년), 서울대학교 공법학과(1989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1990년), 제22기 사법연수원 수료(1991~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1993년) 


‘로얄 코스’
공식 통했나

▲정형식 서울회생법원 법원장(만성골수염)= 1981∼1983년 3차례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정 법원장은 1984년 3급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군대를 미뤘다. 1986년 5차 병역 검사서 만수골수염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정 법원장은 입영 연기를 한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1988년부터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1961년생, 서울고등학교(198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5),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1987년), 제27회 사법시험 합격(1985년), 제17기 사법연수원 수료(1986~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1988년) 

▲최인규 광주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질병 미공개)= 1983년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된 최 수석 부장판사의 질병은 밝혀지지 않았다. 1989년 대학교를 졸업한 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1964년생, 광주 조선대부속고등학교(1983년), 서울대학교 사법학과(1989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1992~1994년), 서울지법서부지원판사(1994~1996년) 

▲박성진 대전고등검찰청 차장검사(활동성 폐결핵)=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83년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이후 1986년 병역판정 검사서 활동성 폐결핵(경도)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6년 뒤인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5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1963년생, 부산 동성고등학교(1983년), 한양대학교 법학과(1992년), 제34회 사법시험 합격(1992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1993~1995년), 수원지검 검사(1995~1996년)

입학→연기→질병→면제→사시
비슷한 코스 ‘서초동 지름길’

▲윤석열 검찰총장(부동시)= 1980∼1981년 병역판정 검사 연기를 했다. 윤 후보자는 다음 해인 1982년 부동시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94년 대구지검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0년생, 충암고등학교 (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198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1988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1991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1992~1994년), 대구지검 검사(1994~1996년)


▲장영수 수원고등검찰청 차장검사(근시)= 1986년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했다. 장 차장검사는 3년 뒤인 1989년 근시(-7.0D)로 5급 전시근로역으로 분류돼 병역을 면제받았다.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93~1995년까지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쳤다. 1998년 청주지검이 첫 발령지다. 1967년생, 대원고등학교(1985년), 고려대학교 법학과(1990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졸업정보 없음, 제34회 사법시험 합격(1992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1993~1995년), 청주지검 검사(1998년)

▲한찬식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근시)= 1987∼1988년 병역판정 검사를 2차례 연기했다. 이후 1989년 근시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같은 해 한 검사장은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1992년 서울지검서 첫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생, 성남고등학교(1986년), 서울대학교 사법학과(1990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법학 (LL.M.) 석사(1998년), 제31회 사법시험 합격(1989년), 제21기 사법연수원 수료(1990~1992년), 서울지검 검사(1992~1994년)

<일요시사>가 질병 등으로 병역이 면제된 법원·검찰 고위직들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법대→징병검사연기→질병으로 병역면제→사법연수원 합격 등의 패턴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걸까.

법조계에 따르면 1970∼1990년대 당시 사법고시를 통과하지 못한 법조인들에게 군 복무는 기피 대상이었다.

실제로 고위직 판·검사 191명 중 15명(판사 5명, 검사 10명)만 현역으로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면제 25명을 제외한 나머지 161명가량은 군 장교 출신이거나 상근으로 병역을 마친 것으로 확인된다. 

대부분 시력
단골 의혹

전직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부분 현직 판·검사들은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법무 장교로 군 복무를 한다. 그렇지 못한 사시 준비생들에게 일반 병사로 군 복무를 하라는 건 3년을 버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서울대 법대 출신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이들이 부조리한 군생활을 어떻게 견디느냐. 당시 이들 사이서 군대를 미루고 사시에 합격한 후, 어떻게든 현역으로 가지 않으려고 애쓰던 문화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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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