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엄마 김혜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08 10:01:35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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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배우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서 품격 있는 수상 소감으로 동료 후배들을 울렸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엔딩에 나왔던 자신의 내레이션을 다시 한 번 읊으며, 청중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했다.
 

▲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순간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나였을 그대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전’으로 
충격과 감동

배우 김혜자의 수상 소감이다. 김혜자는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출연해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눈이 부시게>는 70대 노인이 25세의 인생을 동시에 살며 일깨운 삶의 가치를 그려낸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종방 일주일 전엔 지난 3월12일에는 7.9%(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3.2%로 시작한 첫 방송보다 두 배 이상 뛴 시청률이다.  

<눈이 부시게>는 아나운서를 꿈꾸던 25세 혜자가 아버지(안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를 함부로 사용해 70대 할머니(김혜자)가 됐다는 설정이다. 드라마에서는 시간을 바꿀 수 있는 시계 때문에 자신의 젊음을 잃었다 생각한 혜자(20대 역 한지민)가 노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후 혜자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다.


백상예술대상 대상…품격 있는 소감 화제 
<눈이 부시게> 엔딩 내레이션 깊은 감동

애초 <눈이 부시게>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란 기획 의도를 보고 드라마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부각하는 ‘타임리프’의 반복을 치매로 인한 시간 여행으로 비틀어 새로움을 줬다. 드라마가 보여준 인간의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겉은 70대 노인이지만 내면은 20대인 ‘혜자’를 훌륭하게 연기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김혜자의 연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했다.

김혜자는 백상예술대상서 수상 소감으로 <눈이 부시게> 속 엔딩 내레이션을 읊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읽을 때, 행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기 혼을 불태운 대배우에 대한 경배의 순간이었다. 그는 수상의 공을 제작진들에게 돌리며 베테랑 배우로서 품격을 더했다. 

김혜자는 “생각도 안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김석윤 감독부터 이남규, 김수진 작가까지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정말 받을 줄 몰랐다”며 시종일관 감격하면서도 “<눈이 부시게>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대본의 마지막 한 페이지를 찢어올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실제 대본 들고…
작품에 대한 애착

김혜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그는 1941년 9월15일 서울서 태어나 자랐다. 대중에게 알려진 생년월일은 10월25일이지만, 이는 호적상 생일이다. 그는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학과에 진학했다.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은 것은 1960년 연극배우로 처음 데뷔하면서였다. 이듬해 KBS 서울중앙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정식 데뷔했지만, 연수를 끝내기도 전에 11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연기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혜자는 “열망만 컸지 연기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도망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던 그는 27세의 나이에 다시 연기에 대한 갈망을 느꼈고, 3년간 연극 무대서 연기를 하며 ‘연극계의 신데렐라’로 살았다. 

이후 1969년 MBC가 개국하면서 스카웃돼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MBC 드라마 <개구리 남편> <강변살자> <수사반장> <학부인> <무지개> <신부일기> <여고동창생> <후회합니다> <당신> <안국동 아씨> 등의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다수의 최우수 연기자상을 수상하면서 톱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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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MBC 제1회 탤런트 연기상서 김혜자는 최불암과 나란히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1975년 출연한 <신부일기>로 제3회 대한민국 방송상 시상식서 TV연기상과 제10회 방송윤리위원회상 시상식서 TV드라마 부문 연기상을 수상했다. 1977년 <당신>으로 1978년 제1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자상을, 이듬해 <행복을 팝니다>로 1979년 제1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혜자는 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 수많은 광고를 찍었는데, 1975년부터 2002년까지 CJ제일제당의 전속 모델로 27년동안 활동하면서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당시 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였던 다시다 광고 속에서 외쳤던 “그래 이맛이야”는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60년 연극 데뷔
이듬해 KBS 1기

광고를 통해 다진 국민엄마 이미지는 김혜자의 인생작이자, 최장 기간 방영된 한국의 대표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와 연을 맺게 해준다. 이 드라마서 김혜자는 양촌리 김 회장(최불암 분)의 부인인 이은심 역을 맡아 오랜 기간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1980년 10월21일 첫 방송돼 2002년 12월29일에 종영됐다. 그는 <전원일기>를 통해 ‘어머니 역을 가장 잘하는 인기인’ 설문조사서 1위를 기록했으며, MBC의 이미지를 형성해온 연예인으로 인정받았다.

1983년에 영화에 진출한 김혜자는 스크린 데뷔작인 <만추>로 1983년 제2회 마닐라국제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90년대에 MBC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2008년에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서 새로운 자유를 꿈꾸는 다소 특이한 어머니상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파격적인 인상을 주며 큰 호평을 받았다. 김혜자는 이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과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MBC <행복을 팝니다> <모래성> <엄마가 뿔났다>로 ‘총 3회에 걸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김혜자는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출연해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 도준(원빈 분)의 살인사건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범인을 찾아나서는 엄마 역을 맡아 동물적 모성을 연기했다. “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라는 이 한마디는 김혜자의 연기 인생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었다. 

<마더>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김혜자는 생애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인간의 시간과 삶에 대한 통찰 제시
연기 56년 차…어머니 역 가장 잘해


김혜자는 이 영화로 국내·외 무대서 총 9번의 수상 기록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 LA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혜자는 꾸준히 사회 봉사활동을 해오며, 공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1991년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의 친선 대사로 임명돼 3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하에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그는 2015년에는 네팔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월드비전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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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아프리카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집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을 저술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책의 인세 전액은 북한 용천 긴급구호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꽃때말공부방) 설립을 위해 기부했다. 

시에라리온서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마담 킴스 프로젝트>를 후원했으며, 결연으로 전세계 가난한 어린이 103명을 돕고 있다. 2004년 제과업체 CF 출연료 일부인 9600만원을 월드비전에 기부했고, 2014년 12월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출연료 전액을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꾸준히 봉사활동
전 출연료 기부도

편의점 GS25가 김혜자의 이름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2010년 10월에는 식품 브랜드 ‘김혜자 도시락’을 론칭했다. 김혜자의 아들이 식품 업체 정성에프에스의 대표로 있지만, 김혜자 도시락은 품질 관리에 개입하는 조건하에 계약을 했다고 한다. 김혜자 도시락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혹자는 한자로 은혜로울 혜(惠)에 너그러울 자(慈)를 써서, ‘은혜롭고 자비롭다’는 뜻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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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