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친구 B씨와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다가 귀가할 때가 되자 B씨에게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B씨의 차 조수석에 먼저 타 안전벨트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B씨는 A씨의 말을 무시하고 혈중알코올농도 0.115%의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했고, 결국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A씨는 이 사고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게 됐고, B씨가 가입한 보험사에 치료비 등으로 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때 보험사는 A씨가 B씨의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은 것을 이유로 책임의 제한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A] 우리 형법은 음주운전을 묵인한 동승자에게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제32조 1항을 적극 적용해 이른바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때 단순 방조행위도 통상 음주운전 처벌 기준의 절반에 해당하는 1년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사안처럼 함께 술을 마신 친구에게 “음주운전 하지 말고 대리를 부르라”고 했다면 음주운전 방조행위로는 볼 수 없으나, 조수석서 잠든 새 친구가 음주운전을 해 사고가 났다면 잠든 사람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에게 대리운전비를 지급하며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후 잠들었기에 자신은 사고에 대해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대리운전비를 지급했더라도 함께 술을 마시다 만취한 친구에게 자신의 안전을 전적으로 맡긴 채 안전띠도 착용하지 않고 먼저 탑승해 수면을 취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잘못은 사고 발생과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됐으므로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보험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처럼 보통 판례는 동승자가 운전자가 만취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에서 동승자의 과실을 25~40% 정도로 판단하고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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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