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부 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09:42:06
  • 호수 1209호
  • 댓글 0개

“난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김신혜씨의 재심이 열렸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19년 동안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그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 
 

▲ 김신혜씨

지난 6일 오후 3시55분 무기수 김신혜씨가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들어섰다. 김씨는 베이지색 코트 차림에 2개의 서류봉투를 가슴에 안고 차에서 내렸다. 19년 만에 하이힐을 신은 탓인지 호송차량서 내리면서 발을 삐끗하기도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는 원하면 사복을 입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반인권적 수사
법원 결정 영향

김씨에 대한 재심은 2000년 3월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지 19년 만, 2015년 1월 청구한 재심이 확정된 지난해 9월 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20대에 감옥살이를 시작한 김씨는 이제 40대가 됐다. 취재진이 ‘한마디만 해달라’고 요구하자 “네, 이기겠습니다”라는 짧은 심경을 전했다. 그동안 김씨가 느낀 고통과 분노, 억울함과 절망이 이 한마디에 함축돼있었다. 그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 해남지원 제1호 법정서 형사합의 1부 심리는 비공개로 50여분간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에 앞서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첫 준비기일을 마친 김씨는 재판서 진실을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김씨는 부당한 수사로 수집된 증거를 재판에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모두 배척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석방 상태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김씨 측은 아버지의 수면제 30알 복용 과정과 정확한 사인 등을 놓고 다퉈야 할 쟁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영장 범죄사실 기록에는 수면제를 갈아서 먹였다고 적시됐으나 검찰 기소 단계에서는 알약 30알을 먹였다고 바뀐 점에 주목했다.

수사기관 감정 결과 알약을 갈았다는 그릇과 그 그릇을 닦았다는 행주서 약물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점, 술 취한 사람이 알약 30알을 한 번에 털어 넣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재심 결정 4년 만에 법정에
19년 동안 무죄 주장 받아져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한 점,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김씨의 거부에도 영장 없이 현장검증을 한 점을 강압수사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열심히 해서 재심을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재심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억울한 옥살이가 계속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김학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결정을 하면서 형 집행정지를 하지 않아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공판 과정서 다시 형 집행정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염된 증거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에 수사기관 측 증거는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한 차례 더 비공개로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쟁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7일 오전 5시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전남 완도의 바닷가 작은 시골마을을 발칵 뒤집었다. 죽은 남성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나 시신에는 아무런 상처가 남아있지 않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물에 의한 사망’이었다.

시신서 다량의 수면제 성분과 알코올이 검출됐다. 이틀 후 범인이 검거됐는데 놀랍게도 사망한 남성의 친딸 김씨였다. 그는 수면제 30알을 양주에 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아빠 죽은 그날
존속살해로 체포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가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씨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자신이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당한 기억을 떠올리고 살인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살해 목적은 사망 보험금. 김씨가 사망한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살해계획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수첩도 발견됐다. 증거도 증언도 확실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장검증을 앞두고 “절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돌연 범행을 부인했다. 무엇보다도 성추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의 무죄보다 아버지의 불명예를 벗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서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다”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 아버지를 살해한 적이 없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가 교도소의 모든 출역을 거부한 채 무죄를 호소한 사실은 <오마이뉴스>의 10만인리포트, 다음카카오 뉴스펀딩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수사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고모부에게 자백했다는 사실을 범인이라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김씨 본인은 자신은 고모부에게 자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3월8일 밤 11시20분경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큰일난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찰서로 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목적으로 보험금을 들었지만 그 8개의 보험 중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시신서 독실아민 13.02㎍/ml이 검출됐다.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취재에 의하면 이 정도 양이 검출되려면 경찰이 발표한 30알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 3배에 달하는 100알 정도를 먹어야 나오는 수치라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경찰 측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면유도제나 양주 같은 결정적 물증도 없었을 뿐더러 수사 과정 중 김씨는 경찰로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누드사진을 퍼트리겠다는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증거
“인정 못해”

경찰은 영장도 없이 그의 집을 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인 1조의 규칙도 어겼다. 하지만 정당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문서를 조작했다. 문제가 된 살해계획서는 김씨가 연극배우를 하며 써놓은 극 시나리오로 밝혀졌다. ‘완전’ 일치한다던 살해계획서는 어느샌가 ‘근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2014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김씨를 만나 들은 바에 의하면, 경찰이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한 정황과 수사과정서 억지로 현장검증을 시켜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자신 앞에 내놓더니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를 치고 뺨을 막 때리면서 빨리 찍으라고 독촉했다. 당황한 김씨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경찰이 억지로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지장을 찍게 했다는 것이다. 서명을 하라고 닦달하는 과정서도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렸다.

만약 김씨의 말이 사실일 경우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판결에 불복했지만, 고등법원 항소와 대법원 상고마저 각각 기각되면서 2001년 3월23일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계속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교도소 내 기결수들이 하는 노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한 언론 인터뷰서 “나는 죄가 없는데 나라서 시키는 노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도소 내에서는 그를 ‘독한년’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한국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살인사건의 재심은 가당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월, 김씨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한변호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신혜 사건’에 대한 15년 전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위법성 인정 
사상 첫 무기수 재심 시작 

사건 당시 수사 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한 정황과 수사과정에서 억지로 현장검증을 시켜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이에 대한변협은 김씨에 대한 재심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형사재판 과정서 제출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에 문제가 있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 이외에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공소사실에 의문을 갖게 하는 증거가 존재함에도 이는 재판 과정서 쟁점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이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왜 피고인은 14년 넘게 홀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겠다는 것이다.

김신혜 사건은 2001년 6월1일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 2003년10월21일 MBC <PD수첩>, <신동아> 2003년10월호 ‘어느 존속살해 여자 무기수의 진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었다. 하지만 언론보도 이후에도 법적인 조치는 전혀 이뤄진 바 없이 십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에 대한변협은 법률적 지원의 필요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재판기록은 중요사건으로 분류됐고, 약품 처리되어 영구보존 중이다. 대한변협은 재판기록, 재판 이후 발견된 증거들, 재판 이후 보다 인권적으로 바뀐 적법절차와 관련된 판례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15년 전 수사경찰의 반인권적인 수사가 형법상 직무상 범죄에 해당하고, 당시 재판 과정서 채택된 증거들이 현재의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 증거로 쓰여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재심 청구를 한다고 전했다. 

지금의 교도소는 개인이 필요한 만큼 노트를 소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노트를 한 권밖에 소지할 수 없었고, 새 노트를 받으려면 다 쓴 노트를 가위로 잘라버리거나 찢어버리는 등 폐기처리해야 했다. 그렇기에 김씨는 본인이 당했던 억울한 수사 및 재판을 속옷이나 양말 바닥 등에 기록해가며 쉼 없이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꼭 이기겠다”
대장정 돌입

그리고 2015년 11월18일, 마침내 광주지방법원의 판결로 재심이 결정됐다. 국내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2017년 2월11일 광주고법서 항고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3일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최종 확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