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간청’ 이명박 9가지 질병 보니…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33:36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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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빠지고 코 고니 빼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돌연사 가능성이 있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어떤 질병을 앓고 있기에 돌연사 위험까지 언급되고 있는 걸까. 확인 결과 이 전 대통령이 앓고 있는 9가지 질병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들이었다. 이 중에는 ‘탈모’도 있다. <일요시사>가 이 질병들이 정말 돌연사를 유발할 만큼 위중한 병인지 알아봤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면무호흡증’ 등 지병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며 법원에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전날 보석에 관한 의견서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3일 서울대병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기관지확장증·역류성식도염·제2형 당뇨·탈모·황반변성·수면무호흡증 등 9개 질환이 확진됐다고 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보석 의견서
재판부 판단은?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서 진단받은 병명만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증, 역류성식도염, 당뇨병, 황반변성 등 9개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최근에는 증세가 심해져 1∼2시간마다 깨고 30분 이후에 잠들며 수면 도중 무호흡증세가 크게 늘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양압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수면무호흡증은 이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계속해서 앓아왔던 수면장애와 동반한 증상으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 수면장애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돌연사 가능성도 제기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할 때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생률이 4∼5배나 높고, 심정지에 의한 급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수면무호흡증은 동맥경화와 심부전, 폐성 고혈압과 관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의학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의 증세인) 수면무호흡증을 가볍게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돌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 측 “심각하다” 석방 요청
악화돼 1∼2시간마다 잠에서 깬다?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는 이 전 대통령이 소변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는데, 신장·방광에 염증이나 종양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이 전 대통령의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음이 밝혀져 구치소 담당 의사가 긴급하게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를 살 것이 염려돼 그동안 병세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참아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29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와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인해 재판이 공전하고 있어 불구속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 변경에 따른 재판 지연은 보석 허가 사유가 아니다. (구치소에 확인한 결과)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보석을 허가할 정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에서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의 질병이 돌연사할 정도로 위중할까.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성인 남성 대부분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이 전 대통령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기관지확장증]

기관지확장증이란 기관지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영구적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 부위는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폐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침범된 기도는 염증, 점막 부종, 궤양, 기관지 세동맥의 신생 혈관 형성, 반흔, 또는 반복적인 감염에 의한 폐쇄로 기관지 비틀림 같은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기도 분비물에 의한 기관지 폐쇄는 폐렴을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은 다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폐 실질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기관지확장증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들을 살펴보면 만성기침, 객담, 호흡곤란, 객혈, 흉통 등이다. 
 

▲ 서울구치소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가 이미 손상된 상태로 교정하기 어렵다. 만성적인 질병으로 기관지 모양 자체가 변한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도 그 모양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질병의 치료 목적은 비정상적인 기관지에 이차적인 세균감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조기 치료를 하는 것이다. 

[역류성식도염]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식도의 염증으로 일반적으로 그와 관련해 발생하는 여러 불편감을 총칭해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식도염은 대부분 이에 속하며 비만, 음주, 흡연 등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위식도 경계 부위가 닫혀 있어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으나, 조절 기능의 약화로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이에 따른 불편감이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경우 만성적인 역류가 발생해 위산에 의해 식도염이 발생한다.

검 “건강 상태
그 정도 아니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가슴 쓰림, 가슴의 답답함, 속쓰림,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듯한 느낌, 목 쓰림, 목소리 변화, 가슴 통증 등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며 내시경 검사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대개 만성적인 경과를 밟으며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수십년 이상 식도염이 지속되는 경우 식도암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체내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생긴다. 국내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제1형과 달리 성인에게 발병한다. 진행성 질병이라 초기에는 경구용 약으로 조절하지만, 평생 경구혈당강하제로 혈당조절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NIDDM)의 발병은 상당히 느리고 완만하며 중년 이후에 많이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병해도 장기간 자각증상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조기에 진단을 받아도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해 중증화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의 첫걸음은 환자 자신이 당뇨병의 병태를 충분히 이해해 적절한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실시해서 생활습관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요양지도가 치료의 기본이다. 

[탈모]

인간의 몸에는 약 500만개의 털이 자라고 있다. 털은 모두 일정한 성장기간이 지나면 성장이 정지되고 퇴행기를 지나 휴지기에 들어가서 탈모해 다시 털이 나는 일을 되풀이한다. 이것을 털의 성장주기라고 한다. 

머리털은 성장기가 길고(2∼6년 이상) 휴지기가 짧다(2∼3개월 이하). 그리고 1개씩 독립된 성장주기를 가지며, 성인은 머리털의 2∼5% 이하가 휴지기에 있다고 한다. 


성인 앓는 만성형 질환들 
백혈구 수치는 높게 나와

휴지기에 들어간 털은 색소가 엷고 윤기가 없으며 모근이 가늘어 세발이나 빗질로 쉽게 빠진다. 또 발열성 질병, 임신,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의해 성장기의 털이 갑자기 휴지기에 들어가 많이 빠지는 일이 있는데, 원인이 제거되면 회복된다.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남성호르몬은 수염을 자라게 하지만 두피에서는 반대로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탈모를 방지하는 약제가 개발됐다. 먹는 약으로는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가 있고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으로는 미녹시딜(Minoxidil)이 개발돼있다.

[황반변성]

황반이 노화, 유전적인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는 증상을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는데, 시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황변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많은 원인으로는 연령 증가(연령 관련 황반변성)를 들 수 있으며 가족력, 인종,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반부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이곳에 변성이 생기면 시력감소, 중심암점, 변시증(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비삼출성일 경우 크게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

수면무호흡증이란 자는 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동안 숨이 막혀 컥컥거리다가 한계점이 지나면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관찰된다.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저산소혈증으로 다양한 심폐혈관계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해 목 부위에 지방이 축적되거나 혀, 편도 등의 조직이 비대해진 경우에도 목 안의 공간이 줄어들고 상기도가 좁아져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턱이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약 50% 감소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바로 양압기(CPAP)의 착용이다. 자는 동안 실내 공기를 마스크를 통해 호흡하게 되는데 압력을 가해 기도로 불어넣게 되어 무호흡 발생을 예방한다. 치료율은 10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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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