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 뻗친 손석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2 08:37:16
  • 호수 1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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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에 휘말린 ‘국민 앵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민 앵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스캔들에 휘말렸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둘은 언론계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두고 당사자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더불어 두 사람의 갈등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 JTBC <뉴스룸> 진행자 손석희 대표이사

프리랜서 기자인 김웅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신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사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지구대를 방문해 근무일지에 이 신고 내용을 남겨달라 요청했고, 이틀 뒤인 13일 다시 지구대를 찾아 정식 신고 절차를 밟았다.

폭행 사건서 
온갖 논란으로

김씨는 당시 주점서 손씨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측은 정반대 주장을 하는 중이다.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도중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서 손 대표가 JTBC 일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하자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파일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남성이 “아팠다면 폭행이고 사과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가 손 대표에게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대표를 협박한 게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주장하는 폭행 사실에 대해선 “‘정신 좀 차려라’ 하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사안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저녁 늦게 손 대표 측이 김씨를 공갈 미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마포경찰서에서 병합해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손 대표와 김씨 측의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씨는 이메일을 통해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진술서와 전치 3주 상해진단서, 사건 당일 손 대표와의 대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 등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폭행 신고 관련 추가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취재 중이었다고 밝혔다. 어떤 제보였을까. 김씨는 손 대표의 뻥소니 사건을 제보 받아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대표는 한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 견인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손 대표는 접촉 자체를 모고 자리를 떠났지만, 차에 닿았다는 견인 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자비로 쌍방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자는 접촉사고 발생 후 손 대표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현장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2.5km 정도를 추격해 도로변서 손 대표의 차를 멈추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명함을 주고 받으며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리랜서 기자 폭행해 경찰에 입건
내막 두고 양측 주장 첨예하게 갈려

이런 일이 있은 이후 김씨는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뒤 피해자들에게 배상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로 찾아가 손 대표를 직접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이후 손 대표에게 전화해 “당시 (피해자들이) 손 대표가 차를 받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김씨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은 “난 (차를) 받은 줄도 몰랐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자고 했는데 경찰이 오고 있는 상황서 ‘보험으로 할 거냐, 현금으로 할 거냐’ 해서 난 그냥 ‘현금으로 해도 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손 대표로부터 받은 손 대표 명의 계좌 내역을 보면, 2017년 4월17일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1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사건의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붙었다. 당시 손 대표와 ‘동승했던 인사가 누구였느냐’다. 김씨는 당시 손 대표와의 통화서 “접촉사고 당시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자가 있었다”는 제보의 사실 여부를 물었다.

손 대표은 “동승자는 없었다. 그들이 (뺑소니라고) 협박해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또 다른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그마한 것으로 침소봉대 돼서 공격당할 수 있고 여러 모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씨가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당시
동승자 누구?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씨는 손 대표가 자신을 회유·배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가량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수십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주로 김씨의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손 대표가 김씨에게 “이력서를 하나 받아뒀으면 한다” “내가 밀어넣으려 한다고 말들이 많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보지 않는 건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인 것 같다”고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손 대표는 저를 통해 세상에 사실이 알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며 “저를 회유하기 위해 JTBC 작가직 등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폭행 당일에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폭행했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언급했다.

이 젊은 여성은 손 대표와 함께 뉴스룸을 진행하는 안나경 앵커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JTBC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안나경 앵커에 대한 각종 소문은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 기사를 수집하고, 이를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의 배임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씨의 변호인에게 월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 계약의 용역 체결을 논의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본인의 교통사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직 등 회사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삿돈을 용역비 형태로 주려고 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은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부지검이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관련 수사는 마포경찰서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명백한 허위?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이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서부지검에서 배당받을 예정”이라며 “이후 마포경찰서로 보내 수사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1956년 서울서 출생해 2남1녀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방송반원이 됐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아나운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6년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79년 군대에 입대하고 부산에 있던 육군군수사령부 본부근무대 행정병으로 자대 배치됐다. 군 시절 동안 10·26사건, 12·12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사건을 겪는다.

손 대표는 1984년 MBC에 입사했다. MBC에 입사하기 전에는 <조선일보> 판매국서 일한 적이 있었으나 금방 그만뒀다. 친구들이 방송반 경력도 있고 어울리니 시험을 보라고 권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입지를 다지다가 1986년 앵커 이미지가 강렬해지는 것을 우려한 MBC 사측서 보도국으로 발령 내 기자가 됐다. 하지만 본인은 자기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불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9년 4월23일 새로 신설된 일요일 <뉴스센터> 앵커직을 맡으며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손 대표는 1989년 10월까지 토요일 <뉴스데스크>와 일요일 <뉴스센터>를 진행한다. 1990년에는 저녁뉴스 앵커를 맡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던 1988년 8월, MBC 노조가 정부의 방송 관련법에 맞서 쟁위가 발생했다. 조합원 모두가 가슴에 공정방송 리본을 달기로 했지만 모두 빼앗긴다. 손 대표는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였으며, 당시 이 문제로 갈등하다가 리본을 재킷 겉옷이 아닌 안쪽 와이셔츠 주머니에 달았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기억하는 한, 가장 수치스럽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고소·고발로 이어진 진실공방

손 대표는 1992년 가을, MBC 노조 활동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당시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정권은 여당에게 비적인 <PD수첩>과 뉴스보도를 금지했다. 노조간부들을 지방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의 조치가 잇따르자, 즉시 노조가 반발을 하면서 파업이 일어났다. 결국 9월부터 52일간 진행된 파업은 전투경찰의 투입으로 끝났다. 

손 대표는 이때 주동자로 몰려 동료들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손 대표는 노조 간부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동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언론은 그가 포승줄에 묶인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손 대표는 체포된 이후 “상식적 판단서 옳은 일이라면 바꾸지 말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원칙서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는 말을 남겨서 대중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다가 1997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가족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2년 뒤 귀국해 MBC <아침뉴스 2000>를 통해 방송에 복귀. 2000년 MBC 라디오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의 진행을 맡았다.

<시선집중>은 지상파와 인터넷에 밀리던 라디오의 시사보도와 의제설정 역할을 되살린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뒤를 이어서 <100분 토론>의 3대 진행자가 됐다. 손 대표는 2009년 11월19일 10주년 방송 때까지 진행한 역대 최장수 진행자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MBC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했으며, 2006년 MBC를 퇴사 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5월 <시선집중> 진행자와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직서 사임하고 JTBC 보도부문 총괄 사장을 맡았다. 2013년 9월16일부터 2014년 9월까지 JTBC <뉴스 9> 주중 진행을 담당했으며 2014년 9월22일부터 1시간40분 동안 진행되는 JTBC의 메인뉴스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다. 

신뢰도 1위
여기서 끝?

손 대표는 JTBC를 종합편성채널을 넘어 지상파와 경쟁하는 매체로 만들었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JTBC가 전통을 자랑하는 유력 언론매체들을 따돌리며 쾌속질주를 펼치고 있다. 올해로 29회째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조사에서 JTBC는 영향력·신뢰도 부문서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열독률 부문서도 1위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위에 올랐다. 손 대표는 더불어 <시사저널>의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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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