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서 자유로운 상품은?

기해년에도 아파트 시장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규제가 적거나 무관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의 열기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입지가 좋으면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주거형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고 중복 청약이 가능해 1명이 여러 채를 청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나 청약조정대상지역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이라도 100실 이상일 경우에만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를 피해가는 오피스텔일수록 청약 수요가 더 몰린다.

424대 1
경쟁률 기록

실제 최근 공급된 ‘힐스테이트 판교역’ 오피스텔은 3만1323건이 접수됐다. 577실 모집에 평균 경쟁률이 54.29대 1을 기록했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지하를 통해 직접 연결되는 힐스테이트 판교역은 판교 알파돔시티 마지막 주거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17블록 전용 53㎡(65실)에 2만7583건이 몰려 평균 424.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7-1블록도 512실 공급에 청약 건수가 3740건에 달하며 평균 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3㎡와 84㎡는 분양가만 각각 7억, 10억~12억원에 달했다.

비규제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까지 확장되면서 비규제 지역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초 오피스텔 규제 강화로 인해 전매 제한 지역이 전국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 지역까지 확대됐다.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서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적용돼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매각할 수 없고, 공급량의 20%를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해야 한다. 모든 오피스텔에 인터넷 청약 의무화(300실 이상)가 적용되는 등 까다로운 요건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비규제 지역 오피스텔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상반기 비규제 지역인 안양시에 분양된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는 평당 평균 분양가가 약 1250만원, 평균 분양가는 5억원대로 높은 가격대에 책정됐지만 622실 모집에 총 6만5546건이 청약 접수됐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전용면적 84㎡의 경우 1077.3대 1의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비규제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 관심↑
높은 가격대 책정…그래도 큰 인기

규제 지역은 상반된 분위기다. 비슷한 시기에 조정대상 지역 하남시에 분양된 ‘미사역 헤리움 애비뉴어’는 395실을 모집하는 전용면적 20.34A㎡ 평형에 10건의 청약이 접수되는 등 5개 타입 모두 미달됐다. 지역 거주자 청약 또한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투자자나 수요자들이 규제 사각지대로 눈을 돌리면서 비규제 지역 오피스텔에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어 비규제 지역 중 풍부한 수요와 우수한 여건을 갖춘 입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을 주목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도 규제와 무관해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상가, 오피스텔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최근 관련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분양업체들도 서울 도심뿐 아니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에 앞다퉈 지식산업센터 공급에 나서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다양한 세제혜택이 지원된다. 2019년 말까지 정부가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에 취득세 50%, 재산세 37.5% 등의 세금 감면혜택을 제공하고 법인세 감면, 정책자금 지원 등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 규제와 무관한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가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틈새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레지던스란 서비스드 레지던스 또는 생활형 숙박시설로도 불린다.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친 개념으로 객실 안에서 취사도구와 세탁기 등 장기 주거에 필요한 여러 시설을 구비한 임대형 주거 상품을 말한다. 


임대수요, 주차, 교통, 호재…
두루 살펴보고 투자에 임해야

숙박용으로 활용할 경우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도소득세는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아 일반세율로 과세한다. 종합부동산세는 포함되지 않으며 부가가치세 기준은 오피스텔과 동일하다. 다만 취득세가 아파트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투자에 나선다면 먼저 시행사나 위탁 운영사의 재무 상황이나 운영 능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평균 객실가동률이 최소 70~80% 이상 나올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해야 고정적인 임대수익과 추가 운영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벤처, 소규모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며 오피스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국 5인 미만 사업장 개수는 317만개, 종사자 수는 57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약 26.8%에 달하는 규모다.

상업용 거래
역대 최대치

투자 상황도 양호하다.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부동산 거래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거래량은 19만246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섹션 오피스는 규모가 작으면서도 공간 효율성이 높아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또 입주 기업이 한정된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다양한 업종의 사업체가 입주 가능해 풍부한 임대 수요까지 누릴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는 것인데 규제와 무관한 전매가 자유로운 주거용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및 생활형 숙박시설, 섹션 오피스 등에 눈을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형 부동산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공급도 늘고 있어 일대 공급추이, 임대수요, 주차 및 교통여건, 개발호재 등을 두루 살펴보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규제가 적거나 없는 주요 수익형 부동산.

전매 무관 주거용
 

▲노량진 큐브스테이트= 일일 25만여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1호선, 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과 1호선 대방역 도보 5분 거리에 입지한 ‘노량진 큐브스테이트’ 오피스텔이 첫 선을 보인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267-6번지 외 4필지에 연면적 4835.41㎡, 지하 2층~지상 16층 규모로 오피스텔 99실, 도시형 생활주택 18실 및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된다. 주차는 총 99대가 가능하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16.84㎡의 A타입(55실)과 22.39㎡의 B타입(44실)이며, 도시형 생활주택은 15.94㎡의 A타입(10실)과 17.92㎡의 B타입(8실)이다. 

전매 가능 투자프리미엄을 갖춘 오피스텔로 한강조망(일부호실 제외)과 여의도, 용산, 강남 등 서울 시내 요지와의 접근성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량진 큐브스테이트 오피스텔은 최신 트렌드에 발맞추어 빌트인 풀옵션으로 제공된다. 친환경 자재와 AI음성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보일러 및 전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유한양행 사옥 바로 옆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과 국내 최대 규모 학원가 밀집지역이 있다. 최근 분양이 완료된 드림스퀘어 오피스텔을 제외하고는 2007년 이후 오피스텔, 상가 공급이 전무한 상황. 단지 주변에는 개발 호재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어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은 현대화 사업이 1단계 완료됐고 2단계가 진행 중이다.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면 아시아 최고,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시장과 여의도를 잇는 380m 길이의 보도 육교 건립도 예정돼 있어 노량진과 여의도 한강지구를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복합리조트도 들어설 계획이다. 카지노 제외 대형 쇼핑센터와 호텔 컨벤션 사업을 재추진 중으로 여의도 면세점 특허권에 대해 파트너 참여 문의를 진행 중이다. 


부족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지상 20층, 310실(예정) 규모의 관광호텔 건립도 개발 중이다. 특히 이 오피스텔의 사업지 인근에는 서울시 역세권 중 아파트 매매, 전세, 상가 가격의 최고가를 모두 기록하고 있는 황금라인 9호선 노량진역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노량진역의 일일 유동인구는 1호선, 9호선 라인 출퇴근 직장인 등 25만여명에 달한다.

생활형 숙박시설
 

▲평택 트리플큐브= 평택시의 중심부에 초대형 셀럽레지던스 ‘트리플큐브’가 들어서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를 비롯해 평택의 주요 프로젝트들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3㎞ 이내, LG디지털파크 5㎞, 브레인시티 4㎞, SRT 지제역까지는 2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트리플큐브는 송탄역이 인접해 있으며 1~2㎞ 내 대형마트와 종합병원, 대형극장 등 생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3개동, 14개 커뮤니티 시설과 호텔식 특화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호텔서비스 및 보안서비스 등 큰 부대시설을 갖춘 생활형 숙박시설 트리플큐브의 주요시설에는 피트니스센터, 브런치카페, 셀프세차코너, 미팅룸, 코인세탁실, 하늘정원, 옥상캠핑&바비큐장, 컨시어지서비스, 라이프케어서비스, 여성안심서비스, 비즈니스서비스, 카쉐어링, 자전거대여소, 보안시스템 등이 있다.

평택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서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투자(100조원) 호재와 LG디지털파크(60조원), 브레인시티(2조5000억원) 등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평택 1인 가구 수요 시장 또한 뜨겁다.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2월 반도체 제2생산라인에 추가로 3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과 지속적인 인구유입 등 겹 호재로 인해 여유자금이 평택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섹션 오피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오는 2월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11-1번지 외 6필지에 40층 높이의 주거복합단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공급될 계획이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59~150㎡, 총 220가구가 들어선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9~52㎡, 총 34실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지상 3~6층에는 오피스가 들어선다.

청량리역 역세권 프리미엄을 가깝게 누릴 수 있다. 단지 140m 거리에 청량리역이 위치해 교통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경동시장, 청량리 전통시장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단지 내에 주거와 업무, 상업시설을 모두 갖춘 원스톱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는 선호도 높은 중소형 위주로 구성돼 대형 면적인 150㎡ 4가구를 제외한 216가구가 59㎡와 84㎡로 이루어졌다. 

특히 아파트 전 세대 모두를 10층 이상에 배치해 조망권과 개방감을 확보했고 실용적인 공간배치의 혁신평면으로 설계된다. 오피스텔의 경우 거실과 침실을 분리한 1.5룸형 특화평면이 적용되고, 전실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적용돼 공간활용과 수납공간을 극대화했다. 
 

▲평택 헤리움 비즈타워 3·4차= 수익형 부동산 핫플레이스인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수익형 오피스와 상가인 ‘헤리움 비즈타워’ 3·4차가 분양 중이다. 1·2차와 옆으로 나란하게 위치하는 만큼 삼성산업단지를 마주한 대규모 브랜드 오피스 타운으로 조성된다.

3차는 고덕 국제화지구 근린상업용지 19-2-1블록에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로 오피스 52실과 상업시설 39실이 공급되고, 4차는 19-2-2, 3블록에 오피스 116실과 상업시설 100실로 들어선다. 상업시설의 경우 삼성산업단지 정문 바로 앞 사거리 코너에 들어선 1·2차와 연계되는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섹션 오피스는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업종 제한이 없다. 해당 시설은 입주 기업의 특성에 맞게 꾸밀 수 있는 다양한 공간플랜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통망 역시 탁월하다. 고덕국제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와 평택~화성고속도로, 평택~제천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SRT 지제역도 개통했다. 뿐만 아니라 전철 1호선 서정리역, 평택간선급행버스 등을 통해서 수도권으로의 이동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부산까지 1시간50분 만에 진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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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