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보다 더한 ‘스포츠 캐슬’ 실상

부모 등골 빼는 예체능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먹고살기 팍팍해지면서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만큼은 좀 더 나은 환경서 살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런 부모의 마음은 자식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다. 최근에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들을 그린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고3 수험생보다 예체능계 자녀를 둔 부모의 삶이 더 치열하다고 말한다.
 

▲ 드라마 스카이 캐슬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336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사회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에 대한 응답자들의 답변이다. 응답자의 37.1%경제적 뒷받침, 부모님의 재력이라고 답했다. ‘개인의 역량(18.1%)’이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개인 능력보다

최근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온·오프라인을 점령했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호평을 받고 있는 것. 드라마를 통해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생소한 직업도 관심을 받고 있다. 입시 코디는 수험생의 내신, 자기소개서, 외부 활동 등을 관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 비해 학생이 챙겨야 할 부분이 크게 늘어나면서 등장한 직업이다.

문제는 이다. 입시 코디를 받는 데 수억원이 든다는 드라마 속 표현은 부풀려진 감이 있지만, 돈이 없으면 쉽게 경험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학교 수업, 학원, 과외 등으로 공부해 수능점수로 대학입시가 결정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자녀의 앞날에 끼치는 영향이 커진 셈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대학입시보다 부모의 능력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운동 등 예체능계 분야이다. 이들은 예체능계가 명문대 입학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 명문대 보내려고
성적관리 코디까지 등장

#1.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한 빙상장. 주차장에 외제차가 드문드문 보였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지상층이 아닌 선수 레슨을 주로 하는 지하층에 두꺼운 외투를 걸친 3040대 여성들이 보였다. 대부분 링크 안에서 레슨을 받고 있는 선수의 어머니들. 발 옆에는 스케이트, 연습복, 외투, 영양제 등이 담긴 캐리어가 있다. 이 캐리어들은 링크 밖에도 줄지어 놓여있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수업이 끝날 시간에 맞춰 학교로 자녀를 데리러 갔다가 빙상장으로 온다. 링크 대여 시간에 맞춰 레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연습 시간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가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 간다. 아이들 역시 꽉 짜인 스케줄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부 선수들은 관람석을 따라 달리면서 체력훈련을 했다.

빙상장 관계자는 올림픽 이후 피겨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늘었다며 주말에는 외제차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의 발에 맞춤 제작된 스케이트화, 레슨비, 링크 대여비 등 부모가 부담해야 할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귀띔했다.
 

▲ 김연아 선수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제2, 3의 김연아를 꿈꾸지만 성공하는 선수는 극소수다. 피겨맘 A씨는 예체능계는 살아남는 사람도 정말 적지만, 실패하면 정말 막다른 길에 몰린다.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운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나도 애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2018년 서울대 의대 입학정원은 135명이다. 수시에서 일반전형으로 75, 지역균형선발전형 30명 등 105명을 선발하고, 정시 가군에서 30명을 뽑는다. 그에 비해 예체능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야만 그나마 불안한 미래라도 보장된다고 한다.

#2. 아들이 대학 축구부서 선수로 뛰고 있는 축구맘 B씨는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 아들이 경기에라도 나갈라치면 관중석서 마음 졸이는 게 일상이다. 선발 선수로 뽑히지 못하면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진다. 합숙훈련 때도 몸에 좋다는 음식을 넣어주기 바쁘고, 해외 전지훈련도 사비를 들여 따라간다. 코치나 감독에게 가는 도시락 등도 부모들의 몫이다.


운전기사, 짐꾼, 훈련사…
더 힘든 예체능 뒷바라지

모든 일정이 축구하는 아들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다른 가족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소홀해진다. 가족끼리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도 아들의 훈련이 끝나는 시기에나 가능하다. 장비가 많지 않아 다른 운동에 비해 돈이 적게 들 것 같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축구화나 유니폼은 기본이고 개인 훈련, 식사, 기타 부대비용 등 말 그대로 허리가 휜다.

피겨여왕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이사는 <아이의 재능에 꿈의 날개를 달아라>는 책에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10여년간의 시간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박 대표는 김연아에게 재능이 있다는 코치의 말에 모든 생활을 정리했다. 김연아가 박 대표의 삶에서 최우선 순위가 된 것이다.

박 대표와 김연아는 오전 9시에 일어나서 다음날 새벽 1시가 넘어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함께했다. 박 대표는 운전은 물론 기초체력 운동까지 지도했다. 그 사이 연습에 지쳐 울고 짜증 내는 김연아를 달래는 것도 박 대표의 몫이었다. 극성 엄마라는 말이 박 대표를 따라다녔지만, 박 대표는 자신이 김연아를 가장 잘 알고 분석할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으면 낭비라고 일축했다.

부모 능력 중요

예체능계서 성공은 바늘구멍보다 좁기 때문에 엄마들의 행동은 극성스럽게 비쳐지기도 한다. 실제 운동선수 엄마들에게는 치맛바람, 극성 엄마 등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자식을 위한 헌신이 극성으로 비쳐지는 현 사회 세태에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체능계 관계자는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이 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극성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엄마들이 보통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학가서도?  취업해서도?

헬리콥터 맘은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주변을 맴돌면서 참견하는 엄마를 뜻하는 말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성적 공표 기간이 되면 학생의 엄마들에게 특히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성적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학생이 아닌 엄마가 한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이 엄마가 자신을 잘 부탁한다며 회사에 찾아온 것에 대해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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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