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호황’ 불황에 돈 버는 사업

무너진 경제…더 잘되는 장사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시대의 화두가 남북문제서 경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먹고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들이 있다.
 

▲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한 복권판매점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자 고공행진을 벌이던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를 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서도 아우성이 나온다청년실업률 증가로 2030세대의 좌절감은 높아만 간다. 정부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진통이라고 말하지만 당장 삶이 힘든 국민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경제 문제
시대 화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신년회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 있다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리지만,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던 시기였다“2019년은 정책성과를 국민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각계각층과 정부 주요 인사 300여명이 모인 자리서 문 대통령은 혁신을 통해 저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기세다.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인 알바콜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7%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17.8%), 기존 직원의 감원(17.0%), 신규 채용 계획 취소(12.5%) 등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최저임금에 따른 변화를 시사했다. 7.3%는 폐점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세청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은 201677.8%서 지난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은 닫았다는 뜻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서 중고가전 거래가 이뤄지는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도 한산해졌다. 주방거리는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끝내려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자영업이 활성화될 때는 중고 주방용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업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전망치가 92.7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BSI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월 전망치는 지난해 12월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5100.3695.2로 떨어진 후 8개월 동안 100을 밑돌았다.

“못 살겠다”
괴로운 자영업


수출(92.1), 내수(93.5), 투자(95.5), 고용(99.7) 등 부문별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경제지표인 수출 실적도 올해 1분기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93.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EBSI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1분기(93.6) 이후 8분기 만이다.

하지만 암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업은 말 그대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 불황이 가져온 호황의 현장이다.

폐업 처리 =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 등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두 차례 인상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족 경영으로 전환했다가 결국 문을 닫는 상황에 처했다.

사업은 열 때도 그렇지만 닫을 때 특히 처리해야 할 것이 많다.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업체는 수많은 꽃들이 폐업과 동시에 골칫덩이로 남았고, 식당은 각종 주방용품과 식기류·탁자·테이블 등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옷가게는 미처 팔지 못한 옷이 주인의 마지막 전리품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폐업 처리 업체가 각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폐업 처리 업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표현할 만큼 쏟아지는 일감을 반기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망한 가게서 빼온 각종 집기류는 업체 한쪽에 쌓여 있다. 폐업 문의가 많을수록 처리 업체는 돈을 벌지만 이들 역시 또 다른 고충을 겪는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업체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중고 물품이 쌓인다는 점이다.

경제지표 하락·올해도 암울
그 속에서도 잘나가는 업종은?

중고 물품은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재구입을 통해 순환되는 구조인데, 자영업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개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물품이 쌓이고만 있는 것이다. 한때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값싸고 상태 좋은 중고 물품을 사기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했던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게 이를 방증한다.

저가·중고 거래 =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저가·중고 거래로 눈을 돌리는 일반인이 늘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다이소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 물건 종류가 많은 저가 업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저가 업체서 구입해볼 만한 물건을 추천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올라온다.

다이소는 일본의 ‘100엔 숍을 뿌리로 한 국내의 대표적인 저가 쇼핑몰이다. 다이소 매장 내 거의 모든 제품은 5000원 이하 품목들이고 2000원 이하의 제품 비중이 7080%에 달한다.

2016년 기준 다이소의 매출은 15600억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불과 3년 새 76.3%나 급증했다. 점포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2850개 정도였던 다이소 점포수는 20151000개를 돌파, 지난해 기준으로 1200여개에 이른다.
 

▲ 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가전 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새 제품보다 리퍼브(반품) 제품 같은 질 좋은 중고 가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고 가전 업계의 규모는 2017년 대비 15% 늘어난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형 주방가전의 비중이 70%이지만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품목과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점이 중고 가전 업계의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성비 중시
고가품 관심

중고 책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다. 알라딘, YES24 등 기업형 중고서점의 전국 매장 수는 80여개에 이른다. 읽지 않는 책을 팔고 싸게 구입하는 중고 책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반대급부로 새 책 시장이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업형 중고서점의 매장 수는 전체 중고서점의 20% 정도지만 매출액은 80%가량을 차지한다. 대학생들이 값비싼 대학교재를 중고서점서 구입하는 비율도 늘어나면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회원수가 17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 역시 불황일수록 호황을 맞고 있다. 현재 중고나라 카페에서는 쓸만한 중고 물품을 내놓고 현금을 확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중고나라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업체도 늘어났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은 말 그대로 대박 행진 중이다. 일부 모바일 장터에는 1분간 중고 거래 물품이 4000여개가 올라올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명품 시장 = 중고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명품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명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고가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소득 양극화만큼이나 소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주요 백화점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 세일기간 동안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승 품목이 일부 고가 품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06.0%20179.5%로 상승했다. 일본이 20006.2%4.1%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되레 오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국의 청년실업률도 201010.6%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기준 7.6%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 상승세는 도드라진다.

자영업 폐업 100만 시대
중고·명품·복권 불티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2030세대가 명품 등을 통해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향으로 소비형태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불황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백화점 명품 코너의 큰손은 20대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중 20대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2년간 3.6배 이상 늘어났다. 30대의 비중은 16.7%로 전년 대비 2.9%p 하락했지만 2030대 소비자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7%에 이르렀다.

불황 상품 복권’ =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 상품이다. 불황일수록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1705억원을 기록했다. 월평균 3618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전체 판매량은 20153551억원에서 201638855억원, 201741538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월평균 판매액 역시 20152963억원, 20163238억원, 2017346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다 판매월은 10월과 12월 등 하반기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팔린 복권은 로또였다. 2017년 한 해 동안 로또 판매액은 37974억원으로 전체 복권 판매액의 91%를 차지했다. 즉석복권이 2049억원, 연금복권이 1004억원, 인터넷복권이 512억원 순이었다.
 

숫자 1부터 45 6개를 맞히는 로또의 1등 당첨확률은 8145060분의 1이다. 평생 살면서 벼락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정부 독점 사업인 복권은 기재부 복권위원회서 발행·관리는 물론 수익금 배분 등을 총괄한다.

매출액 중 절반은 당첨금으로 지급하고, 40%는 복권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과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한다.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복권 판매량의 증가는 경기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사회를 달궜던 비트코인 열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이 유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열풍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고, 한 청원글은 2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일확천금
복권 판매↑

배달음식 = 배달음식 업계도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 덮쳤던 지난해 여름에도, 한파가 몰아쳤던 겨울에도 배달음식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보다는 배달음식에 대한 선택 비중이 높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배달음식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많아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삼겹살 등 예전에는 배달이 어려웠던 음식도 이제는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다.

배달 앱은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배달 앱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2016년 연간 거래액 188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약 3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월평균 주문 건수가 20161000만건서 1년 새 1700만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배달음식 업계의 규모는 15조원에 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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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