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호황’ 불황에 돈 버는 사업

무너진 경제…더 잘되는 장사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시대의 화두가 남북문제서 경제로 바뀌었다. 지난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먹고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들이 있다.
 

▲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한 복권판매점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경제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자 고공행진을 벌이던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를 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서도 아우성이 나온다청년실업률 증가로 2030세대의 좌절감은 높아만 간다. 정부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진통이라고 말하지만 당장 삶이 힘든 국민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경제 문제
시대 화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서 열린 신년회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 있다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리지만,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 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던 시기였다“2019년은 정책성과를 국민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각계각층과 정부 주요 인사 300여명이 모인 자리서 문 대통령은 혁신을 통해 저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기세다.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인 알바콜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7%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17.8%), 기존 직원의 감원(17.0%), 신규 채용 계획 취소(12.5%) 등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최저임금에 따른 변화를 시사했다. 7.3%는 폐점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세청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은 201677.8%서 지난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0곳이 문을 열 때 9곳은 닫았다는 뜻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서 중고가전 거래가 이뤄지는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도 한산해졌다. 주방거리는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끝내려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자영업이 활성화될 때는 중고 주방용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업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전망치가 92.7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BSI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월 전망치는 지난해 12월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5100.3695.2로 떨어진 후 8개월 동안 100을 밑돌았다.

“못 살겠다”
괴로운 자영업


수출(92.1), 내수(93.5), 투자(95.5), 고용(99.7) 등 부문별 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경제지표인 수출 실적도 올해 1분기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938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93.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EBSI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1분기(93.6) 이후 8분기 만이다.

하지만 암울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업은 말 그대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 불황이 가져온 호황의 현장이다.

폐업 처리 =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 등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두 차례 인상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가족 경영으로 전환했다가 결국 문을 닫는 상황에 처했다.

사업은 열 때도 그렇지만 닫을 때 특히 처리해야 할 것이 많다.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화훼업체는 수많은 꽃들이 폐업과 동시에 골칫덩이로 남았고, 식당은 각종 주방용품과 식기류·탁자·테이블 등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옷가게는 미처 팔지 못한 옷이 주인의 마지막 전리품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폐업 처리 업체가 각광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폐업 처리 업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표현할 만큼 쏟아지는 일감을 반기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망한 가게서 빼온 각종 집기류는 업체 한쪽에 쌓여 있다. 폐업 문의가 많을수록 처리 업체는 돈을 벌지만 이들 역시 또 다른 고충을 겪는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업체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중고 물품이 쌓인다는 점이다.

경제지표 하락·올해도 암울
그 속에서도 잘나가는 업종은?

중고 물품은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재구입을 통해 순환되는 구조인데, 자영업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개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물품이 쌓이고만 있는 것이다. 한때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값싸고 상태 좋은 중고 물품을 사기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했던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게 이를 방증한다.

저가·중고 거래 =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저가·중고 거래로 눈을 돌리는 일반인이 늘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다이소 등 가격이 저렴하면서 물건 종류가 많은 저가 업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저가 업체서 구입해볼 만한 물건을 추천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올라온다.

다이소는 일본의 ‘100엔 숍을 뿌리로 한 국내의 대표적인 저가 쇼핑몰이다. 다이소 매장 내 거의 모든 제품은 5000원 이하 품목들이고 2000원 이하의 제품 비중이 7080%에 달한다.

2016년 기준 다이소의 매출은 15600억원으로 2013년과 비교해 불과 3년 새 76.3%나 급증했다. 점포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2850개 정도였던 다이소 점포수는 20151000개를 돌파, 지난해 기준으로 1200여개에 이른다.
 

▲ 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가전 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새 제품보다 리퍼브(반품) 제품 같은 질 좋은 중고 가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고 가전 업계의 규모는 2017년 대비 15% 늘어난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형 주방가전의 비중이 70%이지만 TV·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의 품목과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점이 중고 가전 업계의 성장을 이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성비 중시
고가품 관심

중고 책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다. 알라딘, YES24 등 기업형 중고서점의 전국 매장 수는 80여개에 이른다. 읽지 않는 책을 팔고 싸게 구입하는 중고 책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반대급부로 새 책 시장이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업형 중고서점의 매장 수는 전체 중고서점의 20% 정도지만 매출액은 80%가량을 차지한다. 대학생들이 값비싼 대학교재를 중고서점서 구입하는 비율도 늘어나면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회원수가 17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 역시 불황일수록 호황을 맞고 있다. 현재 중고나라 카페에서는 쓸만한 중고 물품을 내놓고 현금을 확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중고나라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업체도 늘어났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은 말 그대로 대박 행진 중이다. 일부 모바일 장터에는 1분간 중고 거래 물품이 4000여개가 올라올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명품 시장 = 중고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명품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명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고가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소득 양극화만큼이나 소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주요 백화점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 세일기간 동안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승 품목이 일부 고가 품목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06.0%20179.5%로 상승했다. 일본이 20006.2%4.1%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되레 오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국의 청년실업률도 201010.6%까지 치솟았다가 2017년 기준 7.6%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 상승세는 도드라진다.

자영업 폐업 100만 시대
중고·명품·복권 불티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2030세대가 명품 등을 통해 확실한 행복을 얻는 방향으로 소비형태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불황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백화점 명품 코너의 큰손은 20대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중 20대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2년간 3.6배 이상 늘어났다. 30대의 비중은 16.7%로 전년 대비 2.9%p 하락했지만 2030대 소비자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7%에 이르렀다.

불황 상품 복권’ =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 상품이다. 불황일수록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1705억원을 기록했다. 월평균 3618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전체 판매량은 20153551억원에서 201638855억원, 201741538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월평균 판매액 역시 20152963억원, 20163238억원, 2017346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다 판매월은 10월과 12월 등 하반기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팔린 복권은 로또였다. 2017년 한 해 동안 로또 판매액은 37974억원으로 전체 복권 판매액의 91%를 차지했다. 즉석복권이 2049억원, 연금복권이 1004억원, 인터넷복권이 512억원 순이었다.
 

숫자 1부터 45 6개를 맞히는 로또의 1등 당첨확률은 8145060분의 1이다. 평생 살면서 벼락에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정부 독점 사업인 복권은 기재부 복권위원회서 발행·관리는 물론 수익금 배분 등을 총괄한다.

매출액 중 절반은 당첨금으로 지급하고, 40%는 복권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과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한다.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는 이유다.

복권 판매량의 증가는 경기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사회를 달궜던 비트코인 열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이 유행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열풍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고, 한 청원글은 2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일확천금
복권 판매↑

배달음식 = 배달음식 업계도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 덮쳤던 지난해 여름에도, 한파가 몰아쳤던 겨울에도 배달음식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보다는 배달음식에 대한 선택 비중이 높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배달음식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많아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삼겹살 등 예전에는 배달이 어려웠던 음식도 이제는 집에 앉아서 받을 수 있다.

배달 앱은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배달 앱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2016년 연간 거래액 188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약 3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월평균 주문 건수가 20161000만건서 1년 새 1700만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배달음식 업계의 규모는 15조원에 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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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