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9년 더 기대되는 슈퍼루키7

“기해년 주인공은 나야 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2018년 무술년도 저물고 있다. 올해도 각계각층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진 가운데 슈퍼루키들이 등장했다. 이제 막 전성기가 시작된 그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019년 주목해야 할 슈퍼루키를 확인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남주혁·김다미, 프로기사 신진서

한 분야의 거장에게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일찍이 그들을 주목해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자 행운이다. 올해 대한민국을 흔든 슈퍼루키는 누가 있을까. 2019년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다.

슛돌이
이강인

TV 예능프로 <날아라 슛돌이>가 처음 방영됐을 때는 그저 재밌는 프로그램 정도였다. 간접적으로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방송에 출연한 아이가 축구계의 슈퍼루키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축구선수 이강인(발렌시아 CF 메스타야)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2001년생인 이강인의 나이는 만 17세다. 하지만 그가 걷고 있는 길은 결코 범상치 않다. 이강인은 2007년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감각적인 축구 센스로 주목받았다. 그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이강인에 대한 관심도 옅어져 갔다. 

하지만 이강인은 묵묵히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 축구 유학길에 오른 이강인은 연령별 팀을 거치면서 기량이 향상됐다. 2013년 재계약 성공에 이어 지난 7월 다시 한 번 4년 재계약이 성사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계약 조건이다.


발렌시아는 재계약 내용에 8000만유로(한화 1035억원)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스페인 국왕컵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존재감을 과시했다.이 경기로 이강인은 국내 선수 가운데 최연소(17세 253일)로 유럽 리그에 데뷔를 한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남태희의 18세 36일이었다. 발렌시아서 아시아 선수가 1군 데뷔를 한 경우는 최초다. 이날 경기서 이강인은 83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골대를 맞추는 등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7세인 이강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차세대 아이돌
아이즈원

올 한 해에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왔다. K-POP의 높은 관심에 비례한 결과다. <프로듀스101 > 시리즈는 이 같은 열풍 속에 탄생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아이돌 그룹을 꿈꾸는 아이들이 출연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셉트다. 데뷔권 순위에 오른 참가자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 합류해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시즌 1, 2를 통해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이 탄생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프로듀스48>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시즌3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한국의 <프로듀스> 시스템과 일본 AKB48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콘셉트를 결합했다. 한일 합작 걸그룹 론칭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지원자가 1000명에 가까이 몰렸다. 전작의 성공을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준비된 신인의 화려한 날갯짓
열풍의 주역 떠오르는 신예들

지난 6월 첫 방영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최고 시청률 3.1%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한일 연습생 96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12명의 데뷔 멤버를 가렸다. 그 결과 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 12인이 아이즈원이란 그룹명으로 데뷔했다.


아이즈원은 데뷔와 동시에 역대 걸그룹 초동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역대 아이돌 데뷔곡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 가운데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했다. 데뷔 11일 만에 케이블 음악방송서 1위를 차지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제3회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서 ‘가수 부문 AAA 신인상’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골프 혜성
최혜진

골프선수 최혜진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8시즌부터 한국여자골프 프로로 전향한 최혜진은 2018 시즌 첫 대회부터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8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최혜진은 KLPGA(한국 여자프로 골프) 사상 개막전 신인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기복 없이 상위 랭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PGA 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 오픈 2위, KLPGA 투어 제40회 CreaS F&C KLPGA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위,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3위, KLPGA 투어 올포유 챔피언십 3위, KLPGA 투어 중도해지OK정기예금 박세리 INVITATIONAL 3위 등이 최혜진이 올해 걸어온 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강인, 최혜진, 강백호 &lt;사진=대한축구협회, KLPGA&gt;

최혜진은 떡잎부터 달랐다. 전년 시즌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KLPGA 투어서 2승을 기록하며 슈퍼루키로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참가한 최혜진은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해당경기를 관람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글을 남겨 최혜진의 이름이 해외에도 알려지게 됐다.

기복 없는 꾸준한 성적이 그의 장점이다. 내년에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괴물 신인
강백호

강백호란 이름을 들으면 누가 떠오르는가. 이 신인선수의 등장 전까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KT 위즈 소속 강백호의 등장으로 이제 야구 선수 강백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백호는 올해 데뷔와 동시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2018년 한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서 KT위즈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고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3월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서 데뷔해 4타수1안타(1홈런)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고졸 신인 첫 타석 홈런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다.

장타력을 바탕으로 데뷔 첫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올해 득점 6위, 홈런 12위(29개), 타점 공동 22위 등 데뷔 첫해인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의 연봉이 2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최고의 선수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그의 연봉인상에 대한 얘기도 오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그의 활약이 내년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신 성공
남주혁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이 이제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주혁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서 <안시성>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안시성>은 그를 배우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서 남주혁은 고구려 진영의 사물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는 청룡영화상 신인상 외에도 아시아스타어워즈, 더서울어워즈, 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남주혁은 처음 모델로서 이름을 알렸다. 잡지 <로피시엘 옴므> <아레나> <GQ> <Geek> <더 셀러브리티> <유룩플라이> 등의 모델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앞으로 행보에 모두 기대만발
향후 주목할 예비스타 누구?

영화는 첫 도전이지만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2014년 <잉여공주>를 시작으로 <후아유-학교> <화려한 유혹>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역도요정 김복주> <하백의 신부 2017>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충무로 기대주
김다미

배우 김다미 역시 2019년이 기대되는 여배우다. 지난해 영화 <2017 동명이인 프로젝트>로 데뷔한 2년 차 신인은 거침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3번째 작품인 영화 <마녀>에 주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충무로서 가장 핫한 신인으로 통하고 있다. <마녀>는 관객 319만명을 동원하면서 흥행과 연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다미는 <마녀> 주인공 오디션 당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신인 걸그룹 아이즈원

그는 <마녀>를 통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제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 여우신인상, 제5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우상, 제27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슈발누와르 부문 최고여배우상 등이다.

수상 내역만 봐도 충무로가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내년에도 스크린을 통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
신진서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을 슈퍼루키로 보기엔 이미 그의 커리어가 너무 화려하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2012년 입단했다. 2014년 바둑대상 최우수신인상을 거머쥔 신진서는 바둑계서 입지를 넓혀가는 듯하더니 마침내 바둑계를 접수했다.

그는 올해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의 아성을 넘어섰다. 박정환 9단은 60개월이나 장기집권한 바 있다. 새로운 랭킹 1위의 탄생이었다. 그의 나이가 18세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이 더 기대된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18세8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라 최연소 랭킹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박정환 9단이 2012년 6월에 세운 19세5개월이다. 지금까지 랭킹 1위에 오른 기사는 2003년 랭킹제도가 도입된 이래 4명(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정환)뿐이었다. 이번에 신진서 9단이 1위에 오르면서 5번째 선수가 됐다. 신진서 9단은 10월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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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