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돈 뜯기고 수사 받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 미스터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19 09:20:42
  • 호수 1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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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돈을 그냥 줬겠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을 사칭해 거액을 뜯어내는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권양숙 여사 사칭 사건’이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당했다. 그런데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 영부인 사칭 사기 사건에 휘말린 윤장현 전 광주시장

지난해 12월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권양숙 여사’라고 소개하며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빌려주시면 곧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윤 전 시장은 4차례에 걸쳐 모두 4억5000만원을 보냈다.

의사 출신 
시민운동가

하지만 돈을 받은 사람은 권 여사를 사칭한 A(49)씨였다. A씨는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유력 인사 10여명에게도 전·현직 영부인을 사칭한 문자를 보냈다. 이를 의심한 한 인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A씨는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청와대는 청와대 인사들과의 친분을 미끼로 한 사기가 잇따르자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0월2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생각하고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직접 통화도 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A씨를 권 여사로 착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윤 전 시장이 4억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경찰 조사에서 윤 전 시장은 은행 2곳서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렸다고 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은행 대출을 받은 것은 확인했지만, 대출금이 사기 피해액과 관련이 있는지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윤 전 시장은 사기 피해자로 보인다.

단순 사기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윤 전 시장이 사기 피의자 자녀들의 취업까지 도와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서 취업청탁의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로 A씨의 아들 조모씨가 광주광역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에 7개월 동안 임시직으로 채용됐고, 딸도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아들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조직서 3월부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숙 여사 사칭…4억5000만원 뜯겨
또 취업 부탁에 영향력 행사해 채용

경찰은 윤 전 시장이 이 과정서 산하기관 등에 전화로 채용을 부탁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하는 A씨로부터 "A씨를 보낼 테니 만나서 부탁을 들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윤 전 시장은 전화를 받고 며칠 뒤 시장실서 A씨를 직접 만났다. A씨는 윤 전 시장을 만나 황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을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2명을 키우고 있는 위탁모라고 소개하면서 남매가 혼외 자식이라 대학 졸업 이후 특별한 경제적 지원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고 취업을 부탁한 것이다. 


이를 믿은 윤 전 시장이 A씨 자녀들의 채용에 관여했다는 게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 결과다. 윤 전 시장은 8월까지도 A씨를 권양숙 여사라 믿고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 사건 피해자 신분이었던 윤 전 시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돈을 보낸 시점에 주목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은 윤 전 시장이 재선을 위해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던 때였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광주광역시장 당내 경선과 관련성이 있는지 등 돈의 출처와 관련해 조사할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시장이 지난 4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A씨에게 보낸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어 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사기 사건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을 요구받았던 윤 전 시장은 지금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받고 있다.

“노 혼외자”
왜 속았나?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10월까지 무려 268차례의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12차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윤 전 시장에게 “이제 곧 경선이 다가온다. 당 대표에게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지방선거 당시 윤 전 시장의 경선 경쟁 후보였던 이용섭 현 광주시장을 두고 “통화로 시장 출마를 만류했다.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서 하위 20%에 속했다. 친인척 비리도 있어 경선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검찰은 이런 와중에 A씨의 능숙한 언변에 속아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5일,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처음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시장은 우선 공인으로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그동안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A씨에게 사기를 당하고 채용 부탁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을 듣자 온몸이 얼어붙었고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천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는데 수사 당국서 공천으로 연결지어 참담하다”며 “말 못 할 상황이라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서 융자를 받지 않았을 거라는 게 윤 전 시장의 주장이다.

윤 전 시장은 채용 청탁에 대한 혐의인 직권남용, 업무 방해는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2차 조사에 앞서 윤 전 시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 (검찰 조사에서)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 보낸 4억5000만원 중 지인에게 빌렸다고 말한 1억원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금한 이유를 묻자 “(비서에게)심부름을 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금액은 윤 전 시장 본인 이름으로 입금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뒤 A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윤 전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상황서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졌다. 제가 다른 소득 없이 연금 82만원을 받아 살아야 하는 형편을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돈을 돌려달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12일 새벽에서야 광주지검을 나섰다. 이틀간 27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에서 그는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씨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그의 자녀를 위해 취업을 알선해준 배경을 해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검찰도 조사 과정서 윤 전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뒤 지문 날인을 거부했다.

피의자 소환
속사정 보니…

이유는 하나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 이미 짜놓은 틀에 본인(검찰)들의 의사를 관철하는 모습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윤 전 시장의 변호인은 이날 광주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자메시지는)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틀로만 봤다”며 “실체적 진실 관계를 위한 조서보다 목적을 정해놓은 조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윤 전 시장 측은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의견서를 통해 소명할 방침이다. “증거에 대한 판단은 제3자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앞서 그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11월3일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A씨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이다. 녹취록에는 윤 전 시장이 “내가 선거를 앞두고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A씨가 “아니다.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즉 A씨에게 속아 돈을 빌려줬을 뿐 공천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만약 윤 전 시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 선거법 47조 2에 적시된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 금지’ 조항에 따라 위반 시 선거법 230조 6항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윤 전 시장은 의사,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14년 안철수 전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 1949년 전라남도 광주시 서석동(현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서 태어났다. 살레시오고등학교,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피해자서 피의자로
공천 대가로 생각?

1970년대 중후반 국군광주병원(현 국군함평병원) 군의관으로 병역 의무를 이수했는데 이때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관의 지시를 기다릴 여유가 없자 근무지를 이탈해 이리시로 가서 부상당한 시민들을 구조했다. 이 일로 2017년 11월11일 ‘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 추모행사’서 익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1983년부터 시장 당선 전까지 중앙안과(현 아이안과) 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의사로서의 활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5·18 기념재단 창립이사,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활동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며 ‘시민운동 대부’로 불려왔다. 

광주·전남 남북교류협력협의회 상임대표,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광주·전남 6·15 공동준비위원회 상임대표 등 남북교류에도 남다른 공을 쏟았다. 인권운동에도 참여해 5·18 광주정신의 세계화에 힘을 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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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가 부도 났을 때는 회생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고, 기아차 광주공장서 생산된 ‘쏘울 1호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작고한 95세의 아버지와 98세의 장모를 한집에 모시고 봉양할 정도로 효심이 깊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한 자세로 대하는 태도가 지역서 회자되기도 했다.

시민운동에 투신하던 윤 전 시장은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해 6월 열린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광주시장직에 도전해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을 꺾고 당선되면서 ‘광주의 박원순’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검찰 조사 후 
서명 날인 거부

하지만 시장 임기 동안 인사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흘러나왔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시민단체들과 각을 세웠다. 윤 전 시장은 올해 6월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당의 컷오프 발표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고, 지난 6월30일 퇴임 이후에는 의료봉사를 하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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