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슈메이커 김혜경 수수께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6:18:19
  • 호수 1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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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혜경궁 김씨’ 논란이 뜨겁다. 최근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내 김혜경씨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혜경궁 김씨는 정말 이 지사의 아내였던 걸까. 
 

▲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지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사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한 것으로서,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여배우, 조폭…
이번엔 아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 4월 불거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이 한창이었다. 당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전해철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방 글을 올렸다. 

당시 전 의원 지지자들은 트위터 계정에 이용된 휴대 전화번호 끝 두 자리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가 44로 같다는 점 등 몇 가지 단서를 토대로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 김씨라는 주장을 했다. 

계정주에게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전 의원은 이 트위터 계정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지난 4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경기도선관위에 신고했다. 이후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며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전 의원은 지난달 당내 화합을 이유로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이정렬 변호사가 3000여명의 고발인을 대리해 김씨를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피고발인 김혜경은 트위터 '@08__hkkim' 계정주로, 2016년 11월28일경부터 12월28일까지 39회에 걸쳐(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직 등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아들을 특혜 취업시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앞서 혜경궁 김씨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지사의 정치적 경쟁 상대였던 문 대통령을 겨냥해 악의적인 비방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다른 계정 사용자들을 비난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지난 2016년 12월 “아들 취직 시킨 문재인은?”이라며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 1월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서 “적어도 품위 있게 아들 취직시키고 실수였다는 일 따위는 안 하겠죠?”라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 생각이” 등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들을 다수 올렸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 11월 무혐의로 결론났다.

‘혜경궁 김씨’ 사태 일파만파 
고발→수사→기소의견 검찰로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계정주는 2016년 12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을 꼭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 보다는 나으니까” “노무현 시체를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패륜적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는 2016년 2월 일부 트위터 계정 사용자에게 “너의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게”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경기 남부경찰정 사이버수사대는 해당 계정의 게시물 4만건을 분석하고 김씨를 지난 10월24일과 이달 2일에 두 번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과정서 이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할 목적으로 감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13년 만들어진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는 성남 거주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이 있고, S대서 음악을 전공했다.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가 ‘OO44’로 끝난다. 김씨와 모두 일치한다.

트위터 계정주는 2016년 7월 휴대전화를 안드로이드폰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공교롭게도 김씨도 2016년 7월 아이폰으로 바꿨다.

또 하나는 김씨가 두 차례 올린 사진이다. 김씨는 2014년 1월15일 오후 10시40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10분 뒤 문제의 트위터 계정에, 20분 뒤에는 이 지사의 트위터에 각각 올라왔다.
 

▲ 혜경궁 김씨 트위터

2013년 5월18일 이 지사가 올린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사진은 지난 19일 낮 12시47분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에, 같은 날 오후 1시에 이 지사의 부인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각각 올라왔다. 김씨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이 사진의 캡처 시작도 12시47분으로 표기돼있다.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없지만 너무도 많은 우연이 겹쳐 있어 김씨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자신의 부인과 혜경궁 김씨와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온 이 지사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꼬리 문 의혹
스모킹건 있나

이 지사는 지난 19일 오전 9시경 도청 신관 입구서 기자들을 만나 “계정에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이미 목표를 정하고 ‘이재명 아내’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 왜 이렇게 가혹한지 모르겠다”며 “아내에 대해서는 6명의 전담 수사관을 편성하고 (19일 검찰 송치에 대해)이틀 전 미리 영화 예고편 보듯 틀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때릴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어라”며 “죄 없는 무고한 가족과 아내를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저들이 바라는 바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 ‘의혹이 사실이면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에 죄지었다고 하는 것은 프레임”이라고 말해 사실상 지사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진실 밝히기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 소유주와 로그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입증하려면 아이디 간의 유사성과 같은 간접 증거 외에도 본인의 자백이 필요하지만 김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결정적인 다른 증거나 김씨의 자백을 받을 수 있느냐가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아무런 결정적 증거 없이 의혹만을 가지고 기소를 했겠느냐”며 “법정서 결정적 증거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13일까지다. 3주 정도 남은 시간 검찰이 얼마 만큼의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사실상 처음부터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그동안 계정 주인을 찾기 위해 엄청 노력했고, 그 결과 계정주가 김씨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의견”이라며 “그 계정주가 누군지도 중요하고,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도 처음부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와 관련된 의혹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직권 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4건으로 늘어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 100만원,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만약 맞다면…
정치인생 끝?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조폭 연루 등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이번 문제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터전인 민주당의 수장인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저격한 내용이 다수 담겨있어 사실로 결론날 경우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는 주말 내내 “이재명 아웃(OUT)” 요구로 들끓었다. 문 대통령의 팬카페 ‘문팬’은 ‘경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분노하고 경악한다”며 “사법 절차를 떠나 이 지사는 대통령님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했다.

혜경궁 김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혜경궁닷컴’도 “민주당은 즉각 이 지사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하고 반할 시 즉각 제명 조치하라”고 했다.

김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로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모습이다. 지도부에선 내홍을 경계하며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대선 구도 변화를 관측하고 있어 여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했다. 경찰 발표 직후인 전날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이 구두로 “법원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섣불리 입장을 냈다간 자칫 당내 분열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이 끝난 뒤 이 지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문제는 이 지사 측의 완강한 혐의 부인으로 추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최종 사태의 매듭까지는 오랜 시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자당 소속 핵심 지방자치단체장인 데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공방이 장기화된다면, 당 입장에선 명백한 악재다. 이 지사 문제가 당내 권력 암투로 인식돼 비판적 국민 여론이 확산될 경우 향후 총선과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관성 줄곧 부인한 이재명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표면적으론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 지사 책임론도 언급된다. 표창원 의원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지사 측과 대립했던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선 벌써부터 ‘탈당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으로 최종 결론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는 물론이고 차기 대권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친문 그룹과 각을 세운 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까지 하차할 시 당내 비주류 후보 군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된다. 

이 지사를 벼락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아내 김씨는 누구일까. 서울 태생인 김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 85학번으로, 1990년 이 지사와 연애를 시작해 1991년 결혼식을 올렸다. 1992년과 1993년 연년생인 두 아들을 낳았다. 김씨의 어머니와 이 지사의 셋째 형수가 종교활동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처음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 이재명’의 부인으로 살다가 김씨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부터다.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과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씨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소속 공무원들에게 친형 재선씨에 대해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대면상담 절차가 누락돼 있는데도 관계공무원에게 강제입원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재선씨의 딸에게 “주영아 전화 좀 받아라. 미안하지만, 아침 일찍 작은 엄마가 너의 문자를 봤는데 작은 엄마가 무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그러느냐”며 “길거리 청소하는 아줌마한테도 그 따위 문자는 안 보내겠더라. 네가 집안 어른을 어떻게 봤길래, 노숙자 부부한테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전화 매너를 갖고 있느냐”고 했다. 

불똥 튈라
여, 전전긍긍

또 “너가 엄마 아빠 입장서 생각할 것 같아 얘기 안 해준다고 했지. 네 엄마한테 들으라고”라며 “네가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냐? 니가 그렇게 판단한 것 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어떻게 그 따위 문자를 보낼 수 있냐. 내가 집안 어른 아니냐?”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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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