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⑤] 강단과 소신의 사나이 황주홍 의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05 09: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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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유일척도’는 국민이고 민심이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일요시사>가 황주홍(민주통합당· 강진 영암 장흥)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강진군수 재임 당시였던 지난해 4월이었다. 경찰의 ‘강진군민장학재단’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에 그를 둘러싼 악의적인 정치적 음모를 낱낱이 파헤친 것이다. 그 결과 황 의원은 불기소 처분을 받고 억울한 누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우직하고도 강단 있는 황 의원은 많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이겨낸 뒤 19대 국회에 당당히 입성했다. 한결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황 의원을 서울시내 모처에서 다시 만나봤다.

황주홍 의원을 만난 시간은 4시가 훌쩍 넘은 늦은 오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못 했다며 함께 빵을 먹을 것을 권했다.

의정활동 준비, 각종 모임 참석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였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활기차고 밝은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한 황 의원은 소탈했지만 자신의 소신과 정책을 밝힐 때는 강단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점이다.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좋은 정치인이 돼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황 의원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의정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원을 오래할 생각 없고 짧고 간결하게, 국민의 여망을 좇는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는데?
- 3선 단체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현행 선거법은 3연임 밖에 못하지만 국회의원은 무한정 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도 3선까지 허용하는 것이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맞다 생각한다. 실제 12년이면 자신이 가진 철학과 비전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라 생각한다. 길게 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질 높은 입법활동을 하며 국정개혁과 쇄신을 견인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입장은 어떠한가.
- 여야 간 유리한 배분을 갖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지만 매번 되풀이 되는 것이 대해 국민들은 식상해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것이 정치 불신의 한 요인이다. 19번째 국회인데 이제까지 해온 관행과 전통과 과거의 선례들에 비추어 원만하게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어야 됐다. 민주통합당 소속이긴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 한때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셨는데, 그 이유와 타당성은?
- 평소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정치의 ‘유일척도’는 국민이고 민심이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70% 이상이 기초단위 정당공천제도의 즉각 폐지를 원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니까 해결해야 한다. 정치선진국들은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다.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며 가장 잘못된 제도이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이기에 반드시 폐지시켜야 할 대표적인 정치악법 중 하나다.

▲ 해결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악법을 폐지시키기 위해 여야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기득권 수호라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이해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 내에서 노력할 것이고 시민사회단체, 국민과 함께 더불어 악법이 폐지되는데 최일선에서 노력하겠다.

▲ 상임위 활동 계획은?
- 지역구가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전반기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활동하고 후반기는 전문관과 적성을 살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일해보고 싶다.

▲ 강진군수를 3번이나 역임할 만큼 지역민들의 신임이 두터운데 강진군수 시절을 회상해 본다면?
- 대한민국 최초·유일의 공직사회 팀제를 도입하고 시행했다. 팀제는 성과 중심이다. 성과는 ‘주민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정성껏 일했냐는 것’과 ‘주민 소득증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성과를 냈는지’ 두 가지 기준을 뒀다. 그 전의 연봉서열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능력에 따라 팀장을 맡을 수 있도록 운영했다.

▲ 그 결과는?
- 고소득 농가 순위가 전남의 22개 시군 중 17위였던 강진군이 4년 만에 2위로 치솟는 괄목한만한 성장과 발전이 있었다. 교육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강진의 고등학교 5개 전체가 정원미달이었다. 3년 만에 완전 정상화됐고 한 고등학교는 한 학급이 증설이 되는 믿기 힘든 변화를 이뤄냈다. 팀제를 시행한 것을 가장 자랑스럽고 잊지 못할 일로 기억하고 있다.

▲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뤄낼 만큼 군수직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정치적 음모론에 휩싸이는 억울한 일도 있었는데?
- 정치적인 음모가 있었던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강진군민장학재단 감사와 수사로 사전구속영장까지 받고 경찰에서는 나를 구속시키려 했지만 다행히 검찰에서 기각되고 불기소 돼 무사히 어두운 터널을 지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강진군민 여러분들과 전국의 의식있는 시민과 시민단체에서 함께 해줘서 순조롭게 명예회복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
- 여담이지만 당시 싸우며 고통 받고 힘들었던 것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됐고 그런 분위기를 타면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아라”며 격려해줬다. 약이 됐다 생각한다.


▲ 임기가 남은 군수직을 사퇴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군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지난해 11월 초에 군수 사직 때와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몇 차례에 걸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4년 간 일할 것을 기대하며 지지해 주셨는데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금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69.7%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참으로 감사하다. 국회의원으로서 맡겨진 소임을 충실히, 성공적으로 수행해 유례없는 지역발전과 국정 쇄신을 이뤄내는 것으로 성원에 보답하며 군수로서 못한 일들을 해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낡은 권위주의와 관행 모두 없애야!”
“국민만이 유일한 벼슬자리에 있다”

▲ 대표적인 공약은 무엇인가.
- 군수시절 “왜 농촌지역이 공업이나 상업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 되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다. 이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8~9개월에 이를 정도로 긴 농한기가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방안을 모색해 농한기를 없애고 365일 내내 농번기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 하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전국의 80여 개 농촌 지역이 도시권과 같은 새로운 번영과 풍요의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믿는다. 농정입법 시대를 여는 것이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공약이다.

▲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는데?
-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 대기업 지원과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들에게 소요된 재원에 비교한다면 조족지혈이다. 5년간 2~3조가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원 조달에 실질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농업이 처한 상황이 참담하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재원이라 생각한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좋은 분들이 예측불허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민주정당의 통상적인 모습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다만 그것이 계파 간 겨룸, 파벌간의 배타적인 제로섬 게임으로 흐른다면 국민에게 외면 받을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18대 대선을 전망해 본다면?
- 결국에는 어느 정당을 국민이 더 신뢰하느냐, 어느 후보가 더 믿을만한 대통령 후보감이라 생각하느냐 일 것이다. 민주당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민주당에 의해 정권교체가 되어 10년 만에 민주정부를 출범시키길 기대한다.

▲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 보는가.
- 국민의 관점에서 볼 때 후보로서 매력이 있으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권적 지위와 배타적인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보여야 한다. 단순히 국가의 돈을 사용하는 공약 경쟁만으로 승부를 보려 해서는 안 된다. 공약 제기가 무의미 하다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은 국민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진짜 승부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당의 그릇에서 날 것이다. 그 그릇이란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를 하려는 진지한 의지를 어느 정당이 가지고 있느냐다. 낮은 자세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노력을 늘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후보들의 메시지가 잘 정리돼야 한다. 국민을 개혁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국회의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대해 답안지를 내놓고 그것에 대한 채점과 평가를 국민들에게 받아야 할 것이다. 그 감동의 정치가 개인적인 소신이기도 하다.

▲ 안철수 원장의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입장은 어떤가?
- 당 입장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좋은 대통령 후보를 어떤 단계에서든지간에 함께 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런 후보를 많이 갖는 것은 당의 자산이 되기 때문에 안 원장 같은 후보는 많은 공을 들여서라도 민주통합당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지역발전·좋은 의정활동에 못지않게 해야 할 큰 책임과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정치쇄신’이다.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지탄받고 있는 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 고질적인 것은 낡은 권위주의와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한계다. 우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불필요한 권위주의가 없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의원배지를 떼는 것으로부터 정치쇄신과 국회개혁이 시작된다 보고 있다. 정치인들도 이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일함을 버려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지혜롭게 바꿔 나가겠다. 황 아무개라는 사람은 정말 다른 모습으로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의 벼슬아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 기관의 공익요원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벼슬자리는 없다. 있다면 오직 국민만이 유일한 벼슬자리여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희망이 열릴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국회가 그런 방향으로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황주홍 개인 소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직설적 또는 암시적으로 “그래 이런 국회를 원했던 거야” 라고 동의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황주홍 의원 프로필>

▲ 광주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
▲ 미국 미주리대학교 정치학 석·박사
▲ 한국정치학회 상임이사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학과장
▲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복역
▲ 아태평화재단 연구실장/기획조정실잘/부총장
▲ 김대중 대통령 후보 방송전략기획팀장
▲ 국회 정책연구위원 실장(1급)
▲ 새천년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 새천년 민주당 강진·완도 지구당 위원장
▲ <대한저널> 발행인 겸 대표이사
▲ 강진군수(3선)
▲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회장
▲ 정당공천제폐지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공동대표
▲ (현) 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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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