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전두환 '오산 땅' 수수께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22 0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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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한 '전씨랜드'…벌써 1000억 뽑아먹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비자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그렇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 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 한 야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에 가봤다.

최근 또 다시 '전두환 비자금'이 회자되고 있다. 전씨일가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되면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땅이 아들 수중으로 들어간 정황이 석연치 않다. 싸도 너무 싸게 넘어갔다. 이를 두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임야 정면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와 황구지천이 흐르고, 옆쪽엔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다.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독산성·세마대 유적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이곳엔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오산시와 양산동 일대에 국제아카데미와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등 한류스타 양성소인 'SM타운'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뒤편 상황은 다르다.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 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 관계자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독산성 인근이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업자는 "독산성 주변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도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이들 임야의 땅값은 독산성에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 부지의 공시지가(㎡당)는 지난해 1월 기준 1만원대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공시지가도 1만원 안팎이었다.

처남 이창석 소유 임야 수십만평 대부분 정리 
'진짜 주인 맞나?' 실소유주 의혹 끊이지 않아

이런 부지를 경계로 좀 떨어진 임야의 경우 10만원대를 웃돈다. 개발 가능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전언. 다만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2배 이상에서 많게는 수십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동 임야의 대지주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카 전재용(전 전 대통령의 차남)씨와 함께 유한회사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인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1984년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이규동씨는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산 땅을 이씨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부친이 증여한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양산동 주민들은 이 야산을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 "예전부터
전두환 땅으로 알아"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처음 매각한 것은 2002년. 양산동 산19-116, 산19-117 등 2만여 평을 아모레퍼시픽에 처분했다. 당시 태평양이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부지는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시행사인 O사가 매입했다. O사는 이곳에 대형 건설사와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처분했다. 이중 절반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전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씨였다. 결국 이씨는 전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전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셈이다.

전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 소유로 돼 있는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조카 전재용에 13만평 매각 
시가 400억짜리 28억에 넘겨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전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직까지 이 땅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 중이다. 매수자가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매매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3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계약금 60억원을 선수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비엘에셋의 영업외 수익으로 잡혔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토지는 아직 남아있다.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땅을 자손으로 추정되는 올해 32세의 이원근씨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 땅은 S사에 신탁된 상태다.

외삼촌과 조카 간 수상한 거래를 두고 일각에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시세 400억원짜리 땅을 28억원에 넘겼다는 점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애초에 이창석이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며 "관련기관은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거래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미납 추징금이 1673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532억원도 자발적 납부가 아닌 검찰이 찾아낸 감춰둔 재산이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무기명 채권 126장 등 188억여원을 추징했다. 이어 9월과 10월 현금과 예금 등 124억5000여만원을 강제 집행했다. 2000년 12월 1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접수한데 이어 같은달 1억7000만원 상당의 유체동산을, 2004년 1월 연희동 사저 별채를 경매해 16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수상한 '헐값 매매'
국세청 수십억 과세

그해 6월엔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전씨일가의 계좌에서 발견되자 이순자씨가 '개인 돈'이라며 199억5000만원을 대납했다. 당시 차남 전씨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2006년 6월 한 언론사의 취재로 드러난 서초동 땅을 경매에 붙여 낙찰금 1억19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전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돈은 2003년 10월 전 재산이라고 주장한 29만원과 2010년 10월 강연소득 300만원뿐이다. 미납금은 내년 10월 추징시한이 만료된다. 그때까지 검찰이 그의 재산을 찾아내거나 납부하면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순자씨도 "(추징금은) 낼 수 없다. 성의껏 다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들 등 친인척 재산에 대해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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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