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망론’ 가로막는 아킬레스건 ‘다섯’

‘발톱’ 드러낸 검증단의 ‘칼날 검증’ 시작됐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정치인들은 과거행적에 발목 잡히며 낙마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상대 측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흠집 내는 네거티브 공방전은 하나의 선거전술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리고 점점 유력주자로 자리매김해가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공세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점차 가열되는 대선불판 속 문 고문의 발목 잡는 아킬레스건을 살펴봤다.

여기저기서 대선 출사표가 속속 던져지며 대선불판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게다가 과열되는 열기 속에 유력 후보들에 대한 공세에도 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칼날검증을 앞둔 상태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지지 않은 문 고문이지만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 잡아서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5월이면 정국에 불어 닥치는 ‘노풍’을 등에 업은 ‘문풍’을 미리 차단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노풍’에 노심초사
기선제압 나선 보수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을 본격 검증대 위에 올려놓고 과거행적을 속속 파헤치겠다는 결연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그의 과거 변호사 시절의 경력이 가장 먼저 올랐다. 문 고문이 과거 동의대 방화?살인사건인 ‘5?3사태’ 범인들을 변호한 경력이 1차 공격타깃이다.

5?3사태는 지난 1989년 5월3일 시위 중인 동의대 대학생들이 복도에 인화물질을 뿌려놓고 화염병을 던져 진압경찰관 7명이 화재로 사망한 대참사다. 때문에 당시 운동권 학생들을 변호한 경력을 들어 문 고문의 좌파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그해 1월 동의대 한 교수가 입시부정사건을 폭로하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항의시위로 촉발됐다. 그해 5월1일 노동절을 기념하여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더욱 강경해졌다. 이에 전경 5명이 이 시위를 진압하려다 학생시위대에게 붙잡혀 동의대 중앙도서관에 감금당했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중앙도서관에 진입했고, 학생들은 신나를 뿌려놓고 화염병을 던지면서 경찰 7명이 불에 타 죽고 1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동의대 학생 71명이 살인과 방화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그중 31명이 무기징역에서 2년에 이르는 실형을 받았다.

당시 문 고문은 가해자인 학생들을 변호하며 전경 살인을 방화치사로 낮추었다. 게다가 DJ정권이던 지난 2002년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는 5?3사태 관련자 46명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했다. ‘방화·치사 등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살인에 고의가 없었으며 화염병의 사용도 그때의 통상적인 시위방법이었다’는 이유로 재해석되면서다. 때문에 민주유공자로 국가 보상금을 받는 것을 두고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페스카마15호?동의대 5?3사태 변호 경력…극좌로 내모는 ‘보수’  
특전사 출신에 색깔론에서 해방되나 했는데…표 확장성 걸림돌

이러한 문 고문의 변호경력은 보수진영의 타깃 1순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뿐더러 문 고문의 중도성향을 벗겨내고 좌파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서다. 문 고문이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군복무를 했던 전력으로 레드콤플렉스에서 자유롭다고 인식된 상태다.

즉 무당파와 중도세력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좌파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표의 확장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의 연방제 통일에 대한 찬성 발언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12일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고문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하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연방제 통일’을 ‘희망’이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 공격하고 있는 것.


현행 헌법 영토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이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연방제 통일 등 반역적인 방법의 통일 시도를 차단하는 조항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문 고문이 MB정부가 과거 좌파정권과 달리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며 이는 종북세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는 상태다.

특전사 출신 문에
레드콤플렉스 심기

문 고문이 최악의 선상 살인사건으로 기록된 ‘페스카마호 15호 사건’을 변호한 경력도 끄집어내진 상태다. 지난 1997년 8월2일 새벽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호 15’가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을 지날 무렵 조선족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조건과 한국인 선원들의 폭력에 반발해 선상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조선족 선원들은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피의자 6명은 같은 해 12월 1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4월 2심 항소심에서 주범을 제외한 5명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며 같은 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문 고문은 이 재판의 2심부터 조선족 선원들의 변호를 맡았다.

문 고문은 “이들(조선족 선원들)이 고기잡이 경험이 없어 일이 서툴렀고 당시 일반화돼 있던 선상폭력이 평등주의가 강한 중국의 사회주의 문화와 달라 멸시와 모욕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변론했다.

이 사건에 대해 최근 문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족 동포들은 조국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면서 “페스카마 15호 사건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사건’을 계기로 조석족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1월 외국인 노동자 입국 자격이 완화되고 지문 날인을 철폐하는 조취가 취해졌다. 현 정부 들어 다시 부활했지만 참여정부 당시 입국했던 외국인 정보는 없는 셈이다.

수원사건의 범죄자 오원춘의 경우도 이러한 케이스다. 때문에 이러한 불똥이 참여정부 인사이자 과거 조선족을 변호했던 경력이 있는 문 고문을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제 통일 발언 공격 받아?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 솔솔
노무현은 문재인의 최고의 정치적 자산이자 최대 아킬레스건

문 고문으로서는 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도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대목이다. 문 고문이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하던 지난 2003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의 부탁을 받고 유병태 당시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수감 중)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정부에서 두 번의 민정수석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던 문 고문은 당시 최고 실세로 볼 수 있는 위치다. 


때문에 문 고문의 전화 한 통으로 금감원은 2003년 11월 제재심의를 하면서 일부 경영진을 감봉 등 경징계하는 선에서 끝내버렸고, 부산지방검찰청은 박연호 회장 등 주식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했으나, 박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앞서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문 고문이 당시 담당자인 유 국장에게 전화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해명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지난 4월5일 유 전 국장이 2003년 8월 문 고문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되며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지난달 21일 유 전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유 전 국장은 당시 문 고문의 전화에 대해 “청탁전화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부연설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갖가지 아킬레스건 뚫고
대선까지 문풍 발휘할까?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초특급 권력비리형 사건에 백 없고 힘없는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본 모럴헤저드의 전형이다. 때문에 보수의 텃밭이던 PK지역 민심이 MB정권에 등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보수진영이 기어코 문 고문을 끌어들이고 싶은 사안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본격 대선정국에 돌입하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 같은 사건은 문 고문을 겨냥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무엇보다 문 고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참여정부의 과실이 될 전망이다. 그에게 ‘노무현 향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그들이 노 전 대통령의 약점들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한 상태다. 보수진영에서 최근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 돈 상자’와 한미FTA?제주해군기지 등의 사안에서 입장을 번복하자 문 고문을 정조준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때문에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참신하다고 평가받는 문 고문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세는 더더욱 집요해질 전망이다.

문 고문이 향후 이 같은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 보수진영의 공세를 잘 차단하며 대선정국에서 계속 ‘문풍’의 파괴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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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