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톡톡 튀는 이색 마케팅 장안의 화제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까지 “뭐든 튀어야 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튀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들이 각종 제품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당연히 딱딱한 제품 설명식의 전통적인 광고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세계의 기업들은 최근 약속이라도 한듯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 광고, 스포츠 마케팅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광고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최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이색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광고
이렇게 달라졌어요”

현대기아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딱딱하고 정형화된’, 어찌 보면 ‘지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였다. 또 과거의 자동차 광고들을 봐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길만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급부상한 현대기아차는 그 위상만큼이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지난해 해외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 낸 CUV 벨로스터의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의 바이럴마케팅 기업이 제작한 이 광고는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교통사고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포함돼 다소 ‘잔인하다’는 이유로 독일 내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광고는 좌우 비대칭 3도어 차량인 벨로스터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현대기아차, 이색 광고로 세계인 관심 한몸에 받아
현대차, 헐리우드 영화 주연…기아차, 출시전 노출

기아차도 국내 최초의 박스카인 쏘울의 광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부터 귀여운 햄스터가 등장하는 광고를 시리즈물로 내놓아 젊은 층들을 공략한데 이어 지난 한 해를 휩쓴 셔플댄스 열풍을 활용, 햄스터들이 셔플댄스를 추는 코믹한 광고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광고는 실질적인 매출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기아차 쏘울는 지난 2011년 미국 시장에서 10만 2267대를 판매, 2010년 대비 52.4%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지난 3월 전세계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NFL슈퍼볼에서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5편의 광고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 치타와 경주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현대차의 벨로스터 터보 광고는 미국 슈퍼볼 경기 방송에 집행된 55개 광고 중 선호도 7위, 자동차 광고로는 2위에 선정됐다. 기아차의 K5 광고도 전체 12위를 차지했고, 신형 제네시스 쿠페의 광고도 15위에 선정됐다.

현대 기아차는 슈퍼볼 광고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3월 미국시장에서 3240대를 판매해 전월(2월) 대비 무려 91.4%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기아차 K5 역시 지난 3월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 1만5000대를 돌파했다.


영화관에 이어
안방까지 공략

최근 여러 기업들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PPL(Pruduct Placement)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다양한 PPL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 제품을 등장시켜 세계시장에 현대기아차를 알리고 있다. 과거엔 도로 위를 달려 지나가거나 정차되어 있는 장면 등 아주 짧은 순간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개봉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차로 현대차 제네시스가 등장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에 싼타페,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에 NF쏘나타와 프라이드가 등장한 바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24>와 <더 유닛>에 제네시스가 등장했고,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슈프리머시>에는 EF쏘나타가 5분간 쉬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또 최근 미국 케이블 채널 AMC의 최고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시즌 2>에서 현대차 투싼ix가 주인공이 이용하는 차량으로 여러 차례 비중 있는 장면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영화보다는 주로 드라마를 통해서 PPL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이미 출시된 차가 아니라 출시 전에 TV를 통해서 먼저 제품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아차는 2010년 KBS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당시 막 출시된 스포티지R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고, 2009년 방송된 KBS의 <아이리스>에서는 극중 주인공인 이병헌의 차로 출시 전인 K7을 등장시켜 신차 붐 조성에 기여했다.

기아차는 또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프리미엄 세단인 K9을 출시 전부터 SBS 드라마 <패션왕>에 등장시켰다. 기아차는 출시 전부터 K9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K9의 모습을 공개, 신차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기배우 이민호가 주인공을 맡은 <씨티헌터>에서 주인공의 차로 벨로스터를 등장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벨로스터는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140여대에 이르는 등 드라마 방영 전과 비교해 계약대수가 50%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PPL외에도 각종 쇼프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TV프로그램에 차량을 노출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K-POP스타>에는 현대차 i40와 i30가 등장하고, <런닝맨> <무한도전>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에도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차량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이색 런칭쇼에
엔터테인먼트 가미

이색적인 광고나 PPL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한 발 더 나아가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통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개념 PUV 벨로스터 출시행사를 시작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선보이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 특설무대에서 국내외 유명 DJ, 가수, 탤런트 등 대형스타들을 초청해 ‘벨로스터 런칭 오프닝쇼’를 개최했다.

이날 오프닝쇼에는 국내 유명 DJ 아리카마(ARIKAMA)와 인기 가수 싸이의 공연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뮤직페스티벌에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DJ 칼 콕스(Carl Cox)의 공연이 펼쳐졌다.

유명연예인 초대하는 등 이색 론칭쇼로 젊은 층 공략
현대차, 축구·골프…기아차, 야구·농구·테니스 후원해

현대차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는 2012년에도 이어졌다. 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국내 대표적인 SUV차량인 싼타페는 지난 19일 인천 송도 왕복 8차선 도로인 ‘하모니로’에서 보도발표회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21일에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런칭 페스티벌 ‘런서트’를 진행했다.

마라톤과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의 이색적인 행사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는 행사장에 ‘싼타페 광장’을 마련, 신형 싼타페 전시 및 모델들과의 포토타임을 진행하고 고객들이 직접 시승을 해 볼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싼타페의 상품성을 알렸다. 또 세븐, 2NE1, 티아라, 신화 등 K-POP스타들이 총출동해 신나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해 고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포츠 마케팅은
계속 된다 ‘쭈욱~’

이미 현대기아차의 이색 마케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스포츠 마케팅 역시 기업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스포츠 마케팅은 각각 영역을 나눠 진행돼 각 브랜드의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스포츠인 축구와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골프에 집중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아차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농구, 테니스 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6월 개막된 ‘2011 FIFA 여자 월드컵’에 대회 공식 차량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로 2012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차량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유로 2012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골프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국내외의 다양한 골프대회를 개최 및 후원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골프대회 중 최대규모이면서 유일한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후원한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 마케팅 이외에도 미국 프로농구(NBA), 테니스 등을 적극 후원하며,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1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 13개 구단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신인왕 블레이크 그리핀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유명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킴 클리스터(벨기에)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 대회를 지난 2002년부터 11년 연속 메이저 스폰서로 참여해 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특히 2011년 대회는 전세계 160여 개 국가로 중계되어 연인원 10억 명 이상이 시청하고, 기아차는 약 6천여 시간 동안 브랜드 로고 노출을 통해 미화 7억 달러 상당의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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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