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④ 격전지 베스트 6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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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정치판?! 약육강식의 결정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수많은 화제를 모았던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4·11 총선은 유난히 마지막까지 판세를 알 수 없는 격전지가 많았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뒤집히는 지역구도 속출했으며 개표 막판까지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곳도 많았다. 당초 수도권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문풍’을 몰고 올 부산경남 지역이 격전지로 분류되었고 이 지역들은 많은 관심속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특히 이곳 격전지의 승패는 단순한 1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선거 판세의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축배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히 원내에 입성한 이들이 있는 반면 화려한 당선을 기대했지만 고배의 쓴잔을 마신 이들의 희비쌍곡선을 조명해봤다.

손수조-문재인, 김종훈-정동영, 홍사덕-정세균
정몽준-이계안, 이재오-천호선, 김태호-김경수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당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지만 ‘선거의 여왕’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 정당을 차지하며 거대여당의 자리를 지켰다.

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단일화를 이룬 최초의 총선을 치렀지만 새누리당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선거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치열했던 접전지역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로 남아있다.

유난히 격전지
많았던 4·11 총선

첫 번째 지역으로 이번 총선 최대의 화제지역으로 손꼽힌 부산사상을 꼽을 수 있다. 야권 최대 잠룡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재인 당선자의 출마로 공천과정부터 새누리당은 대항마 마련에 절치부심하며 ‘사상 사수’를 위한 긴장감을 고조 시켰다.


후보군으로는 ‘MB맨’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김수임 전 경실련 정농생협 대표, 신상해 전 시의원, 박에스더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한 때 홍준표 전 대표의 자원등판설도 나왔고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의 차출설도 나왔다. 또한 ‘지역 일꾼론’을 주장하는 측에서 문대성 후보와 안준태 전 부산시 부시장, 3연속 부산시 교육감을 지낸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도 거론되며 당 내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가 거론됐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27살의 정치신인을 공천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큰 인물을 내세워 피해를 입을 필요가 없고 괜히 판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게 ‘골리앗에 맞선 다윗’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졌고 사상에는 젊은 바람이 문풍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손 후보는 ‘선거 전 공약을 파기’하는 등의 자질 논란과 ‘3000만 원 전세금으로 선거 뽀개기’ 거짓말 시비 등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았고 박 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문 고문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권은 문 고문으로 인한 ‘문풍’이 거세게 휘몰아 칠 것을 기대했지만 부산·경남 지역에 단 2석만을 획득하는데 그쳐 문 고문의 대선주자로의 위상이 ‘미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관심지역은 ‘FTA 외나무 혈전’을 벌인 강남을이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강남을은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며 전 국민적 주목도가 높았던 지역구였다.

여야가 한미FTA에 대한 여론을 결부시키며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지난해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에 “우리 주권의 일부를 잘라낸 매국노 이완용이다”며 맹공 했고, 김 후보는 “정 의원이 참여정부에 계실 때 협상에 나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정 후보의 입장번복을 꼬집으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 전례가 있어 더욱더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20%의 표차를 보이며 김 후보가 압승했다.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버렸지만 대선주자로서 당내 경선까지 치르는 수모를 겪으며 본선에 오른 정 의원으로서는 이번 패배로 정치 생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여겨진다.

거물 vs 신인
거물 vs 거물

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분류됐던 종로는 ‘정치 1번지’답게 여야 거물들이 출격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쳤고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4선의 정세균 후보가 일찍이 출마를 선언했고 국회부의장 출신이자 친박계 좌장 6선의 홍사덕 후보가 격돌했다.

선거전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 될 만큼 관심을 모았지만 일찍이 정 후보가 표 차이를 나타내며 홍 후보를 따돌렸다.

종로 승리는 정 후보 자신이나 민주통합당에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대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는 정 후보는 4선을 했던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을 떠나 종로에서도 승리하며 ‘호남 정치인’에서 벗어나 ‘전국 정치인’의 위상을 갖게 되며 당내 대선 레이스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만 3명 배출한 지역이고 민주당이 종로에서 당선자를 낸 것은 1998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당내인사 적자론’을 펼치며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출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도 접전지 중 한 곳이었다.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는 초 접전을 벌였다.

둘은 서울대 동기이자 현대중공업 입사동기로서 경쟁을 펼쳤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0.7%의 차이를 보이며 경합지역으로 선정된 두 후보는 개표 과정에서도 10표이내의 표차를 보이며 보는 이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하지만 저녁 10시가 지나자 정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결국 정 후보가 50.8%를 득표, 6.8% 차이로 승리했다.

이로서 화려한 부활을 꿈꾼 이 후보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정 후보는 현역 최대선인 7선의 고지를 점령하며 대선주자로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

따라서 공천 과정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정 당선자가 ‘비박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입당한 정 당선자는 대중적 인지도도 높고 당 대표도 지냈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연 확대가 시급한 정 당선자로서는 다른 중진 등과 비박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분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과정에서 당이 ‘친박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에 당 조직의 영향력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과 치열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려한 축배와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원내 입성한 승리파
당선·재기 꿈꿨지만 눈앞에서 날아가 버린 ‘금배지의 꿈’

친이계 좌장인 ‘왕의 남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노무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 간에 맞붙은 서울 은평을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리전이란 이유에서다. 은평을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관록의 이 의원은 당초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심판론’이 불거지면서 MB의 최측근인 이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나 홀로 선거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결국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다.

두 후보의 접전은 선거다음날 새벽 0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계속 됐으며 0시50분 이 당선자가 1.3% 차이로 앞서가며 당선이 확정될 만큼 치열했다.

이 당선인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졌지만 이 대통령을 끝까지 보좌하며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당선자, 정운찬 전 총리 등 당내 비박 대선주자들과 연대해 당 역학구도는 물론 대선지형도에 일정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천 후보는 야권연대를 이루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손꼽힌다. 이 당선자와의 표차가 1448표차 인데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이문용 정통민주당 후보가 2634표를 득표하며 천 후보의 표를 어느 정도 잠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표가 고스란히 천 후보에게 갔다면 역전이 가능한 수치여서 통합진보당을 더욱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역일꾼론’과 ‘친노 부활’의 대결구도로 재선에 도전한 도지사 출신 김태호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자처한 김경수 후보가 맞붙은 김해을 지역도 경남권 최대 격전지로 주목을 받았다.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친노의 성지로 불리며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김 당선자는 지난 2010년 40대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를 위증하면서 낙마한 쓰라린 기억이 있지만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국회의원 등 모두 6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붙은 별명인 ‘선거의 달인’ 면모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당선으로 김 의원은 ‘세대교체의 기수’로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향후 대선 등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여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가?
실업자? 한 끗 차

이처럼 주요 격전지의 승부는 치열했고 두 후보 간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승리한 쪽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문론 외연 확대를 통한 차기 권력의 구심점 역할이 기대되는 증 앞날이 밝아 보인다.

반면 낙선한 인사들은 어둡다 못해 암울해 보인다. 정치인으로선 적어도 4년 동안은 ‘실업자’ 신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재기를 도모해 차기를 노린다는 야심찬 각오도 현 시점에서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와 ‘2등은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이 정치권도 예외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 잔인한 4월1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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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