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제2의 반기문’ 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명자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03 1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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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의 산증인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인 표본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서다. 경쟁 후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 의결권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김 총장의 총재 지명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6년 간 세계은행 총재직은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때문이다. 아시아인으로선 김 총장이 처음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특히 김 총장의 ‘최초’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미국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총장에도 아시아인으로서 처음으로 올랐다. 김 총장이 아메리칸드림의 산 증인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표본으로 통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총재직 거머쥐어 충격
하버드 의대 재학시절 의료구호단체 설립해 활동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세계은행(WB) 총재에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23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세계은행 신임 총재 지명을 놓고 여러 후보들을 검토했다”며 “김용 총장을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 배경에 대해 “김 총장은 세계적 경험을 갖췄다”며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그리고 미국에 걸쳐 세계 각 국가에서 몸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경험은 세계 중심에서 각 국가의 작은 마을까지 다양하다며 이는 미국의 다양성에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경험 갖추고
세계 각 국가에 몸담아

정식 명칭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인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 피해 복구를 목적으로 위해 설립되었으며 주로 개발도상국 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 융자와 기술 원조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다.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지명하는 것이 관례이며 오는 4월20일 열리는 연차 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세계은행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의결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김용 총장의 정식 선임은 확실시된다.

그동안 총재 후보로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이 거론돼 왔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는 김 총장이라는 ‘깜짝 카드’를 선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들이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독식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인이 아닌 후보를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의 반발을 감안해 아시아계 미국인 김 총재를 발탁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 김 총장의 지명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하버드대 동창이자 아프리카·중남미 구호활동의 동지인 폴 파머 하버드대 교수와 아이티 가난 퇴치활동을 꾸준히 벌여 왔다.
파머는 클린턴과 친분이 있는 인도주의 활동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 인선으로 고민하자 클린턴이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통해 김 총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김 총장을 만나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한 사람은 클린턴 장관”이라며 “클린턴 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김 총장 안을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짐 킴(미국명)은 내 친구인 파머와 함께 아이티에서 페루·말라위까지 보건의료와 희망을 배달한 인물”이라며 “오바마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지명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에서 지지 표명이 잇따랐다. 중국 신화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고무적’이라며 “오바마의 결정은 세계은행 내에서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도 “김 총장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친구”라며 “가난 퇴치에 앞장설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이 소식을 1면 주요기사로 다룬 데 이어 사설에서도 “한국 태생으로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으로 여겨 온 김 총장의 후보 지명은 그동안 백인 남성이 이끌어 온 세계은행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결핵약 가격을 내리는 운동 벌여 90% 이상 낮춰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 수식어 늘 그의 차지


김 총장은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난 3월27일부터 오는 4월9일까지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한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 7개국을 잇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이들 국가의 재무장관을 만나 세계은행의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김 총장은 세계은행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은행은 주로 개도국의 도로·항만 건설 등 경제 개발에 차관을 지원했다. 한국이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영동고속도로, 서울·부산·대구 지하철, 부산·묵호항 등도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최근엔 아프리카·중남미 최빈국의 질병·가난 퇴치로 세계은행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에 매진해 온 김 총장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한편 김 총장은 66년 세계은행 역사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총재직을 아시아인으로서 처음으로 차지하면서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총장은 2009년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 200년 동안 처음이었다. 김 총장이 한국인 이민자들 사이에서 아메리칸드림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인 이민자
성공스토리 주역

성공 스토리의 시작은 김 총장이 5살이던 1959년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오르면서부터였다. 김 총장이 자란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은 백인들이 대부분인 곳으로 당시 아시아인 가정이 단 2가족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인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한 김 총장은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는 등 일찌감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미 대선 당시 아이오와 맥거번 선거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울 정도로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후 브라운대로 진학한 김 총장은 1982년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 의학·인류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이후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질병 퇴치에 앞장서며 학문적으로는 물론 인도주의적 활동과 국제 의료활동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김 총장의 의료 구호활동은 하버드 의대 재학시절인 1987년 동료인 폴 파머 박사와 함께 의료구호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페루와 러시아, 말라위, 미국 등의 빈민가에서 광범위한 의료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김 총장은 지금도 이 단체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총장은 특히 1990년 중반에 페루에서 약품내성이 있는 결핵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치료 활동을 벌였고 결핵 치료 의약품 가격을 내리는 운동을 펼쳐 이 의약품 가격을 9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그 전까지만 해도 빈국에서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던 약품내성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금은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이 질병의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도전적인 삶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으며 전세계적으로 에이즈환자 치료를 위한 적극 활동을 펼침으로써 에이즈 치료활동에도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 활동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조정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라는 수식어는 늘 그의 차지였다. 2003년 소위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된 데 이어 2006년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지난 2009년에는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4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다음달 중순 열리는 세계은행 총회에서 정식 총재로 선출된다. 젊은 시절부터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김 총장. 그는 세계은행 총재로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용 프로필>

학력

~ 1993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인류학 박사 
~ 1991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 1982 브라운대학교 학사 


경력

2010.04 예술과학원 회원
2009~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총장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04 세계보건기구 에이즈국 국장

수상내역

2006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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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