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제2의 반기문’ 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명자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03 1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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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드림의 산증인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인 표본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서다. 경쟁 후보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 의결권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김 총장의 총재 지명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6년 간 세계은행 총재직은 백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때문이다. 아시아인으로선 김 총장이 처음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특히 김 총장의 ‘최초’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미국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총장에도 아시아인으로서 처음으로 올랐다. 김 총장이 아메리칸드림의 산 증인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표본으로 통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총재직 거머쥐어 충격
하버드 의대 재학시절 의료구호단체 설립해 활동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세계은행(WB) 총재에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23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세계은행 신임 총재 지명을 놓고 여러 후보들을 검토했다”며 “김용 총장을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 배경에 대해 “김 총장은 세계적 경험을 갖췄다”며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그리고 미국에 걸쳐 세계 각 국가에서 몸담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경험은 세계 중심에서 각 국가의 작은 마을까지 다양하다며 이는 미국의 다양성에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경험 갖추고
세계 각 국가에 몸담아

정식 명칭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인 세계은행은 2차 세계대전 피해 복구를 목적으로 위해 설립되었으며 주로 개발도상국 산업 발전을 위한 자금 융자와 기술 원조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다.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지명하는 것이 관례이며 오는 4월20일 열리는 연차 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세계은행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의결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김용 총장의 정식 선임은 확실시된다.

그동안 총재 후보로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이 거론돼 왔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는 김 총장이라는 ‘깜짝 카드’를 선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들이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독식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인이 아닌 후보를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의 반발을 감안해 아시아계 미국인 김 총재를 발탁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 김 총장의 지명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하버드대 동창이자 아프리카·중남미 구호활동의 동지인 폴 파머 하버드대 교수와 아이티 가난 퇴치활동을 꾸준히 벌여 왔다.
파머는 클린턴과 친분이 있는 인도주의 활동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 인선으로 고민하자 클린턴이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통해 김 총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김 총장을 만나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한 사람은 클린턴 장관”이라며 “클린턴 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김 총장 안을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짐 킴(미국명)은 내 친구인 파머와 함께 아이티에서 페루·말라위까지 보건의료와 희망을 배달한 인물”이라며 “오바마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지명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각국에서 지지 표명이 잇따랐다. 중국 신화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고무적’이라며 “오바마의 결정은 세계은행 내에서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도 “김 총장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친구”라며 “가난 퇴치에 앞장설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이 소식을 1면 주요기사로 다룬 데 이어 사설에서도 “한국 태생으로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으로 여겨 온 김 총장의 후보 지명은 그동안 백인 남성이 이끌어 온 세계은행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결핵약 가격을 내리는 운동 벌여 90% 이상 낮춰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 수식어 늘 그의 차지


김 총장은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난 3월27일부터 오는 4월9일까지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한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 7개국을 잇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이들 국가의 재무장관을 만나 세계은행의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김 총장은 세계은행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은행은 주로 개도국의 도로·항만 건설 등 경제 개발에 차관을 지원했다. 한국이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영동고속도로, 서울·부산·대구 지하철, 부산·묵호항 등도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최근엔 아프리카·중남미 최빈국의 질병·가난 퇴치로 세계은행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에 매진해 온 김 총장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한편 김 총장은 66년 세계은행 역사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총재직을 아시아인으로서 처음으로 차지하면서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총장은 2009년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역사 200년 동안 처음이었다. 김 총장이 한국인 이민자들 사이에서 아메리칸드림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인 이민자
성공스토리 주역

성공 스토리의 시작은 김 총장이 5살이던 1959년 치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오르면서부터였다. 김 총장이 자란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은 백인들이 대부분인 곳으로 당시 아시아인 가정이 단 2가족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인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한 김 총장은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는 등 일찌감치 리더십을 발휘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조지 맥거번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미 대선 당시 아이오와 맥거번 선거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울 정도로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후 브라운대로 진학한 김 총장은 1982년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 의학·인류학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이후 2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질병 퇴치에 앞장서며 학문적으로는 물론 인도주의적 활동과 국제 의료활동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김 총장의 의료 구호활동은 하버드 의대 재학시절인 1987년 동료인 폴 파머 박사와 함께 의료구호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페루와 러시아, 말라위, 미국 등의 빈민가에서 광범위한 의료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김 총장은 지금도 이 단체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총장은 특히 1990년 중반에 페루에서 약품내성이 있는 결핵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치료 활동을 벌였고 결핵 치료 의약품 가격을 내리는 운동을 펼쳐 이 의약품 가격을 9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그 전까지만 해도 빈국에서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던 약품내성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금은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이 질병의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도전적인 삶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으며 전세계적으로 에이즈환자 치료를 위한 적극 활동을 펼침으로써 에이즈 치료활동에도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런 활동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에이즈 조정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동양인 최초’ ‘최고 지도자’라는 수식어는 늘 그의 차지였다. 2003년 소위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인’에 선정된 데 이어 2006년엔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지난 2009년에는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4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다음달 중순 열리는 세계은행 총회에서 정식 총재로 선출된다. 젊은 시절부터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김 총장. 그는 세계은행 총재로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용 프로필>

학력

~ 1993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인류학 박사 
~ 1991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 1982 브라운대학교 학사 


경력

2010.04 예술과학원 회원
2009~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총장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04 세계보건기구 에이즈국 국장

수상내역

2006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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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