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한만 남기고 돌아온 '호주 원정 매춘녀' 직격토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06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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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70만원은 포주가…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호주에서 매춘에 종사하는 한인여성이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호주 매춘 여성의 절반이상이 아시아 여성들이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한국, 중국, 태국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도 한국인 매춘여성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교민 잡지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버젓이 실리고 있다. 일부 젊은 호주 남자들 사이에서 '한국여성은 쉬운 여자들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으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여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멀쩡한 여성들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호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한 여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호주에 부는 매춘의 한류, 너도나도 '호주행' 비행기
"내가 한국남자라면 호주에서 유학한 여자 안 만날 것"

"제가 한국 남자라면 저는 절대로 호주에서 유학하고 왔다는 여자 안 만날 거예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아영(가명·27)씨의 첫 마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월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업소를 전전하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왔다. 김씨가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 워홀은 비자 협정체결국 청년(만 18~30세)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해 일정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11개 국가 및 지역과 워홀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대만, 홍콩 등이다.

호주 성매매 합법
"단속 걱정 없다"

이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건너가는 나라는 호주인데, 이유는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며 워홀 체류인원에 거의 제약을 두지 않아 비자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홀 비자를 통해 협정국가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세칭 '워홀러'라고 칭한다.


"원래 저는 안마방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단속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았고 대딸방, 키스방 등을 전전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관계를 갖지 않는 일이다보니 수입이 현저히 줄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어요."

이런 그녀에게 지난 2009년 1월 호주 성매매 브로커가 접근했다. 이 브로커는 "하루에 1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호주는 합법이기 때문에 단속 걱정도 없다" "시드니에서는 길 가다 들려오는 말은 절반이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아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다"는 말로 김씨를 설득했다. 이 설득에 넘어간 김씨는 같은 해 2월부터 비자신청, 여권발급, 비행기표 구입까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만에 호주로 출국할 준비를 마치고 3월10일 오전 8시께 처음 호주 땅을 밟았다.

"공항에 내리니 한 중년 여성이 제 이름이 적힌 판을 들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10시간 동안 내내 마음이 불안했는데 제 이름 석자를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가 일하게 될 마사지업소의 포주. 포주는 그녀를 시드니 서리힐즈(Surry Hills) 인근의 한 아파트로 안내했다. 그녀가 살게 될 집이었다. 서리힐즈는 시드니 중심부 센트럴 기차역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의 중심지다.

"방은 깨끗했지만 뭔가 이상했어요. 제 방이라고 해서 들어간 곳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옷장도 두 개였어요. 다른 방도 둘러보니 비슷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총 10명이 살았어요."

'노섹스 노터치'
하지만 실상은?

호주로 워홀을 가는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거형태는 '쉐어'다. 쉐어는 아파트 방 하나를 파티션을 나누고 작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주거하는 형태로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워홀러들에게 쉐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아파트를 렌트해 거실, 발코니까지 파티션을 나눠 10~15명까지 세를 받기도 한다.


"한 주 방값은 100불(11만원)이었어요.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을 때도 작은 오피스텔에 두 명이 살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충격적이었어요. 아침마다 10명이 화장실 하나를 나눠 쓰느라 전쟁이 벌어졌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어요."

워홀러들이 4인1실에 살면서 내는 방 값은 시드니를 기준으로 주당 100~120불(11~14만원) 정도. 여기에 처음 들어갈 때 보증금 형식으로 2주치에 해당하는 방값을 내야하며 2주치씩 계산되는 특성 때문에 첫 지불금이 480불(57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짐을 풀자마자 포주 언니가 와서 여권을 가져가고 저에게는 복사본을 줬어요. '여권을 잃어버리면 재발급도 힘들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면 복사본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그녀의 이 생각은 그녀를 2년여 동안 업소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3개월, 6개월, 9개월째 되는 날 그녀는 포주에게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녀가 여권을 돌려받은 것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업소가 있었지요. 한국의 불법 마사지업소랑 다를 건 없었어요. 방마다 'no sex no touch'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손님이 관계를 원한다면 해야 했어요."

카지노에서 날린
아영씨의 작은 꿈

그녀가 2년 동안 일한 업소는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었으며 불법 마사지업소 중의 고급에 속했다. 업소 내부는 모두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방에는 샤워실과 침실이 달려있었고 마사지 전용 베드와 침대, 대형 TV, 에어컨 등이 있었다. 업소에는 업소녀들이 일하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휴게실과 경찰의 단속에 대비한 CCTV 여러 대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돈은 많이 벌었어요. 하루 평균 600불(70만원) 정도 번 것 같아요. 한 주에 3000~4000(350~470만원)불 정도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일한 곳의 한국 사장은 악덕 중의 악덕어었어요."

돈은 많이 벌었냐고 묻자 돌아온 김씨의 답변이었다. 성매매 수익은 윤락녀와 포주가 나눈다고 했다. 김씨는 수익 배분을 5:5로 한다고 알고 갔지만 실상은 3:7이었다. 보통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7:3으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6:4로 나누는 것에 비하면 한국인 사장은 악덕포주였다.

김씨는 한 주에 하루를 쉬며 일했다. 간혹 경찰 단속이 강화되거나 장사가 안 되는 주는 이틀을 쉬기도 했다. 단속이 길어지면 다른 지역의 업소로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다. 한 주에 평균 4000불(470만원) 어치의 일을 했지만 그녀에게 주어지는 돈은 1200불(14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방값이랑 생활비 제외하고 모두 저금했어요.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죠. 그런데 호주라는 나라에 적응해 가면서 돈을 쓸 만한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 오긴 했지만 쓴 돈이 더 많았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지금은 제가 원하는 옷 가게 하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여권 뺏고 불법 비자 연장 "한 방에서 4명이 살았다"
호주 원정 매춘녀 1000명 돌파 "널린 게 한국여자"

호주 생활 6개월이 됐을 때 김씨가 모은 돈은 2만2000여불(2600여만원). 호주에 오기 전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작은 옷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카지노. 동료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시드니 대형 카지노에서 그녀는 바카라의 늪에 빠지게 됐다. 버는 돈은 족족 딜러의 손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아 놓은 돈까지 다 날린 것은 카지노에 처음 가본 지 불과 2개월 만이었다.


"8개월 만에 처음 시드니공항에 내렸을 때로 돌아와 있었어요. 내 몸 팔아 더럽게 벌었던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졌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사장은 매일 숙소로 찾아와 협박도 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를 동료들에게 손 벌리며 살았어요. 그러다 제 비자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녀는 3개월 동안 다시 1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카지노만 몰랐어도 6000만원을 손에 쥐고 귀국할 수 있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돌아가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몰랐다. 포주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권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던 포주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비자가 연장 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며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고 비자기일이 3일 남았을 때 포주가 비자가 1년 연장됐다는 말을 하며 서류를 보여줬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료를 불러 확인해 보니 정말 비자기간이 1년 연장되어 있었어요."

호주 워홀비자는 기본기간이 입국한 날로부터 1년이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지정한 직종과 지역에서 88일 이상을 근무하고 그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첨부해 비자연장신청을 하면 세칭 '세컨비자'라는 비자가 나와 1년의 추가 기간이 주어진다. 보통 워홀러들은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 혹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농장주나 공장장에게 서류를 받아 호주 이민성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한다. 이렇게 받은 비자는 워홀비자와 똑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비자가 연장됐다. 업소 사장이 제3자의 세컨비자발급 서류를 구매해 비자신청을 한 것. 시드니에 위치한 한 유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비자발급 서류를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며 호주 정부에서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호주는 호주 토박이들보다 외국인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년을 더 일해야 했어요. 그 후 3개월 정도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갑자기 주변에 비슷한 업소들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한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비자 연장의 방법이 더 이상 없었던 저는 여권을 돌려받아 한국에 돌아왔죠."


비자서류 불법매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은 1~2년 내로 귀국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돈 맛(?)을 못 잊어 6개월의 관광비자로 다시 호주를 찾기도 한다.

김씨가 한국에 들고 들어온 돈은 4000만원 남짓. 2년을 남의 손을 타며 일 해온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조금만 더 벌어서 옷가게 하나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한국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허황된 '호주드림'을 꾸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요. 갖은 유혹도 유혹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거든요."

<호주 현지 교민 직격토로>

"성매매 업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호주에 한국 매춘녀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교민들이 본의 아닌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던 호주 사회에서 한국 매춘녀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업소가 유입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호주 시드니의 한 유학원에서 10년을 일 해왔다는 정모(32)씨와 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지 상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드니 현지 교민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민들과 현지인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주인 윤락녀들보다 한국인 윤락녀가 더 많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자체적 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물 밀 듯 몰려오는 여성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업소가 있나.

한국에 있는 성매매 업소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유사성행위 업소는 찾아볼 수 없지만 룸살롱, 풀살롱, 마사지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교민잡지 등에 업소녀 모집 광고가 올라온다는데.

말도 마라. 한 장 건너 한 장마다 낯 뜨거운 사진과 함께 업소위치, 전화번호 등 매춘 광고 투성이다.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구인구직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단속은 어떤가.

서두에 말했다시피 호주는 퀸즐랜드주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성매매가 합법이다. 때문에 경찰도 불법체류, 마약, 인신매매, 감금, 여권갈취 등 처벌할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경찰 단속이 뜬다고 하더라도 10년을 살면서 단속에 걸리는 걸 못 봤다. 단속 기간이 되면 어떠한 사유로 단속을 간다고 알려주고 업소에서는 해당 업소녀를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도 한국처럼 유착관계가 있는 것 같다.

-호주 현지인들이 교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 체결 초기만 해도 호주인들 사이에서 한국 워홀러들은 '근면성실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호주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호주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호주로 들어오자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8년 발생한 한국 유학생 매춘녀 살인 사건을 전후로 해서 이미지가 퇴색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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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