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한만 남기고 돌아온 '호주 원정 매춘녀' 직격토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06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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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70만원은 포주가…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호주에서 매춘에 종사하는 한인여성이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호주 매춘 여성의 절반이상이 아시아 여성들이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한국, 중국, 태국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도 한국인 매춘여성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교민 잡지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버젓이 실리고 있다. 일부 젊은 호주 남자들 사이에서 '한국여성은 쉬운 여자들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으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여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멀쩡한 여성들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호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한 여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호주에 부는 매춘의 한류, 너도나도 '호주행' 비행기
"내가 한국남자라면 호주에서 유학한 여자 안 만날 것"

"제가 한국 남자라면 저는 절대로 호주에서 유학하고 왔다는 여자 안 만날 거예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아영(가명·27)씨의 첫 마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월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업소를 전전하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왔다. 김씨가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 워홀은 비자 협정체결국 청년(만 18~30세)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해 일정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11개 국가 및 지역과 워홀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대만, 홍콩 등이다.

호주 성매매 합법
"단속 걱정 없다"

이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건너가는 나라는 호주인데, 이유는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며 워홀 체류인원에 거의 제약을 두지 않아 비자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홀 비자를 통해 협정국가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세칭 '워홀러'라고 칭한다.


"원래 저는 안마방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단속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았고 대딸방, 키스방 등을 전전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관계를 갖지 않는 일이다보니 수입이 현저히 줄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어요."

이런 그녀에게 지난 2009년 1월 호주 성매매 브로커가 접근했다. 이 브로커는 "하루에 1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호주는 합법이기 때문에 단속 걱정도 없다" "시드니에서는 길 가다 들려오는 말은 절반이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아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다"는 말로 김씨를 설득했다. 이 설득에 넘어간 김씨는 같은 해 2월부터 비자신청, 여권발급, 비행기표 구입까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만에 호주로 출국할 준비를 마치고 3월10일 오전 8시께 처음 호주 땅을 밟았다.

"공항에 내리니 한 중년 여성이 제 이름이 적힌 판을 들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10시간 동안 내내 마음이 불안했는데 제 이름 석자를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가 일하게 될 마사지업소의 포주. 포주는 그녀를 시드니 서리힐즈(Surry Hills) 인근의 한 아파트로 안내했다. 그녀가 살게 될 집이었다. 서리힐즈는 시드니 중심부 센트럴 기차역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의 중심지다.

"방은 깨끗했지만 뭔가 이상했어요. 제 방이라고 해서 들어간 곳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옷장도 두 개였어요. 다른 방도 둘러보니 비슷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총 10명이 살았어요."

'노섹스 노터치'
하지만 실상은?

호주로 워홀을 가는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거형태는 '쉐어'다. 쉐어는 아파트 방 하나를 파티션을 나누고 작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주거하는 형태로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워홀러들에게 쉐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아파트를 렌트해 거실, 발코니까지 파티션을 나눠 10~15명까지 세를 받기도 한다.


"한 주 방값은 100불(11만원)이었어요.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을 때도 작은 오피스텔에 두 명이 살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충격적이었어요. 아침마다 10명이 화장실 하나를 나눠 쓰느라 전쟁이 벌어졌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어요."

워홀러들이 4인1실에 살면서 내는 방 값은 시드니를 기준으로 주당 100~120불(11~14만원) 정도. 여기에 처음 들어갈 때 보증금 형식으로 2주치에 해당하는 방값을 내야하며 2주치씩 계산되는 특성 때문에 첫 지불금이 480불(57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짐을 풀자마자 포주 언니가 와서 여권을 가져가고 저에게는 복사본을 줬어요. '여권을 잃어버리면 재발급도 힘들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면 복사본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그녀의 이 생각은 그녀를 2년여 동안 업소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3개월, 6개월, 9개월째 되는 날 그녀는 포주에게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녀가 여권을 돌려받은 것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업소가 있었지요. 한국의 불법 마사지업소랑 다를 건 없었어요. 방마다 'no sex no touch'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손님이 관계를 원한다면 해야 했어요."

카지노에서 날린
아영씨의 작은 꿈

그녀가 2년 동안 일한 업소는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었으며 불법 마사지업소 중의 고급에 속했다. 업소 내부는 모두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방에는 샤워실과 침실이 달려있었고 마사지 전용 베드와 침대, 대형 TV, 에어컨 등이 있었다. 업소에는 업소녀들이 일하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휴게실과 경찰의 단속에 대비한 CCTV 여러 대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돈은 많이 벌었어요. 하루 평균 600불(70만원) 정도 번 것 같아요. 한 주에 3000~4000(350~470만원)불 정도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일한 곳의 한국 사장은 악덕 중의 악덕어었어요."

돈은 많이 벌었냐고 묻자 돌아온 김씨의 답변이었다. 성매매 수익은 윤락녀와 포주가 나눈다고 했다. 김씨는 수익 배분을 5:5로 한다고 알고 갔지만 실상은 3:7이었다. 보통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7:3으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6:4로 나누는 것에 비하면 한국인 사장은 악덕포주였다.

김씨는 한 주에 하루를 쉬며 일했다. 간혹 경찰 단속이 강화되거나 장사가 안 되는 주는 이틀을 쉬기도 했다. 단속이 길어지면 다른 지역의 업소로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다. 한 주에 평균 4000불(470만원) 어치의 일을 했지만 그녀에게 주어지는 돈은 1200불(14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방값이랑 생활비 제외하고 모두 저금했어요.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죠. 그런데 호주라는 나라에 적응해 가면서 돈을 쓸 만한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 오긴 했지만 쓴 돈이 더 많았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지금은 제가 원하는 옷 가게 하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여권 뺏고 불법 비자 연장 "한 방에서 4명이 살았다"
호주 원정 매춘녀 1000명 돌파 "널린 게 한국여자"

호주 생활 6개월이 됐을 때 김씨가 모은 돈은 2만2000여불(2600여만원). 호주에 오기 전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작은 옷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카지노. 동료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시드니 대형 카지노에서 그녀는 바카라의 늪에 빠지게 됐다. 버는 돈은 족족 딜러의 손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아 놓은 돈까지 다 날린 것은 카지노에 처음 가본 지 불과 2개월 만이었다.


"8개월 만에 처음 시드니공항에 내렸을 때로 돌아와 있었어요. 내 몸 팔아 더럽게 벌었던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졌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사장은 매일 숙소로 찾아와 협박도 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를 동료들에게 손 벌리며 살았어요. 그러다 제 비자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녀는 3개월 동안 다시 1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카지노만 몰랐어도 6000만원을 손에 쥐고 귀국할 수 있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돌아가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몰랐다. 포주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권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던 포주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비자가 연장 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며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고 비자기일이 3일 남았을 때 포주가 비자가 1년 연장됐다는 말을 하며 서류를 보여줬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료를 불러 확인해 보니 정말 비자기간이 1년 연장되어 있었어요."

호주 워홀비자는 기본기간이 입국한 날로부터 1년이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지정한 직종과 지역에서 88일 이상을 근무하고 그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첨부해 비자연장신청을 하면 세칭 '세컨비자'라는 비자가 나와 1년의 추가 기간이 주어진다. 보통 워홀러들은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 혹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농장주나 공장장에게 서류를 받아 호주 이민성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한다. 이렇게 받은 비자는 워홀비자와 똑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비자가 연장됐다. 업소 사장이 제3자의 세컨비자발급 서류를 구매해 비자신청을 한 것. 시드니에 위치한 한 유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비자발급 서류를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며 호주 정부에서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호주는 호주 토박이들보다 외국인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년을 더 일해야 했어요. 그 후 3개월 정도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갑자기 주변에 비슷한 업소들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한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비자 연장의 방법이 더 이상 없었던 저는 여권을 돌려받아 한국에 돌아왔죠."


비자서류 불법매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은 1~2년 내로 귀국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돈 맛(?)을 못 잊어 6개월의 관광비자로 다시 호주를 찾기도 한다.

김씨가 한국에 들고 들어온 돈은 4000만원 남짓. 2년을 남의 손을 타며 일 해온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조금만 더 벌어서 옷가게 하나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한국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허황된 '호주드림'을 꾸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요. 갖은 유혹도 유혹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거든요."

<호주 현지 교민 직격토로>

"성매매 업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호주에 한국 매춘녀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교민들이 본의 아닌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던 호주 사회에서 한국 매춘녀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업소가 유입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호주 시드니의 한 유학원에서 10년을 일 해왔다는 정모(32)씨와 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지 상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드니 현지 교민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민들과 현지인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주인 윤락녀들보다 한국인 윤락녀가 더 많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자체적 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물 밀 듯 몰려오는 여성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업소가 있나.

한국에 있는 성매매 업소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유사성행위 업소는 찾아볼 수 없지만 룸살롱, 풀살롱, 마사지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교민잡지 등에 업소녀 모집 광고가 올라온다는데.

말도 마라. 한 장 건너 한 장마다 낯 뜨거운 사진과 함께 업소위치, 전화번호 등 매춘 광고 투성이다.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구인구직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단속은 어떤가.

서두에 말했다시피 호주는 퀸즐랜드주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성매매가 합법이다. 때문에 경찰도 불법체류, 마약, 인신매매, 감금, 여권갈취 등 처벌할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경찰 단속이 뜬다고 하더라도 10년을 살면서 단속에 걸리는 걸 못 봤다. 단속 기간이 되면 어떠한 사유로 단속을 간다고 알려주고 업소에서는 해당 업소녀를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도 한국처럼 유착관계가 있는 것 같다.

-호주 현지인들이 교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 체결 초기만 해도 호주인들 사이에서 한국 워홀러들은 '근면성실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호주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호주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호주로 들어오자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8년 발생한 한국 유학생 매춘녀 살인 사건을 전후로 해서 이미지가 퇴색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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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