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한만 남기고 돌아온 '호주 원정 매춘녀' 직격토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4.06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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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면 70만원은 포주가…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호주에서 매춘에 종사하는 한인여성이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호주 매춘 여성의 절반이상이 아시아 여성들이고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한국, 중국, 태국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도 한국인 매춘여성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교민 잡지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마사지업소의 광고가 버젓이 실리고 있다. 일부 젊은 호주 남자들 사이에서 '한국여성은 쉬운 여자들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으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여자는 절대 사귀지 말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멀쩡한 여성들까지 의혹의 시선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호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한 여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호주에 부는 매춘의 한류, 너도나도 '호주행' 비행기
"내가 한국남자라면 호주에서 유학한 여자 안 만날 것"

"제가 한국 남자라면 저는 절대로 호주에서 유학하고 왔다는 여자 안 만날 거예요."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김아영(가명·27)씨의 첫 마디다. 김씨는 지난 2009년 3월 호주에 입국해 성매매업소를 전전하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왔다. 김씨가 호주에 입국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 워홀은 비자 협정체결국 청년(만 18~30세)들이 상대방 체결국을 방문해 일정기간 동안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11개 국가 및 지역과 워홀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대만, 홍콩 등이다.

호주 성매매 합법
"단속 걱정 없다"

이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건너가는 나라는 호주인데, 이유는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며 워홀 체류인원에 거의 제약을 두지 않아 비자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홀 비자를 통해 협정국가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세칭 '워홀러'라고 칭한다.


"원래 저는 안마방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단속 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았고 대딸방, 키스방 등을 전전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관계를 갖지 않는 일이다보니 수입이 현저히 줄었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어요."

이런 그녀에게 지난 2009년 1월 호주 성매매 브로커가 접근했다. 이 브로커는 "하루에 1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호주는 합법이기 때문에 단속 걱정도 없다" "시드니에서는 길 가다 들려오는 말은 절반이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아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다"는 말로 김씨를 설득했다. 이 설득에 넘어간 김씨는 같은 해 2월부터 비자신청, 여권발급, 비행기표 구입까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만에 호주로 출국할 준비를 마치고 3월10일 오전 8시께 처음 호주 땅을 밟았다.

"공항에 내리니 한 중년 여성이 제 이름이 적힌 판을 들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10시간 동안 내내 마음이 불안했는데 제 이름 석자를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가 일하게 될 마사지업소의 포주. 포주는 그녀를 시드니 서리힐즈(Surry Hills) 인근의 한 아파트로 안내했다. 그녀가 살게 될 집이었다. 서리힐즈는 시드니 중심부 센트럴 기차역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의 중심지다.

"방은 깨끗했지만 뭔가 이상했어요. 제 방이라고 해서 들어간 곳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옷장도 두 개였어요. 다른 방도 둘러보니 비슷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총 10명이 살았어요."

'노섹스 노터치'
하지만 실상은?

호주로 워홀을 가는 한국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거형태는 '쉐어'다. 쉐어는 아파트 방 하나를 파티션을 나누고 작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주거하는 형태로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워홀러들에게 쉐어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한국인들은 아파트를 렌트해 거실, 발코니까지 파티션을 나눠 10~15명까지 세를 받기도 한다.


"한 주 방값은 100불(11만원)이었어요.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을 때도 작은 오피스텔에 두 명이 살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풍경은 충격적이었어요. 아침마다 10명이 화장실 하나를 나눠 쓰느라 전쟁이 벌어졌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어요."

워홀러들이 4인1실에 살면서 내는 방 값은 시드니를 기준으로 주당 100~120불(11~14만원) 정도. 여기에 처음 들어갈 때 보증금 형식으로 2주치에 해당하는 방값을 내야하며 2주치씩 계산되는 특성 때문에 첫 지불금이 480불(57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짐을 풀자마자 포주 언니가 와서 여권을 가져가고 저에게는 복사본을 줬어요. '여권을 잃어버리면 재발급도 힘들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였어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면 복사본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그녀의 이 생각은 그녀를 2년여 동안 업소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3개월, 6개월, 9개월째 되는 날 그녀는 포주에게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녀가 여권을 돌려받은 것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업소가 있었지요. 한국의 불법 마사지업소랑 다를 건 없었어요. 방마다 'no sex no touch'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손님이 관계를 원한다면 해야 했어요."

카지노에서 날린
아영씨의 작은 꿈

그녀가 2년 동안 일한 업소는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었으며 불법 마사지업소 중의 고급에 속했다. 업소 내부는 모두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방에는 샤워실과 침실이 달려있었고 마사지 전용 베드와 침대, 대형 TV, 에어컨 등이 있었다. 업소에는 업소녀들이 일하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휴게실과 경찰의 단속에 대비한 CCTV 여러 대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돈은 많이 벌었어요. 하루 평균 600불(70만원) 정도 번 것 같아요. 한 주에 3000~4000(350~470만원)불 정도 벌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일한 곳의 한국 사장은 악덕 중의 악덕어었어요."

돈은 많이 벌었냐고 묻자 돌아온 김씨의 답변이었다. 성매매 수익은 윤락녀와 포주가 나눈다고 했다. 김씨는 수익 배분을 5:5로 한다고 알고 갔지만 실상은 3:7이었다. 보통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7:3으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6:4로 나누는 것에 비하면 한국인 사장은 악덕포주였다.

김씨는 한 주에 하루를 쉬며 일했다. 간혹 경찰 단속이 강화되거나 장사가 안 되는 주는 이틀을 쉬기도 했다. 단속이 길어지면 다른 지역의 업소로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다. 한 주에 평균 4000불(470만원) 어치의 일을 했지만 그녀에게 주어지는 돈은 1200불(140만원)이었다.

"처음에는 방값이랑 생활비 제외하고 모두 저금했어요.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곤 했죠. 그런데 호주라는 나라에 적응해 가면서 돈을 쓸 만한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 오긴 했지만 쓴 돈이 더 많았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지금은 제가 원하는 옷 가게 하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여권 뺏고 불법 비자 연장 "한 방에서 4명이 살았다"
호주 원정 매춘녀 1000명 돌파 "널린 게 한국여자"

호주 생활 6개월이 됐을 때 김씨가 모은 돈은 2만2000여불(2600여만원). 호주에 오기 전 그녀의 꿈은 한국에서 작은 옷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카지노. 동료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시드니 대형 카지노에서 그녀는 바카라의 늪에 빠지게 됐다. 버는 돈은 족족 딜러의 손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아 놓은 돈까지 다 날린 것은 카지노에 처음 가본 지 불과 2개월 만이었다.


"8개월 만에 처음 시드니공항에 내렸을 때로 돌아와 있었어요. 내 몸 팔아 더럽게 벌었던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졌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사장은 매일 숙소로 찾아와 협박도 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한 달 정도를 동료들에게 손 벌리며 살았어요. 그러다 제 비자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그녀는 3개월 동안 다시 1500만원 정도를 벌었다. 카지노만 몰랐어도 6000만원을 손에 쥐고 귀국할 수 있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돌아가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불법체류자가 될지도 몰랐다. 포주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권을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던 포주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비자가 연장 될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며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고 비자기일이 3일 남았을 때 포주가 비자가 1년 연장됐다는 말을 하며 서류를 보여줬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료를 불러 확인해 보니 정말 비자기간이 1년 연장되어 있었어요."

호주 워홀비자는 기본기간이 입국한 날로부터 1년이다. 하지만 호주정부가 지정한 직종과 지역에서 88일 이상을 근무하고 그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첨부해 비자연장신청을 하면 세칭 '세컨비자'라는 비자가 나와 1년의 추가 기간이 주어진다. 보통 워홀러들은 세컨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 혹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농장주나 공장장에게 서류를 받아 호주 이민성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한다. 이렇게 받은 비자는 워홀비자와 똑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김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비자가 연장됐다. 업소 사장이 제3자의 세컨비자발급 서류를 구매해 비자신청을 한 것. 시드니에 위치한 한 유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비자발급 서류를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며 호주 정부에서 비자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호주는 호주 토박이들보다 외국인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년을 더 일해야 했어요. 그 후 3개월 정도는 돈을 많이 벌었는데 갑자기 주변에 비슷한 업소들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한국여성들이 들어오면서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비자 연장의 방법이 더 이상 없었던 저는 여권을 돌려받아 한국에 돌아왔죠."


비자서류 불법매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매춘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한국여성들은 1~2년 내로 귀국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돈 맛(?)을 못 잊어 6개월의 관광비자로 다시 호주를 찾기도 한다.

김씨가 한국에 들고 들어온 돈은 4000만원 남짓. 2년을 남의 손을 타며 일 해온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조금만 더 벌어서 옷가게 하나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한국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허황된 '호주드림'을 꾸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요. 갖은 유혹도 유혹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거든요."

<호주 현지 교민 직격토로>

"성매매 업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호주에 한국 매춘녀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교민들이 본의 아닌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던 호주 사회에서 한국 매춘녀들이 증가하고 다양한 업소가 유입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호주 시드니의 한 유학원에서 10년을 일 해왔다는 정모(32)씨와 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지 상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드니 현지 교민사회 분위기는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 호주에서는 성매매가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민들과 현지인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주인 윤락녀들보다 한국인 윤락녀가 더 많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자체적 정화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에서 물 밀 듯 몰려오는 여성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업소가 있나.

한국에 있는 성매매 업소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성매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유사성행위 업소는 찾아볼 수 없지만 룸살롱, 풀살롱, 마사지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교민잡지 등에 업소녀 모집 광고가 올라온다는데.

말도 마라. 한 장 건너 한 장마다 낯 뜨거운 사진과 함께 업소위치, 전화번호 등 매춘 광고 투성이다.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구인구직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단속은 어떤가.

서두에 말했다시피 호주는 퀸즐랜드주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성매매가 합법이다. 때문에 경찰도 불법체류, 마약, 인신매매, 감금, 여권갈취 등 처벌할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경찰 단속이 뜬다고 하더라도 10년을 살면서 단속에 걸리는 걸 못 봤다. 단속 기간이 되면 어떠한 사유로 단속을 간다고 알려주고 업소에서는 해당 업소녀를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도 한국처럼 유착관계가 있는 것 같다.

-호주 현지인들이 교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 체결 초기만 해도 호주인들 사이에서 한국 워홀러들은 '근면성실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호주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호주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호주로 들어오자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8년 발생한 한국 유학생 매춘녀 살인 사건을 전후로 해서 이미지가 퇴색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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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