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컴백’ 보따리 푼 손학규 ‘작심행보’ 추적

‘대권 구경꾼’인줄 알았더니 손(孫)들고 ‘저요~저요’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잠행을 접고 돌아온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대권’이라는 여의주를 물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책비전을 제시한 것. 또 당의 선대위 특별고문 자리를 마다하고 ‘마이웨이’ 카드도 꺼냈다. 컴백하자마자 작심한 듯 잽싼 행보를 보이는 손 고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난무하는 특권과 반칙 없애고 양극화 해결위해 사회통합 절실
복지보다 강력한 사회안전망 ‘협동조합’ 비전 제시하며 컴백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여의도에 돌아왔다. 손 고문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의 대안전략과 협동조합 토론회’를 주최하며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것. 지난해 말 야권통합을 성사시킨 후 사실상 잠행에 돌입한지 꼭 3개월만이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협동조합운동 주체들과 정부, 지자체,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손 고문은 자본주의 폐해 극복을 위한 대안경제로 협동조합의 활성화라는 굵직한 정책비전을 꺼내놓았다.

“민주세력 정권교체는
한풀이 하려는 것 아냐“

정가에서는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열린 손 고문의 토론회를 두고 대권행보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눈높이가 대선에 맞춰진 만큼 손 고문의 강점으로 꼽히는 정책비전으로 승부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대선에 시간표가 맞춰진 손 고문으로서는 이제 친노세력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손 고문은 총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목표가 단지 야당이 권력을 장악하는데 있지 않고 지금 도탄에 빠진 민생을 낫게 고치고 부조리?부정부패에 몸살 앓는 우리사회를 올바로 바로잡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 대안과 방안을 찾는 것이야 말로 중요하다”면서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손 고문 측근은 민생경제가 손 고문의 정치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라면 협동조합은 그가 향후 모색하고 있는 구체적 대안경제 전략과 직결돼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손 고문은 협동조합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가 오랜 민주화운동과정에서 협동조합 운동가들과 친분이 두텁기 때문에 한층 더 관심을 쏟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해 4?27 재보선으로 국회입성에 성공한 이후 지난 정기국회에서 한 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기본법안’이다.

이 법안은 올해 1월 공포되어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상태다. 손 고문은 이 법을 발의해 통과시킨 것을 18대 의정활동에서 큰 보람으로 여기는 눈치다.

잠행 보따리
풀어놓는 손학규

협동조합은 경쟁이 아닌 ‘협동’을 원리로 삼는다. 특히 이용자 소유 기업이라는 공동소유 구조로 출자금과 상관없이 1인1표의 민주적 운영 등으로 일반 기업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경제모델이다. 매출액에 비해 고용 비율이 높은 고용 친화적 성격과, 조합원의 편익 추구 및 지역사회 기여 등을 활동 목표로 하는 점에서도 투자자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기업과는 다르다.

우리사회에는 생소하지만 협동조합은 이미 서구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썬키스트나 AP통신, 라보뱅크 등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되고 발전되어 온 대표적 회사들이다. 특히 이러한 협동조합의 세계경제 규모는 10위권으로 고용된 인원만 10억 명에 이른다.


이에 협동조합은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을 통해 내수중심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속가능한 성장에 유리한 사회경제의 대안 모델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다. 사회적?국제적 양극화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협동조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내포되어 있다.

UN은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하고 각 국에 협동조합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권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 고문 역시 현재 우리 사회에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양극화의 심화로 경제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협동조합이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 경제 모델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협동조합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수단으로 안성맞춤이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협동조합 활성화를 연계할 경우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넘어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손 고문의 분석이다. 이는 곧 손 고문의 3통합(사회통합, 정치통합, 남북통합) 구상과도 연결된다고 손 고문의 측근은 설명했다.

이제 협동조합은 어떻게 활성화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때문에 대선국면에 바짝 접어들면 손 고문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하나씩 꺼내드는 속도 조절을 통해 지지율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목전서 화려한 잠행보따리 풀어헤치며 존재감 상기시켜
민주통합당 선대위 고문 고사하고 ‘마이웨이’ 선언 속내 무엇?

토론회 이후 손 고문은 본격적인 총선지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특히 그는 총선 포지션 조정에서 백의종군을 택했다. 지난 21일 당의 선거대책위원회에 마련된 자리를 고사한 것.

4월 총선에서 공식직함 없이 평당원으로 전국을 돌며 후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게 손 고문의 확고한 의지다. 실제로 그는 이미 선대위 출범 이전부터 후보가 확정된 지역을 순회하며 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진행해 왔다.

정가에서는 손 고문의 마이웨이 카드를 두고 복합적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총선 승리에 힘을 보태되 한명숙 대표 지휘 아래 가동되는 시스템에 예속되지 않는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손학규계 인사들의 공천가뭄을 두고 공천과정 및 특정세력에 치우친 공천결과에 대해 손 고문의 불만을 표출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손 고문의 눈높이는 대선에 맞춰진 상태다. 때문에 손 고문은 이번 총선과정에서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선거지원에 나섬으로써 ‘전국구 정치인’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백의종군하며
큰 정치인으로 

사실상 민주통합당이 추대한 특별선대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담당 지역을 정해 선거지원을 하도록 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부산?경남지역을 이해찬 상임고문은 충청지역, 손 고문은 수도권 등으로 지역을 나누는 식이다.

이런 마당에 수도권이라는 특정지역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특별선대위원장을 맡기려는 한 대표의 뜻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으로 백의종군을 택했다는 것.


손 고문은 또 그동안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총?대선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손 고문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을 일자리불안?교육불안?노후불안?전세불안?남북불안 등을 일으킨 ‘5불안정권’의 공동책임자로 비판하고 심판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손 고문은 민심을 다시 한 번 사로잡기 위해 경제 비전과 총선 마이웨이 전략을 풀어놓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3개월이라는 긴 잠행기간을 거쳤기에 어떤 구상과 플랜을 짜왔는지 그가 향후 줄줄이 풀어놓게 될 잠행보따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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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