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주간조선> ‘비공개 인터뷰’ 파문 진실게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8 13: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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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의 ‘오프더레코드’ 기자가 의도적(?)으로 까발렸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김두관 경남지사가 연일 뜨거운 뉴스를 만들어내며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며 화제를 모았던 김 지사는 지난 21일 보도된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대선주자들의 약점을 꼬집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비보도를 전제로 한 대화내용을 인터뷰 내용처럼 보도한 것으로 알려져 김 지사를 당혹하게 만들었고 <주간조선>과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차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김 지사가 차기 대권에 대한 강한 출마 의지를 처음으로 내비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나오라고 하면 죽을 각오로 임할 것” 첫 대권 도전 의사 피력
<주간조선>과의 비공개 인터뷰, ‘해프닝’? ‘의도된 노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바람몰이가 거세다. 문 고문은 최근 다자구도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을 앞지르며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러나 김두관 경남지사도 만만치 않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자마자 700명이 당원으로 가입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현재 지지율은 약 20%대 2%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강한 권력의지와 친화력에 행정경험까지 두루 갖춘 잠재력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의 그림자’와
‘리틀 노무현’의 맞짱?

문 고문과 김 지사는 각각 ‘노무현의 그림자’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 친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문 고문이 차기 대선주자, 김 지사가 차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 판세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공직자 신분에 2년이라는 임기가 남아있고 문 고문과의 경쟁은 가능한 묻어두고 협력하고 연대한다는 방침이어서 그간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 지사가 돌연 지난 19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나오라고 하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문 고문님의 권력의지는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문 고문은 예전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감은 아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서 문 고문이 주목받을 수는 있다”라며 “그래도 세력과 사람이 붙어야 (대권 도전이) 가능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사 이외에 다른 세력도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이다.

또 “문 고문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국정을 주도한 분들이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육두품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135~155석 사이의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그 중 절반은 문 고문이 아니라 나를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누가 듣더라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예민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어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각각 “대가 약한 것 같다. 대선에 어떻든 참여할 것” “아버지의 후광만으로는 안 된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이장과 남해군수로 시작해 장관을 거쳐 야권의 불모지에서 선출직 도지사로 당선되며 자수성가형 정치를 한 자신의 비교 우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간조선>은 기사 마지막에 ‘김 지사가 인터뷰 이후 사석임을 전제로 하는 얘기였으니 보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결국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김 지사의 사적인 발언을 <주간조선>이 까발렸음을 자인한 셈이다.

대선주자 평가
비교우위 강조?

김 지사의 발언이 문 고문을 폄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실제로 논란이 일자 김 지사 측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는 보도가 난 뒤 문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주간조선> 기자가 찾아와 사석에서 한 말이 보도가 됐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고 하니 양해해 달라”고 사과했다.

김 지사는 <주간조선> 취재기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주간조선>과 정식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아는 기자가 찾아와서 손님을 대접하는 차원에서 예의상 저녁 때 잠시 만났을 뿐이다. 사석에서 한 말을 기사로 쓴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라고 했다면 사람에 대한 평가를 그런 식으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주간조선> 측은 “오래 전부터 김 지사 측과 협의해서 인터뷰 날짜를 잡았아 두시간에 걸쳐 했다”며 정식 인터뷰라고 주장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인터뷰가 끝난 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김 지사가 전화를 해서 전체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그의 심중을 드러내는 발언이어서 애초대로 기사화했다”며 “내용이 곤혹스러워서 김 지사 쪽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 관계자는 “공식적인 인터뷰가 아니었고 기자가 계속 기다리고 있어서 (지사님이) 밥 먹는 데라도 가겠느냐 물어서 같이 간 것으로 안다. 시간도 2시간이 아니라 1시간 정도”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측 “득 될 것 없다” 해프닝으로 여겨 무대응 방침
“무슨 대선출마를 <주간조선>과 하겠는가?” 법적대응 시사


문 고문 측은 일단 해프닝으로 여기면서 무대응 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가 직접 전화해 해명한데다 대응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 고문 측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총선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대선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경쟁관계라기보다는 동지적 관계”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 측도 해프닝으로 규정짓고 있다. 문 고문을 견제하고 야권분열을 노리는 보수 진영 음모론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의 의도된 노출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보도를 방패로 삼았지만 인터뷰 내용은 김 지사의 속내가 아니냐는 것.

이는 2014년이면 지사직 임기가 끝나 차차기 대선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지사가 가시권에 들어온 차기 혈투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이와 관련 “김 지사가 다소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지만 국민들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파전으로 흐르고 있는 차기 구도에 김두관이라는 변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가 예측하기도 했듯이 이러한 점을 노린 김 지사의 의도된 노출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자의든 타의든 김 지사는 단숨에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존재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문 고문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야권의 차기 인재풀을 다양하게 만드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4·11 총선 이후 정국에서 ‘선발투수’인 문 고문의 지지율이 하락 또는 답보상태를 보일 경우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대체재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현재의 판세를 본다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지사의 생각이 <주간조선>을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김 지사의 발언은 민주당 내부 분열” “왜 <조선>과 인터뷰 했느냐” “비보도라고 해도 <조선>의 정치적 의도를 알면서 이야기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인터뷰 내용과 <주간조선>의 보도 행태에 관해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보도내용 전면 부인
해당기자 연락 두절

김 지사는 논란이 인 다음날인 22일 창원 불모산터널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한 불쾌감과 함께 법적대응 의사를 밝혔다.

거듭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람 망신을 주고 인간적으로도 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무슨 대선출마를 <주간조선>과 하겠는가? 한번 생각을 해 보시라”며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문 고문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주간조선>이 이간질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문 고문님이나 저나 <주간조선>에 놀아날 수준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사이비기자’를 비판해 주시라”는 부탁까지 했다.

김 지사는 “해당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데, 조치할 계획”이라며 “녹취를 했고, 녹취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과 법적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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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