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대담] ‘한나라당 야전사령관’ 권영세 사무총장

“뼛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로 위기 극복 하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현재 한나라당에는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겹치며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줄줄이 이어진 선거마다 패배했다. 여기에 ‘디도스 파문’ ‘금권정치 폭로’ ‘계파 간 갈등’ 등 당의 분열조짐마저 보이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욱더 도약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갖가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며 쇄신과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이처럼 가장 어려운 때에 당의 살림을 도맡은 권영세 사무총장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갖가지 악재에 휘청거리는 한나라당 살림 도맡은 사무총장
“‘밀실공천’ 악습 뽑으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는 방안 선택”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햄릿>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대사다.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현재 한나라당은 ‘측근비리’ ‘디도스 파문’에 이어 ‘돈 봉투 살포’ 의혹까지 더해지며 최대 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고, 양대 계파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고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생사의 기로에서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욱더 비상할 수 있는 법이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가동됐다.


비대위는 쇄신의 칼을 빼들며 갖가지 위기에 정면돌파로 맞서는 양상이다. 특히 당의 살림살이와 총선 공천의 실무를 책임질 권영세 사무총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당이 직면한 생사의 기로에서 뼛속까지 변화시켜 다시 한 번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밀실공천’ ‘특정 인맥공천’ 등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총?대선이 겹친 해인만큼 자칫 정당들이 선거에 몰두하여 민생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권 총장은 민생을 챙기는 정책정당으로 선거를 치러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비단 한나라당만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그는 민심의 이탈을 두고 특히 집권여당이 더욱 부족했다는 반성과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권 총장은 ‘박근혜 대세론’과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11 총선의 공천 기준은?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분과 차원에서 대략적인 공천 기준이 제시된 상황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일단 당내 경선과 전략공천의 비율을 8:2로 하자는 큰 틀의 방향이 논의되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강세지역보다 어려운 지역에서 당을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로 논의 중이다. 여성정치신인에 대해서는 가산점 20%을 주어서 여성의 적극적인 정치진출을 지원하여야 한다는 원칙정도를 확인한 상태다.

 

-이전의 공천 기준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진일보 했는지?
▲정당의 공천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정당의 공천과 관련하여 ‘사천’ ‘밀실공천’ ‘특정 인맥공천’ 등의 부정적인 주장들이 등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지켜야 할 원칙을 준수하되 부정적인 논쟁을 없애기 위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는 방안을 선택하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의 방향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처럼 지금은 한나라당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다. 여야 모두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제대로 된 변화 없이는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동안 저희 한나라당이 국민의 삶을 더 잘 챙기고,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더불어 뼛속까지 바꾸는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쇄신을 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총?대선을 함께 치르는 해이다. 한나라당의 전략은?


▲2012년 한해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유럽의 위기 확산여부, 우리경제의 저성장, 사회양극화 등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해이면서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자칫 정당들이 선거에 몰두하여 민생을 방기시할 수 있어 한나라당은 책임여당으로서 민생을 잘 챙기는 정책정당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다. 후보의 공천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공천을 실시하여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당내(친이계)에서 이상돈?김종인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며 갈등이 불거지는 것 같다.

▲비대위가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중이다. 그중에는 서로간의 생각이 달라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없고, 이를 경청만하여 새로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쇄신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 산고를 끝낸 과정이 아니니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문구 삭제에 대한 입장은?

▲일단 ‘보수’라는 말 자체에 반감을 갖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본인의 삶의 행보나 지향점이 보수적임에도 누가 “너 보수적이다”라고 하면 이 말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제는 더 이상 보수니 진보니 하는 논의 자체가 무의미 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조금이라도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편 가르고 싸우고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결과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디도스 공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먼저 정당이 국가기관인 선관위를 공격하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공정한 룰을 준수해야 할 정당이 이를 관리하는 선관위를 공격하였다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무조건 잘못된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 한나라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가 부재자투표에서 전승한 결과를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디도스 공격이 나오자 야당이 무차별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면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이다. 디도스 공격이 무조건 잘못된 행위라고 인정하듯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혹을 부풀려서 사회에 불신풍조를 만드는 것 또한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한나라 유불리 떠나 ‘돈 봉투 살포’ 검찰수사로 바로잡아야 
박근혜?안철수 대세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 필요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 봉투 폭로를 어떻게 보시는지?

▲만약 고승덕 의원의 주장처럼 그런 사실이 존재한다면 구태정치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당연히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우리 한나라당은 유불리를 떠나 고 의원의 주장이 제기된 다음 서슴없이 검찰의 수사를 의뢰하였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상득 의원에 이어 최시중 방통위원장 측근들의 비리가 연일 드러나고 있는데.

▲만약 측근비리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수사기관을 통해서 밝혀야 한다. 아울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법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당 사무총장으로서 금권정치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우선 이기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승리하고 보자는 식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선거결과가 나타나면 그 다음 사후조치가 흐지부지되니 일단 이기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돼버렸다. 때문에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때만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명 ‘트윗심’이라고까지 불리며 정치권에 SNS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소통의 통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나쁜 사실을 SNS를 통해 급속도록 유포하는 행위는 부정적인 점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SNS를 제대로 사용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고자 노력한다면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생각은?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그분이 지닌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생각, 원칙과 신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2007년의 경선승복 등의 감동적인 모습 속에서 얻은 것이다. 앞으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집약현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성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고, 국민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비정치권의 새로운 인물에게 일시적으로 쏠리는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도 안철수 교수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된 개인지지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권영세 사무총장 프로필>

▲199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2001년 하버드대학교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83년 사법고시 합격
▲1989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1998년 서울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2002년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6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9년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2012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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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