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12년은 ‘시시비비(時屎非庇)’의 해

얼마 전 외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한 통의 짧은 SNS 문자가 왔다. ‘시시비비’라는 단 네 글자. 답문을 통해 물어보니 2012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한자사전을 꼼꼼히 훑어봐도 시시비비(是是非非)란 단어만 보일 뿐 또 다른 시시비비란 사자성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뜻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니 기발한 해석까지 덧붙여준다. 시시비비(時屎非庇). 낱자를 풀이하면 ‘때 시’ ‘똥 시’ ‘아닐 비’ ‘덮을 비’이다. 각개의 뜻을 모아 의역을 하면 ‘똥은 때를 맞춰 덮지 않으면 갈수록 냄새가 더 진동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자를 끌어다 억지로 꿰맞추려 했다 하더라도 너무나 시의적절한 표현이다. ‘흑룡의 해(壬辰年)’인 2012년이 어떤 해인가? 두 차례의 굵직한 선거가 겹친 해이다. 새싹이 움트는 4월에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고, 엄동설한 12월에는 대한민국을 이끌 18대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해인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지난 4년 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찍으면서 막연하지만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었던 게 사실이다. 다른 건 몰라도 ‘경제’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챙겨 부강한 국가와 윤택한 국민을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감 정도는 누구나 가졌기에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국가와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피할 수 없는 유럽 발(發) 경제위기는 차치하더라도 사실상의 국가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물가상승률은 해마다 5%대에 육박해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본인의 주특기가 경제이긴 하지만 전임자들에게 물려받은 큰 살림살이를 꾸리기엔 시간도 짧고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람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 친인척·측근 관련 ‘권력형 게이트’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다못해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뉴스거리가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정권 들어 ‘상왕 노릇’을 해온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왕차관’이란 별명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그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전 차관 외에도 사돈네 팔촌까지 크고 작은 비리사건에 연루돼 4년 내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비리공화국’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한때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여당 의원까지 나서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잘못된 낙하산 인사였다”고 일침을 가했을까.

모름지기 국가의 대소사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되고 사람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사람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이다. 또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관리자 자신이 청렴하고 결백해야 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집안에서도 아버지가 몸소 법을 지키고 도덕을 실천하면 아래로 철부지 어린아이들도 굳이 입 아프게 얘기하지 않아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정권은 태동 전부터 온갖 비리 의혹과 추문으로 얼룩진 상태에서 문을 열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며, 퇴임 이후 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를 놓고 ‘퇴임 후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란 얘기까지 나돌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위로부터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비리 의혹에 연루된 마당에 누가 법을 준수하고 공명정대한 사회를 위해 애를 쓸 것이며, 뉘라서 감히 국민들에게 그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통탄할 정권이요, 안쓰러운 국민들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4년을 잘 버텨왔는데 남은 1년 버티는 게 뭐가 대수이겠는가. 이 시점에 만들어진 사자성어 ‘시시비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날의 검처럼 공존하며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정권 차원에선 구린내 나는 의혹들을 빨리 덮어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구린내 나는 이 정권’을 빨리 덮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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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