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번지는 ‘야동 제작’ 충격 실태 <현장취재>

강간 뒤 “포르노 한편 찍어 주면 발설 안 하겠다”

최근 취업난이 사상 최악에 이른 가운데 음란사이트 개설을 통해 돈을 벌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음란사이트들과 더불어 돈만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사기성 음란사이트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이렇게 생겨난 음란사이트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몰카’나 ‘셀카’ 등의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돈 된다’ 인식에 너도나도 음란사이트 창업
수많은 충격 영상들이 모두 90% 이상 연출

최근 경기침체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모든 비즈니스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성인대상 비즈니스만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너도 나도 성인비즈니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창업(?)이 손쉬운 음란사이트 운영에 뛰어 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런 ‘성인비즈’를 벌이는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개설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서버를 통해 개설한 뒤 4~6개월 단위로 사이트의 개설과 폐쇄를 반복해 가며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비즈’ 운영자
대부분 대학생

실제로 지난해 서울 모 대학 3학년 김모(21)씨는 불법 음란사이트를 개설해 회원들로부터 수억원의 가입비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를 구속한 울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음란사이트가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사이트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은데 반해 이것들을 단속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게릴라식으로 운영할 경우 단속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이트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섹티즌’을 유혹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양이나 일본에서 제작된 흔한(?) 아이템들로는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 음란사이트 운영자들은 단순히 사이트 개설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터넷에 유통되는 음란물은 음란사이트만큼이나 많아 그 수 만 해도 이미 수천 편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강간하고, 몰래 찍고, 직접 찍었다는 수많은 충격 영상들이 모두 90% 이상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는 것이다.

N성인사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나도는 강간, 몰카, 셀카, 스와핑 등 대부분의 음란 동영상은 회사차원에서 돈을 들여 제작한 것들이라고 털어놓았다. 2002년 국산 포르노를 제작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원정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는 A씨. 그는 “가능한 쇼킹하고 엽기적인 장면이나 내용을 담아야 상품가치가 있다”며 “네티즌들은 이미 평범한 야동에 식상해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스와핑이나 트리플, 강간 등의 변태적 행위를 연출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란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모 학습지 교사 강간, 백화점 여자화장실 몰카, 여대생 집단강간, 강남 부부들의 실제 스와핑, 동거커플 엽기 셀카, 화상 채팅 중 공개 섹스’ 등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동물과의 성관계를 담은 것들도 있어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도는 음란물의 출처는 어디이며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에 음란물 제작 현장을 추적해 보았다. 새벽 1시를 조금 넘은 늦은 시간. 한 건물 비상구 계단에서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부터 촬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혹시 누가 올지 모르니까 가능한 빨리 끝내자고.”

30대 중반의 남성은 세 명의 남녀에게 이렇게 말한 후 들고 온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연출에 대해 몇 마디 더 주고받더니 곧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은 보다 은밀하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임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도 사용하지 않은 채 적외선 촬영을 채택했다.

가장 인기 많은
음란물은 ‘강간’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는 몰카, 셀카, 일반 포르노 등 수많은 종류의 음란물이 있는데, 이들이 오늘 촬영하려는 것은 그 중에서 섹티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이른바 ‘강간’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늦은 시간 야근을 마친 세련된 미모의 여직원이 퇴근을 하려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작동치 않는다. 이에 미모의 여성은 계단을 이용키로 하고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온다. 이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나타나는 두 명의 남성. 놀란 여자는 황급히 도망치려 하지만 이내 두 남자에 잡히고 만다. 두 남자는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 순순히 따르면 해치지 않겠다’며 이 여성을 자동차로 데려간다. 일단 차 안으로 들어가자 두 명의 남성은 야수로 돌변해 여자를 덮친다. 여성은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굶주린 남성의 완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본격적인 강간이 이루어지자 두 명 중 한명의 남성이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상황이 종료되자 두 명의 남성은 카메라에 담은 장면들을 여성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사실 음란물 제작업자들인데 우리와 함께 포르노를 한편 찍어 주면 오늘 일을 발설치 않겠다”며 협박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던 여성은 하는 수 없이 이를 수락하고 만다. 이에 곧이어 신림동의 한 여관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본격적으로 격렬하고 질펀한 정사를 벌이게 된다.


쇼킹해야 인기 스와핑·트리플·강간에 ‘수간’도
상당수 셀카, 몰카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


충격적인 것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던 여성이 나중에는 이 ‘잘못된 만남’을 통해 색다르고 짜릿한 쾌감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란 동영상은 ‘모 회사 경리과 H양 강간’ 등과 같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구체적인 제목까지 붙어 나돌게 된다. 이와 비슷한 식의 음란물 중 심한 경우는 피해여성의 휴대폰번호까지 제목 옆에 적어 놓고 확인해 보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확인 결과 속임수였다.

이에 대해 해당 전화번호 주인 최모씨(46·남)는 “포르노 보고 전화한 모양인데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수 십 통 온다. 사업 특성상 전화번호도 바꾸기 곤란한 상황이다”라며 “누군지는 몰라도 이렇게 피해를 준 이를 찾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얼마 전 ‘K대 얼짱 포르노’라는 제목으로 유포되어 화제를 모았던 동영상 역시 유명세를 타기 훨씬 전에 유포됐지만 ‘짱’ 신드롬에 착안, 제목만 ‘K대 얼짱 포르노’로 바꾸자 금세 화제를 모았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 역시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제작됐지만 의도된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과거 인터넷 성인방송국에 몸담은 적 있다는 L씨는 “외국 포르노물은 이제 너무 흔해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과장된 액션이 많아 실감도 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국산 음란물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최근엔 이것도 너무 흔해서 보다 사실적이고 엽기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나 투자자가 돈을 투자해 치밀한 제작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성개념 왜곡 심각
각종 성범죄 유발


또 현재 성인사이트를 운영 중인 K씨는 성인사이트가 급속히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성인사이트는 본능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매출이 쉽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때문에 한 회사에서 여러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큰 회사의 경우 많게는 수 십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씨는 “유통되는 국산 음란물은 대부분 큰 회사에 제작하거나 일반인들에게 사들인 것인데 이것이 네티즌들에 의해 퍼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소비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작된 음란물은 엽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성 개념을 심각하게 왜곡, 각종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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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