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자살’ 대한항공 ‘사람 잡는 항공사’ 오명 내막

‘막장’ 인사시스템이 직원들 ‘난간’ 아래로 떠미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한항공이 파랗게 질렸다. 사측과 마찰을 빚어오던 직원이 최근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져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라는 점에서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 잡는 항공사’라는 불편한 꼬리표까지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의외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회사 직원들을 난간 아래로 떠미는 걸까.

올 한해에만 5명 자살…한차례 자살 소동도
수준미달 직원 선정해 관리…스트레스·압박감

대한항공 직원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내 건물 옥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A(47)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핏자국이 묻어 있던 건물 옥상 난간에는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계통 업무에 종사하는 과장급 직원으로 최근 사측과 마찰을 벌여오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마찰 끝에
난간 아래로 투신

대한항공에서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릴레이식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다. 그 시작은 지난 2월14일이었다. 이날 새벽 B(41)씨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B씨는 객실승무원 진급대상자 문제출제를 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996년 대한항공 신입승무원으로 입사한 B씨는 최근까지 객실업무와 무관한 변호사 업무지원과 국토해양부 업무지원을 맡아왔다. B씨는 동료의 징계를 정당화해야 하는 변호사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6일에는 대한항공 기체정비팀 C(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부산정비공장서 항공기 부품제작 업무를 해오던 C씨는 이날 밤 부산 안락동 자택 아파트서 추락사했다. C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5년 전부터 정신과치료를 받아왔지만 사건 직전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하루 뒤인 3월7일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D(52)씨가 숙소인 R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D씨는 청주행 야간 비행근무를 마치고 R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베란다서 투신자살했다.

D씨는 지난 2009년까지 국제선 팀장으로 기내 서비스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무평가제에서 지난 해 8월 하위 5%에 드는 점수를 받아 근무저평가자로 분류돼 하루아침에 국내선 일개 승무원으로 좌천됐다. 여기에 까마득한 후배가 국제선 팀장에 오르자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자살은 지난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4일 대한항공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승무원 E씨(21)가 마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E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E씨의 자살 소식을 처음 전한 아이디 ‘친구’의 “우울증으로 자살했습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합니다”라는 말로 E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자살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신자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지난 8월9일F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기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격납고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동료직원들과 함께 2시간 가량 F씨를 설득, 스스로 내려오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다. F씨는 당시 회사 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동료직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노조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내부관계자는 “자신의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홈페이지나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노조는 지난 46년 간 사측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항공에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선 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는 ‘C-PLAYER’ 제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성과,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C-PLAYER로 선정, 해마다 집중관리하며 개선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C-PLAYER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는다.

C-PLAYER 선정자
자살한 사례도

지난 2005년 C-PLAYER 대상자를 면담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담당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 ‘신유니폼 착용 시를 대비해 체중감량 3kg을 달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객들에게 서비스 하였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독려했다’는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외에 부서장에 따라 대학과제처럼 ‘서비스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제출한 직원도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HR-BANK’라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재교육을 받고 타부서로 전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이 같은 관리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내 일부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한 것도 이런 관리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PLAYER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LAYER에 선정된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7월 기체 정비팀 최모 과장이 10여년간 몸담았던 김해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투신한 사건이 그것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X맨 제도’
3세들의 회사 장악, 제왕적 운영 때문 시선도


대한항공 한 내부관계자는 “C-PLAYER로 선정된 많은 사람들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일을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 서로 경쟁을 하거나 감시를 하는 직장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직원들의 자살과 C-PLAYER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원에게 직무전환 기회를 주는 등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른바 ‘X맨 제도’도 직원들의 잇단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제도다. 대한항공은 동료의 잘못을 고발한 직원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과 관련,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한진그룹 3세들의 존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등 3세들의 회사 장악으로 혹여 ‘제왕적 운영’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99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현아 전무는 2007년 1월부터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09년 말에 전무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호텔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도 입사(2003년)나 전무 승진(2010년)은 늦었지만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은 2005년에 입사한 뒤 지난해 상무보를 달았다. 3세들이 전부 회사 경영에 깊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할 말 없다”
불편한 사실 외면

여기에 이달 말 예정된 대한항공 임원 인사에서 이들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2009년 말 전무를 달아 시기적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가 된 데다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상무보 역시 그룹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년 연속 승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세들의 장악력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일요시사>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질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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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