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버려지는 아기 품는 ‘베이비박스’ 찬반논란

“원치 않는 아기는 아기바구니에 놓고 가세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유난히 추운 겨울. ‘보호’와 ‘유기’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남몰래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2009년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처음이자 유일하게 이것이 설치된 후 베이비박스를 그대로 둬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도 베이비박스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버려진 아기의 생명을 보호한다”라는 의견과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측 “길에 버려지느니…최소한의 생명보호다”
반대측 “아기가 물건이냐! 영아 유기 조장하는 것”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의 집’ 앞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이곳은 지난 2009년 12월 겨울 교회 대문 앞에 버려진 유아가 저체온증으로 숨질 뻔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이종락(58)목사가 교회에 설치한 사설 ‘긴급 구제처’이다.

베이비박스는 문을 열고 아기를 넣으면 집안에서는 벨소리를 듣고 아기를 꺼내 올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옆에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의 아기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긴급 ‘구제처’

서울관악구청에 따르면 이 박스 통로를 통해 지난 2년간 베이비박스에 26명의 신생아가 들어왔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장애가 있거나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는 미혼모의 아이로 현재 이 목사 부부는 6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4명에 대해 후견인 역할을 하며 돌보고 있다.

함부로 버려진 연약한 아기들이 동사할 수 있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베이비박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찬반양론은 여전하다.

아이디 Twins***는 “갓난아기들이 차가운 휴지통과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처참하게 버려지는 것 보다 오히려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베이비박스가 나을 듯하다”며 “이런 점에서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유기하라는 박스가 아닌 ‘생명의 박스’이며 이것은 좋은 취지의 생명보호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ysy8***이란 아이디의 네티즌도 “어쨌든 버려지는 아이라면 안전하게 받아주는 것이 맞다”며 “생활고 등으로 영아유기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보육시설에도 이런 것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 세태를 꼬집으며 이것에 대한 시각을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아이디 knigh***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낙태율과 아이 수출국의 위엄을 보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이면에서 베이비박스는 어쩌면 사회의 최소한의 양심일지도 모른다”며 “‘아이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버려진 아이의 생명을 보존해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시설’이라는 것이 베이비박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아이를 버리는 유기를 조장하거나, 편의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생존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아이디 her***도 “베이비박스는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받는 사람이 방법을 고안한 것 뿐”이라며 “버리는 사람이 잘못되었지 받는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은데 부모가 버린 아이를 좀 더 낫게 받아야 겠다는 마음에서 베이비박스를 만들었지 유기를 조장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이비박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기 조장이 아닌 유아보호”이며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고 보는 편협적인 시각을 가진 이 사회가 더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아이들은 낳은 부모가 최선을 다해 돌봐야 되는데 많은 고민 없이 아이를 버리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부득이 한 경우는 보호시설에 맡기면 될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아이디 emotion***는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면 자기애를 버리기 까지 할까’라고 생각하면 베이비박스의 존재 취지가 어느 정도 공감 되지만 아이를 버리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며 “유아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런 불법행위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준 다는 것은 불법적인 일을 마치 합법적으로 하라고 만들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물건도 아니고…”라는 의견을 냈다.

아기가 물건?

또 다른 아이디 jk***도 “베이비박스가 무조건적으로 유아 유기를 조장하지는 않겠지만 태어난 아기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합법적 유기환경을 조성해 주는 건 정말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 철거를 요구하기에 앞서 키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복지환경부터 마련하라는 찬성의견과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기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줘서는 안 된다는 반대주장.

반 년 이상 이어지는 논란 속에 베이비박스에는 지금도 갈 곳 잃은 아기들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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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