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아들 자살로 본> 쌍용가 복잡한 가족사

‘안주인 체인지’ 족보 꼬일 대로 꼬였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의 쓸쓸한 최후를 통해 대중의 기억서 사라진 비운의 ‘쌍용가 사람들’을 재조명해봤다.

‘쌍용가 3세’가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차남 지강씨가 자살했다고 최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강씨는 15일 오후 7시2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 화장실서 문고리에 목을 매 숨진 채 여자친구에게 발견됐다.

현장서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2시30분께까지 여자친구와 연락이 됐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자살을 암시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지강씨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 발견되지 않아
조용히 장례식 치러

경찰은 “(지강씨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지강씨가) 자살할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강씨는 ‘비운의 황태자’다. 올해 34세인 지강씨는 쌍용그룹이 잘 나가던 시절 미국서도 학비가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버몬트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날이 훤한 재벌 3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당시 경영난을 겪은 쌍용그룹이 199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지강씨는 그룹 해체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 2002년 10월 친인척 등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기획이벤트와 쇼핑몰 등을 하던 동아시아회사를 창업했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2003년 8월 정보기술(IT) 업체 진두네트워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두 달 뒤 주식양수도 계약이 깨졌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에서 나와 특별한 직업 없이 투자활동을 해왔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를 마지막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종사했는지 불분명하다”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선 수년간 직업과 고정소득이 없었던 점에서 생활고 또는 신병 비관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쌍용가 사람들’ 지금 어떻게?
그룹 공중분해 후 각자 생활
똘똘 뭉쳐있다 뿔뿔이 흩어져

지강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쌍용가 사람들’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그룹이 공중분해 된 이후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 하는 의문에서다. 쌍용일가는 그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가 부도 후 뿔뿔이 흩어져 각자 생활하고 있다. 거의 모두 쌍용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 3세들도 대부분 홀로 섰다.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는 부인 김미희씨와 사이에 3남3녀(인숙-의정-석원-의령-석준-석동)를 뒀다. 이들 2세 가운데 딸들은 ‘돈 걱정’없이 지내고 있다. 김 창업주의 장녀 인숙씨는 1964년 조병준 전 대한금속 사장의 장남 해형씨와 결혼했다. 


인숙씨는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서 신문학을 전공한 후 국민대 사회과학 교수와 학장,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장식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해형씨는 쌍용제지 사장 등을 지낸 뒤 따로 독립해 나라기획 회장으로 있다. 그의 부친 조병준씨도 김 창업주와 사돈관계를 맺은 후 쌍용양회 사장과 회장, 쌍용화재 회장 등을 지냈다.

인숙-해형 부부는 2남1녀(현진-현찬-은영)를 두고 있다. 현진씨는 언론인으로 있으며 현찬씨는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현찬씨의 경우 1990년 정석원, 장호일과 함께 015B를 결성하고 1집 앨범에 참여한 바 있다. 은영씨는 국민대 예술대 강사 등 미술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차녀 의정씨는 이관호 전 전북도립병원장의 차남 승원씨와 혼인했다. 무형문화재 궁중다례의식 보유자인 의정씨는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다도총연합회 총재 등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국립민속박물관회 회장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승원씨는 1990년대 쌍용그룹 부회장, 쌍용정유 회장, 쌍용양회 고문 등을 지냈다. 현재 국제스키연맹총회 집행위원, 대한스키협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의정-승원 부부는 3남1녀(용훈-진휴-성훈-원희)를 두고 있다. 

용훈씨는 학원사업을, 성훈씨는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진휴씨와 원희씨는 부동산 사업 등 미국에서 기반을 잡고 있다.

3녀 의령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다만 1971년 숙명여고를 졸업한 후 디자인 등을 공부하고 미국서 인테리어 사업을 직접 경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쌍용가 2세 형제들이다. 이들은 가족사가 다소 복잡하다. 김 창업주의 3남 중 2명이나 이혼한 아픔이 있다. 그러면서 족보는 꼬일 대로 꼬였다.

“하나같이 적자·폐업”
3세들 개인사업 부진

김 창업주의 장남 김석원 전 회장은 엄한 가정교육 속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순탄한 성장가도를 걸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1972년 쌍용양회 감사로 그룹에 첫 발을 내딛은 뒤 쌍용과 쌍용양회, 쌍용중공업 사장 등을 거쳐 1975년 쌍용그룹 회장에 올랐다. 

1996년엔 정계에 진출해 15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1998년 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며 돌연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당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서 물러나 2004년부터 쌍용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이 와중에 김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도 겪어야 했다.


그는 첫째 부인과 결혼에 실패, 결국 결별했다. 둘은 성격 차이 등으로 별거에 들어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1년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과 재혼했다. 초혼이었던 박 관장은 소규모 운수업을 하던 박남표씨의 장녀. 

김 전 회장은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대정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박 관장과 친척의 중매로 만나게 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박 관장과 재혼 전 평소 자문을 구하던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첫 결혼에 실패한 만큼 재혼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역술인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석원 회장과 자주 만나 집안 대소사와 경영 등 여러 가지를 의논했는데 본부인과의 이혼 문제도 있었다. 결국 둘은 갈라섰고, 김 회장은 혼처를 찾았다. 재혼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이 교사출신의 박문순씨와 궁합을 봐달라며 찾아왔고, ‘좋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혀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3세들 대부분 힘겨운 홀로서기
창업주 3형제 중 장·차남 이혼
‘큰집’ 이복형제들 함께 사업도 

김 전 회장은 슬하에 4남1녀(지용-지강-지명-지태-지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 지용씨와 이번에 자살한 차남 지강씨가 본처와 사이서 태어난 자녀다. 나머지 3남 지명씨와 4남 지태씨, 외동딸 지수씨는 후처인 박 관장이 낳은 자식들이다.


지용씨는 1999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녀 유희씨(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 차녀)와 수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경기초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과거 같이 등교할 정도로 단짝이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도 다름 아닌 경기초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측근과 회사,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 한다.

지용씨는 2003년 10월 부동산 컨설팅과 주택건설업을 하는 올리브플래닝을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지용씨는 이 회사 지분 40%를 보유한 대주주다. 부인 유희씨도 10%의 지분이 있다. 올리브플래닝은 지난해 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용씨는 대구MBC 지분(22%)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용씨가 이복동생인 지명·지태씨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인 태아산업을 경영 중이란 사실이다. 지용씨는 지분 34%로 최대주주, 지명·지태씨는 각각 24.9%씩 보유하고 있다.

1998년 8월 설립된 태아산업은 충북 음성에 2곳, 여주에 1곳 등 3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5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올렸지만, 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명·지태 형제와 지수씨는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아직 별다른 외부 행보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 창업주의 차남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이혼한 과거가 있다. 그룹이 와해되자 회장 자리를 내놓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 회장은 1977년 이모 씨를 배필로 맞았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양측의 모친이 불교선도회서 만나 자녀들의 혼사를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성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맨해튼 음대와 캘리포니아 예술대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씨가 사업에 손대면서 사단이 났다. 이씨는 1993년 세원인테리어란 업체를 운영하다 100억원대의 부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사기 혐의까지 받았다.

부인 스캔들로 망신
3차례나 이혼 소송 

김 회장이 부인의 빚을 대신 갚아줬지만, 갈등이 깊어져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파경을 맞았다. 김 회장은 2차례 이혼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87년 3번째 이혼 소송을 냈고, 이씨는 300억원대 재산분할과 자녀 1인당 월 500만원의 양육비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했다.

법원은 이듬해 김 회장이 이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인 반면 이씨의 청구소송은 기각했다. 두 사람은 2남1녀(지성-지운-지연)를 두고 있는데, 김 회장이 세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됐다. 이중 지성씨는 16세 때인 1996년 영국의 최고 명문인 이튼스쿨 고등학교 과정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창업주의 3남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은 1986년 한상태 세계보건기구 명예사무처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했다. 그는 그룹 붕괴 이후 잇츠티비, 영화직물 등의 개인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근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1남2녀(지호-지원-지영)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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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