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재벌총수-조폭두목 비화 대공개

대기업 회장 회칼 맞을 뻔 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겁 없이 설치는 조폭들이 극성인 가운데 재계와 주먹계에 총수-조폭간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인다. 돈 하면 재벌 총수. 그러기에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수와 조폭이 엮인 사건들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만의 애증관계를 들여다봤다.

‘돈으로 엮인’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
오너 관련 폭행 사건에 십중팔구 ‘형님’연루


2007년. 그해 내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다. 김 회장은 강남의 한 술집에서 차남이 폭행당한 데 격분해 자신의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 등을 찾아 폭행했다.

당시 조폭도 동원됐었다. 사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맘보파’두목 오모씨. 오씨는 1980년대 김태촌이 두목인 ‘서방파’의 계보를 잇는 ‘범서방파’의 부두목급 출신으로, 일부 조직원과 목포지역 조폭을 규합한 ‘맘보파’를 구성해 ‘범서방파’의 방계조직 두목으로 활동한 거물급 조폭이다.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

김 회장은 한화 관계자의 호출을 받고 달려 나온 오씨를 앞세워 복수극에 나섰다. 오씨는 ‘보복폭행’당일 피해자들을 찾아주고, 부하 20여명을 폭행현장에 동원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3∼4차례에 걸쳐 2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오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입국해 구속,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1월 국내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의 아들 이모씨가 폭력을 휘두르다 구속된 것. ‘무법 황태자’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배신한 동업자를 응징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박모씨에게 기술 개발 명목으로 투자하게 됐고, 돈을 떼이자 대구지역 조폭 2명을 고용해 박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들은 박씨의 무릎을 꿇게 한 뒤 청테이프로 손과 눈을 감고 각목으로 때렸다.

커다란 고무통에 물을 담아 머리를 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가족이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보라”고 협박까지 했다. 이씨 일당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박씨의 신고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피죤 폭행’사건에도 조폭이 연루돼 있다.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은 지난 9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했다. 회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사장을 혼내주기 위한 이윤재 피죤 회장의 계획이었다.

이 회장은 김모 피죤 이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파’행동대원 오모씨 등 조폭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또 나중에 이들의 도피도 도왔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무등산파’조직원들은 구속됐으며, 행동대장 오씨는 도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무등산파’는 ‘OB동재파’두목 이동재의 수하들이 결성한 조직이다. 이동재는 광주에서 상경해 ‘OB동재파’를 결성한 뒤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습을 당해 불구가 됐는데, 이후 이동재가 지하세계에서 은퇴하자 ‘OB동재파’의 부두목과 행동대장, 조직원들은 광주로 낙향해 다시 ‘무등산파’를 재건했다.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이고, 돈 하면 재벌 총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총수들은 힘이 필요하고, 조폭들은 돈이 필요한 ‘악어와 악어새’관계가 성립하는 셈이다. 총수가 관련된 폭행 사건에 조폭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직 한 조폭은 “재벌과 조폭은 서로 돕고 도와주는 상부상조의 관계로 보면 된다. 어찌 보면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며 “재벌은 돈이 있고, 조폭은 돈을 따라간다. 반대로 조폭은 힘이 있고, 재벌은 힘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연히 유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 그룹 오너 A회장은 조폭들을 동원해 청부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는 A회장의 험담을 하고 다니자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A회장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집단 구타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지목한 폭력조직은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파. 이 조직 두목급 조모씨가 폭행을 주도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만약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폭 영화 또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한마디로 기가 막힌 사건이다. 이씨는 수사 당국에 여러 차례 조사를 의뢰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파’행동대원 1명만 벌금형 처벌을 내린 약식기소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조직 스폰서설 돌아
제주는 ‘조폭 천국’

이 행동대원은 법원의 판결 후 곧바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폭력 사건 배후로 지목한 A회장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모 기업 B회장은 ‘△△△파’단골 고객이다.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거액을 주고 이 폭력조직을 고용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B회장의 지분과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비슷해 주총만 열리면 큰 소동이 벌어진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어김없이 검은 정장의 ‘형님’들이 주총장을 막아섰고, 이를 뚫으려는 주주들간 몸싸움이 일어났다. 경찰은 ‘△△△파’행동대장 등 조직원 수십명을 검거했지만, 올해 열린 주총엔 또 다른 폭력조직이 등장했다. B회장이 다른 조직과 손을 잡은 것이다.

‘△△△파’와 라이벌 관계인 이 조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족보’에도 없던 군소 조직이었다. 하지만 ‘△△△파’가 와해된 사이 돈 되는 일들을 독점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지금은 조직원이 수백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선 B회장이 조직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제주도에선 조폭들이 물을 만났다. 각종 개발사업이 한창인 데다 카지노가 속속 들어서면서 러브콜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간 밥그릇 싸움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골 조직’ 와해되자 다른 조직과 손잡아
‘회장실 피습’ 사건 회자 잘 지내다 등 돌리기도


최근 한 특급 호텔의 카지노 영업권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대표적이다. 전·현직 경영진이 각각 폭력조직을 고용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경영진의 마찰이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급기야 두 조직의 행동대원 수십명이 뒤엉키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청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엔 유탁파, 산지파, 땅벌파 등 3개 조직에 133명의 조직원이 있다. 지역별로는 조직수와 조직원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시민 1인당 조폭수로 따지면 0.00023명으로 전국 평균(0.00011명)의 2배가 넘는다.

항상 조폭이 총수의 앞잡이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론 배신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조폭이 총수를 협박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된다.

재벌 총수와 조폭 두목간 비화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회장실 피습’사건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꽤 유명한 레저 재벌인 C회장은 몇년 전 강남에 호텔을 지었다. 그는 건축 당시 호텔 지하에 대형 나이트클럽을 오픈해 직접 운영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를 노린 폭력조직 ‘□□파’와 ‘◇◇파’가 맞붙었다. 모두 강남에서 활동 중인 두 조직이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칼부림 등의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전쟁에서 이긴 ‘□□파’조직원 수십명은 C회장을 찾아가 회칼을 들이대며 “운영권을 넘기라”고 협박했다.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한 C회장은 아예 나이트클럽 생각을 접었고, 대신 ‘□□파’부두목급을 호텔 ‘바지 간부’로 채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또 나이트클럽 자리에 초대형 룸살롱을 차려놓고 관리를 ‘□□파’에 맡겼다.

“운영권 넘겨라”
칼 들이대고 협박

그런데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C회장의 호텔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파’부두목 자리에 전쟁에서 무릎을 꿇은 ‘◇◇파’두목이 앉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C회장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는 소문과 ‘◇◇파’의 호텔 접수설, 나이트클럽 재개설 등이 호텔 업계에 나돌고 있다.

한때 호형호제할 만큼 잘 지내다 등을 돌린 총수와 조폭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인 D회장은 전국구급 거대 조직을 거느린 한 조폭 두목과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둘은 원수지간이 됐다.

D회장은 이 조폭이 동종업계의 다른 재벌 총수와 더 가깝게 지내자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판단해 ‘작업’에 나섰다. 검찰에 줄을 대 조폭을 구속시킨 것이다. 이 조폭은 출소 후 D회장을 찾아가 “다시는 오해할 짓을 하지 않겠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는 후문이다. 주먹계엔 “조폭이 D회장 일가를 협박해 수억원을 갈취했다”는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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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