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인분 투척 사건 전말

“정치에 불만 많다” 국회에 X 뿌리고 분신 시도

[일요시사=이혜경 기자]누군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 또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 오물을 던지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오물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달걀에서부터 인분까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필사항쟁의 의지로 분신자살 시도가 이뤄지곤 하는데 오물 투척과 분신 시도 두 가지 일이 한꺼번에, 그것도 민의의 정당인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벌어져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소동을 벌였는지 살펴봤다.

본관 건물 정문 앞 횡단보도에 인분 20리터 뿌려 
박희태, 홍사덕과 면담 요구하며 시너로 분신 시도 
  


지난 7일 낮 12시경 국회 본청 앞 횡단보도에는 인분 냄새가 진동하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치 현실에 불만을 품은 박모씨(55)가 자신의 차에서 인분이 담긴 페인트 통을 내던진 것이다. 박씨가 강원도 동해시 자택 화장실에서 직접 퍼온 인분이었고 양도 20리터로 상당했다.

현실 정치에 불만 품어

인분을 담은 비닐봉지가 터지지 않자 박씨는 차를 몰고 한 차례 돌아 터뜨렸고 국회 밖으로 도주하려다 국회 정문에서 방호원에게 제지당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을 만나게 해 주지 않으면 몸에 불을 붙이겠다”며 20분간 자살 소동을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뒤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됐다.

박씨의 차 안에서는 그가 미리 인쇄해 온 A4용지 10여 장이 발견됐다. 이 용지에는 “서민들은 빚 독촉에 자살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신용불량과 실업자로 내몰리는데 국회는 대책을 마련할 생각을 하지 않고 싸움만 한다”는 A4 한 장 분량의 글이 복사돼 있었다.

박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의 이유로 “며칠 전 5·18 유공자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서민을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 화가 나 인분을 뿌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박씨는 현재 강원도 동해에서 주방가구 대리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1996년 버스 10대를 가지고 직원 26명이 있을 정도로 큰 관광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인근 지역 외부 출입이 4개월간 제한되면서 빚을 지고 사업이 부도났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가 군의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데 불만을 품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을 만나고 싶다고 요구한 것에 대해 경찰은 “박씨가 자신이 한때 홍 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 일한 인연이 있어 홍 의원을 만나 피해보상을 하소연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사덕 의원 측은 “그런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잠수함 피해 지원금 3억7000만원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이를 군 당국이 차일피일 미뤘다”며 “내 삶은 그 이후로 파탄이 났는데 국회에선 만날 싸우기만 해 서민이 죽을 지경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지난달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벌금이 부과됐는데 벌금을 늦게 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며 “생계에 직결된 문제인데 벌금을 늦게 냈다고 면허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면허를 취소당한 박씨는 이의신청을 내고 받은 임시면허증으로 차를 몰아 동해시에서 국회까지 인분을 싣고 올라온 것이었다.

경찰은 박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혐의가 심각한 것도 아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2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뒤 집으로 돌려보내며 사건은 일단락 됐다.

보상 문제로 앙금

국회 인분투척 사건이 알려지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국회 현안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보상 문제와 면허 취소에 불만을 품은 한 시민의 해프닝으로 마무리 돼 국회 당사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면담을 요구한 박희태 국회의장과 홍사덕 의원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라 여권의 놀라움은 더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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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