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의혹’ 연예인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13:34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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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둔 ‘톱스타 비자금’ 턴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연예인 탈세는 좀처럼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연예계 탈세가 수면 위에 올랐다. 거물급 연예인들이 탈세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탈세로 구설에 올랐던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지난 9월부터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 등 9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 등으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대자산가 외에 해외 투자나 해외 소비 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 일가, 고소득 전문직 등이 포함됐다. 고소득 의사·교수 등과 일부 펀드매니저, 연예인도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세금 안 내고…
조세도피처로?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미신고 해외 계좌를 이용해 국외로 재산을 도피한 사례,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편법 상속·증여 등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해외 현지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됐다. 특히 이번에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와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금융 정보를 활용했다.


국세청은 올해엔 금융 정보를 제공받는 국가가 스위스를 포함, 78개국서 98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인 만큼 조사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연예인 등 고소득 전문직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역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한 단순 소득·재산 은닉서 지주회사 제도 등을 악용해 탈세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복잡해지는 추세다. 친인척 등의 미사용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미신고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차명 해외법인의 투자금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은밀해지고 있다.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의 이름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조사받는 유명 연예인의 정확한 숫자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사람이다. 탈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세무조사를 받은 연예인들의 명단이 서서히 오르내리고 있다. 


내조의 여왕, 김남주

최근 배우 김남주가 국세청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삼성세무서 조사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일정으로 김남주에 대한 개인 통합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개인 통합세무조사란 소득세뿐 아니라 개인 사업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원천세 등을 함께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재산과 관련된 세금은 조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김남주에 대한 세무조조사에서 경비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수입 금액 누락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약 15일간 진행됐고, 추징금 규모는 현재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남주 측은 “김남주는 성실납세자라 15년 만에 랜덤으로 받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조사 끝에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꽃미남 배우, 장동건

연예계와 사정기관에 따르면 강남세무서 조사과는 이달 초 배우 장동건을 상대로 한 개인 통합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동건의 개인 통합세무조사가 연예인 탈세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동건 측은 “장동건은 그간 성실납세자라 세무조사를 몇년간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수년 만에 랜덤으로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다. 조사를 잘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동건은 앞서 탈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11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 2017’서 장동건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영화 관련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 연예계 전격 세무조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

<뉴스타파>는 버뮤다 법률 회사 애플비의 유출 문서를 통해 장동건이 출연한 영화 <워리어스 웨이>이 관련된 문서들을 발견했다. <워리어스 웨이>를 제작한 한국의 보람엔터테인먼트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페이퍼컴퍼니의 계약서였다.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 ‘론드리 워리어’는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기획단계 명칭이었다. 보람엔터테인먼트는 저작권을 포함해 영화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넘겼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와 관련된 또 다른 계약서도 발견됐다. 스타엠이라는 한국 회사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다. 투자 금액은 1000만달러(110억원) 가량이다. 투자금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가 지정하는 뉴질랜드의 은행 계좌에 넣도록 돼있다.
 


그런데 스타엠은 장동건의 매니저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장동건 역시 회사 설립 당시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다.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계약이 체결됐던 2007년 11월에는 3%서 4%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엠의 주가는 장동건이 유상 증자를 받을 때나 론드리 워리어에 대한 투자 계약이 공개됐을 때 이른바 연예인 효과로 인해 급등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신의 음악 저작권을 옮겨둔 사실이 밝혀졌다. 

연극계 대모, 윤석화

배우 윤석화도 국세청의 타깃이 됐다. 국세청은 최근 윤석화와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국세청이 지난 12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을 자체 선별한 후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윤석화 부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을 전격 투입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여느 지방국세청 조사국과 달리 국내외 기업이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곳이다.


윤석화 부부는 2013년 5월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3차 명단을 공개할 당시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등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 전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1990년 프리미어코퍼레이션과 2001년 자토 인베스트먼트, 1993년 PHK홀딩스리미티드를 세웠다. 1993∼2005년 사이 윤석화는 김 전 사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STV아시아, 에너지링크홀딩스의 주주로 등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장은 국내서 처음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회사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었다. 

서울대(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주식과 국제 금융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고 중앙종금은 부실기관으로 지정된 후 파산했다.

당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윤석화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월간 <객석>을 통해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을 빌려줬던 사실은 있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여기에 임원으로 등재한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세피난처가 개인과 기업의 대규모 탈세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여느 조사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거액의 세금 추징과 함께 검찰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레지 여왕, 이미자

가수 이미자는 지난 9월, 세금 부과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 패소했다. 2년 전, 탈세 의혹에 휘말려 세무조사를 받은 이미자는 이번 소송서 패소하면서 세금 19억9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공연료 수입액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만 신고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은닉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19억9000만원의 세금 중 일부를 취소해달라는 이미자의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세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자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가수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 76억원 중 58%에 해당하는 44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간 매니저를 통해 현금으로 공연수익금을 받거나 아들에게 현금 증여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 방식 복잡·정교하게 진화
그동안 구설에 올랐던 스타는?

그의 탈세 의혹은 지난 2016년 8월 16년간 이미자의 공연을 관리했던 공연기획사 이광희 하늘소리 대표에 의해 폭로됐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자가 10년간 공연료 소득 35억원을 10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며 “25억원의 소득을 누락 신고하고 자사에 대납을 요구해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그는 “이미자 스스로 탈세한 사실을 밝혔다”며 이미자와의 전화통화 육성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류스타 장근석

배우 장근석은 2015년 1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한 바 있다. 당시 장근석의 순수 탈세액만 100억원에 육박하며, 소득신고 누락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됐다. 장근석은 중국 등 해외활동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고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를 적발해 추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해 별도의 고발 조치 없이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장근석의 해당 탈세 사건 조사는 2014년 11월에 종결됐다. 그해 6월부터 반년에 걸쳐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장근석은 100억원대 추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장근석이 외화수입 탈세로 인한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장근석이 소속돼있는 소속사의 정기적인 세무조사였다고 주장했다. 또 정기 세무 조사에는 성실히 임했고, 관계당국의 조사과정서 당사의 회계상의 오류로 인한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했다. 

당시 소속사 측은 “실체적, 절차적인 부분에 맞춰 납부의무를 명확히 이행하였고 관계당국도 고의성이 없음을 인정해 고발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검찰조사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보도과정서 마치 장근석이 거액의 추징금을 내고 탈세한 혐의가 있다는 추정 보도를 내며 그것이 사실인양 지속적인 보도가 돼 대중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배우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에 당사는 심히 유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연예인에 대한 국세청 탈세 조사가 역외탈세에 국한돼있다. 하지만 세무업계는 연예인들 사이서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빌딩(단독주택 등)을 매입 후 관리하는 과정서 소득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홍대나 이태원, 강남 등에서 빌딩이나 단독주택을 매입 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나 음식점으로 용도를 변경해 영리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는데 가족이나 친척에게 영업장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여세를 탈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가나 사무실을 특수관계인에게 무상 임대했다면 주변 상권의 크기가 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내년 임대료를 기준으로 10%를 부가가치세가 추징된다. 만약 무상 임대한 것과 크기가 똑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없다면 세법이 정한 계산방법에 따라 과세표준이 결정된다.

소문 속 주인공
계속 나올 전망

무상으로 임대해준 연예인은 부당행위계산 부인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특수관계인에게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당하게 조세부담을 감소시킨 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 

무상으로 상가를 빌려 쓴 가족이나 친척은 증여세 추징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인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익을 얻는 경우, 이를 특수관계인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증여재산가액은 무상사용한 날로부터 5년마다 5년간의 무상사용을 이익을 한꺼번에 과세하는데, 5년간 증여재산가액이 1억원 미만이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경우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신이 직접 빌딩을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역외탈세의 경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한 반면 국내 탈세 유형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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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